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내 마음에 드는 것.
한참을 생각했다.
'내 마음에 드는 게 뭐였더라?'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했다.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걸 샀고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했고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말을 했다. 언제나 내 마음은 동굴 속에 숨어 있었고 어느 순간 내 마음이 희미해지더니 끝내 사라졌다. 누군가 지금 나에게 ''당신이 지금 마음에 드는 건 어떤 건가요?" 묻는다면 난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언제부터일까?
내 마음이 사라진 게.
일곱 살 내 꿈은 의사였다. 국민학교부터 중학교 내내 엄마는 너무 많이 아팠다. 엄마가 일어서 있는 게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그때 나는 의사만 되면 세상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사가 돼서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뛰어와 날 안아주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 하지만 난 지금 평범한 직장이다. 그런데 지금 난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보다 그 꿈마저 내 꿈이었을까 하는 자문을 하게 된다.
가족이 우선이었다. 아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딸아이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어린 시절 내가 하지 못했던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난 어른이 돼서야 누군가에게 해주며 대리만족했다. 마치 그때의 내가 존중받고 위안 받는 느낌을 받으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 한편에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17년 차 직장인으로 꼰대라고 불리는 회사의 리더와 MZ 세대라 불리는 실무담당들 사이에서 '적당함'을 찾아 고군분투하며 살았다. 두 양극의 상황을 겪었기에 이해할 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혼란스러웠다. 어느 때는 리더에게 어느 때는 실무담당에게 빙의하여 서로의 입장을 대변했다. 여기에서도 난 없었다. 내 입장과 상황을 그들에게 표현하지 못하며 살았다. 이해받기보다 이해하는 게 익숙했다.
그렇게 난 지금까지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았던 건 아닐까?
왜 그렇게 내가 원하고 바라는 걸 말하기 힘들었을까?
나의 욕망을 욕심이라는 부정적 단어로 치환하며 나를 지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끝없이 이어지는 자문과 성찰의 끝에 결단을 했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을 하며 살기로 했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을 표현하고 얻으며 살기로 했다. 그게 어떤 물건이든 어떤 상황이든 어떤 관계이든 말이다. 나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위한 것들을 이기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쓰레기통에 버리기로 했다. 그동안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내 마음은 다시 주워 안아주기로 했다.
진짜 웃고 진짜 행복하고 싶어졌다.
타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아니라,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들을 하기고 했다.
목표가 생겼다.
내 마음에 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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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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