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에게
벌써 너의 편지가 2달이 지났네.
먼저 너무나 길어진 시간에 미안해!
결코 잊고 있었던 건 아니고 나도 이제 마흔이 되면서 많은 생각에 빠져있다 보니 시기를 놓쳤어…그래도 이렇게 다시Y에게 편지를 쓰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네..
저번 Y의 편지 시작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는데 이건 우연에 일치 인건 지 ㅎㅎㅎ 요즘 나도 몸살이 심했고 어제는 나도 앓아 누웠었네..
몸도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마음도 겨울바람이 부는 듯이 휑한 것이 이상하네. 무언가 지끔까지 달려온 것에 대한 많은 생각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 꽉 차서 어느 것도 집중할 수가 없네…
암튼 이런 부분은 조만간 우리가 만나기로 했으니 그 시간에 한번 더 같이 얘기해보자.^^
그럼 저번에 우리의 이야기를 마무리해볼까.
먼저 희로애락오욕이란 키워드로 얘기해 주었던 Y의 이야기에 맞춰 나의 얘기를 이어갈게.
희: 그래. 맞아! 가족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만큼 기쁜 순간은 없을 거야. 마치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긴 것처럼 말이지. 전에 얘기는 들었지만 Y의 형은 자신의 상황을 나름 멋지게 이겨 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머님은 암이라는 커다란 병을 이겨내시면서 아마 더욱 Y와 형에 대한 마음이 더 각별해 지셨을 거란 생각이 들어. 우리 어머니도 내가 중학교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병으로 약을 매일 드시고 있어서 Y의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되네.
나는 사실 결혼하기 전까지 가족 때문에 기뻤었던 적은 이상하게 기억에 없던 것 같아. 사실 동생이 졸업할 때쯤 취업이 힘들어서 중소기업에 갔다가 학교추천으로 우연한 기회를 잡아 외국계 항공사 엔지니어로 취업이 된 순간 정도였던 것 같아. 왜 그랬을까.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가족은 챙겨야 하고, 보살펴야 하고, 위해야 하는 사람들이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 그래서 지금도 가족만 생각하면 가슴에 짠한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비로소 기쁨을 느꼈던 것 같아.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쁨과 행복이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어. Y도 아마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ㅎㅎ 생각해^^ 사실 여덟살이 된 지금 딸아이는 ㅎㅎ희와 로를 오가지 ㅎㅎㅎ
로: 어쩌면 형은 Y에게 많은 감정을 교차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또한 어머니가 느끼는 Y에 대한 감정은 직접 말하시지 않아도 조금은 알 것 같아. 그래. 가족은 우리를 기쁘게도 하지만 정말 힘들게도 하는 것 같아. 그게 비단 다른 가족이 나에게 주는 일방적인 건 아닌 것 같고 사실 우리도 다른 가족들에게 이런 부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
요즘 와이프가 어머니의 요양센터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아니 그 전부터 고부간의 갈등으로 정말 힘이 많이 들었었어. 정말 친한 친구 몇 명에게만 푸념하듯이 말했던 것이 전부인데 이렇게 Y한테 말하니 좀 쑥쓰럽기는 하지만 ㅎㅎ 그래도 이게 나의 모습이고 현실이니 선배로써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숨기지는 않으려고. ^^ 정말 내 인생의 근본인 어머니와 나를 믿고 함께 걸어가는 아내와의 갈등은 정말 그 동안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더라고. 두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서로의 않좋은 모습을 나에게 말하고 중간에서 내가 잘해야 한다고만 말하는… 정말 둘 다 싫어질 때까지 있었다니깐…전에는 혼자 뛰쳐나와서 낮술 2병을 먹고 ㅎㅎㅎ 주말 내내 자버린 적도 있고.
각자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양보하면 될 것 같은데 정말 한치에 양보도 없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전에는 1년 동안이나 본가와 와이프를 단절시켜서 서로의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시간까지 만들었었지. 내 마음은 타들어갔지만..
내가 너무 결혼도 아직 안 한 Y한테 ㅎㅎ 너무 비관적인 얘기만 하나 모르겠네. 하지만 충분히 이런 부분은 미리 알아야 그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Y에게 이런 말까지 하네. Y는 이런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며^^
애: Y는 부모님과 형이 아픈 기억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특히 아직까지도Y의 정신적 지주이신 아버님을 보낼 때는 더욱 그랬으리라 생각해. 나도 Y처럼 의지할 수 있었던 아버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어린 시절을 살았던 것 같아. 그런데 반대로 난 차라리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 14살 때 아버지가 나와 어머니, 동생을 버리고 나갔을 때는 항상 밤에 자기 전에 어머니까지 아프셔서 돌아가시면 어떻게 될까 하는 마음으로 밤새 운 적도 있었던 것 같아. 지금은 그럼 걱정은 하지 않지만 가족에게 오는 아픔은 세상 어떤 것보다 힘든 일이라 생각해.
락: 이번 여름 휴가 때 어머니의 고향에 딸아이와 함께 갔었는데 너무 즐겁더라고^^ 사실 그 동안 매번 어머니가 함께 가고 싶다고 말을 했었는데 이제서야 가게 되어 죄송스러운 마음은 컸어.
오랜만에 배를 타니 너무 좋더라고.. 우리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고향은 서해에 작은 섬 ‘자월도’라고 하는데 다음에 기회되면 한번 같이 가자. ㅎㅎ 낚시도 하고 회에 소주도 한잔하도 ㅎㅎ
우리 가족 얘기는 만나서 더욱 찐하게 해보자!
우리의 삶에서 가족은 이렇게 의도적?으로라도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니면 현실에 묻혀서 잊어버릴 수 있으니…
Y야. 매달 목표에 힘겹게 지내는 걸 직접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아. 나도 나의 업무에 치여서 연락을 자주 못해서 미안하네. 나도 영업을 할 때 한달살이처럼 반복되는 목표와 매출에 허덕이며 살았던 것 같아. 여유를 가질 수 없는 현실에서 나를 잃어 버리는 듯한 느낌도 들고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싶기도 하고.. 근데 사실 그건 마흔을 맞이하는 지금 나도 똑같아….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생각해….
흔들리는 것 자체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
아직도 끊임없이 흔들리다보니 아직은 흐릿하지만
조금씩 보이는 내 삶의 목적(사명)에 대한 생각은 깊어지는 것 같아.
1년이 넘게 생각해 왔던 강의를 만들었어. 미션워크샵이라고
지금까지 3번 정도 강의를 하고 교안과 교재도 이제야 초안으로 만들었어.
근데 사실 이건 강의라기 보다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해.
다음 모임에서는 이런 부분을 함께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다시 한번 답장이 너무 늦어서 미안하고 이렇게 함께 얘기할 수 있는 Y가 있어서 난 감사해
2018.11.18 일요일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