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02번째 링에 오르다.

지하철독서-477

by 진정성의 숲



챔피언 아폴로와의 시합 전날 밤이다.


록키가 말한다.


"시합에서 져도,

머리가 터져버려도

상관없어.


15회까지

버티기만 하면 돼.


아무도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거든.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으면,


그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인생이라는

링 위에 서 있다.


기대와 설렘

두려움과 불안이 공존한다.


'땡!'


시합이 시작된다.


1분이 채 되지 않아


카운트 펀치를 맞아 쓰러진다.


링 바닥에 얼굴이 닿고

카운트가 시작된다.


"원! 투! 쓰리!..."


순간

어김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 보인다.


축 쳐진 다리에 힘이 솟는다.

이빨이 부러지도록 이를 악 문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쓰러진다.


몇 회가 끝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버티는 거다.


그래서

버틸 수 있는 거다.


쓰러지는 건 문제가 아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 문제이다.



오늘은

14602번째 시합이 있는 날이다.


마음속으로 빈다.


'오늘도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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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지웅 지음, 버티는 삶에 관하여 (반양장, 일반판), 문학동네(2014),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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