[어디서든 잘 살아가기] 험난한 집사 생활기

집사는 처음이라서

by Winlahwah

솜이를 가족으로 맞이한 뒤, 내게 주어진 첫 미션은 '백신접종'이었다. 생각보다 고양이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벌레들이 정말 많았다. 어떤 주사를 맞혀야 하는지 공부하고, 미얀마에서 솜이를 믿고 맡길 만한 동물병원을 찾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병원의 위생 상태, 의사의 실력,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지 여부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쓰다 보니, 단순히 주사 한 번 맞히는 일조차 작은 프로젝트처럼 느껴졌다.


며칠을 눈이 빠져라 찾은 끝에 미얀마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압도적인 추천이 있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이 미얀마 동물병원계의 김사부 느낌이었는데, 구글맵 평점도 4.7을 받은 곳이었다. 솜이를 캐리어에 넣고 택시를 타서 병원을 도착했는데... 아뿔싸 여기 정말 괜찮은 곳이 맞는 걸까? 협소한 공간에 위생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저기서 솜이를 맡기면 오히려 병날 것 같은 곳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상담을 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생각보다 엄청 상세히 알려주셨다. 백신을 몇 번 맞혀야 하며 구충제도 한 달에 얼마를 먹여야 하며, 귀 진드기가 있어서 청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정말... 가슴이 쿵쾅 거렸다. 불안히 흔들리는 내 눈을 본 의사 선생님도 덩달아 걱정이 되기 시작하셨는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설명해 주시고, 패키지에 상세히 적어주시기까지 했다. 심지어 도저히 모르겠으면 메시지를 보내라며 메신저 연락처도 알려주셨다.


생에 첫 주사를 맞은 솜이도, 집사가 처음인 나도 기진맥진한 채로 집에 와 뻗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의 험난한 병원 방문을 통해 솜이의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때, 난 드디어 미션 완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솜이가 성장할수록 점프력도 좋아지고 호기심도 많아지더니 사고 치는 수준도 점점 레벨업이 되었다.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어디 선처 '치이익' 거리는 소리가 났다. 뭐지 하고 돌아보니 이 녀석 아직 열기가 남은 인덕션에 발을 올린 것이다. 오마나... 세상에... 놀란 마음에 수건에 차가운 물을 묻혀 식혀 주고 다음날까지 지켜보니 다행히 크게 데이지는 않아 며칠 후 바로 회복했다.


또 다른 날은 빗질 도중 배에서 핑크색 돌기를 발견했다. 여드름이라 생각해 짜려고 했더니 솜이가 극구 싫어했다. 결국 챗GPT에게 물어보니, 그건 젖꼭지였다. 수컷에게도 젖꼭지가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미안하다, 솜아…)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며 별 탈 없이 지내나 싶었는데 최근, 또 한 번의 사건이 벌어졌다. 늦은 밤, 솜이 발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걸 발견했을 때,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구글맵에 보이는 병원에 일일이 전화를 했지만 모두 문을 닫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솜이를 분양해 준 직장 동료에게 부탁해 겨우 병원을 찾아 헐레벌덕 가니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발톱이 빠진 거라 주사 맞고 일주일간 소독 잘해주고 약 발라주면 금방 낳는다고 했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 이번에도 큰일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철렁거렸다. 초보 집사의 생활이란, 그야말로 ‘살얼음판 서핑’ 같았다. 언제 또 어떤 사건이 터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솜이와의 매일은 지루할 틈이 전혀 없다는 것.


IMG_3185.HEIC 넥카라해서 심기 불편한 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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