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특별한 느낌
연신내역 근처.
친구가 운영하는 작은 술집에서 거의 1년 만에 친구를 만났다.
70년대가 컨셉인 술집은
옛날 영화 포스터, 오래된 사진 등 추억을 불러일으킬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소품 하나하나에 첫 사업을 시작하는 친구의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친구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장사를 배우기 위해
중견 프랜차이즈 회사에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일을 배웠다.
그렇게 몇 해를 보내고 드디어 시작하게 된 작은 술집. 이곳은 친구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그곳에는 친구가 있고 옛 추억이 있었다.
우리는 소주 두 병을 30분만 비우고 또 한 병의 뚜껑을 땄다.
우리는 시간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같은 얘기를 하고 또 같은 말에 웃는다.
우리들은 만나기도 전에 우리가 할 말을 알고 있다.
스무 살 초.
희망, 좌절, 설렘, 불안, 걱정...
우리는 이 모든 감정의 '밀물과 썰물'을 온몸으로 함께 부딪쳤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함께 웃었고 함께 울었다.
그리고 어느덧 20년의 시간이 지났다.
머리에 새치도 하나 둘 늘어가고 우리 곁에는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아이들도 생겼다.
지난 세월의 시간만큼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많이 변했지만,
친구는 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술잔을 기울인 지 어느덧 3시간이 흐르고
우리의 레퍼토리도 소진되어 갈 때쯤 취기가 오른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내가 요즘 너 SNS를 보니까 너무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것 같더라."
"무슨 얘기야? 네가 지금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
취기가 한참 오른 우리는 다음날 서로 민망할 정도로 언쟁을 벌였다.
그 후 우리는 한참 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날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날 몰라준다는 야속한 마음과 독한 취기는
친구를 내 마음에서 멀어지게 했다.
몇 달의 시간이 지나고
그날의 일이 '현실'이라는 '지우개'로 지워져가고 있을 때쯤.
책 한 권을 읽었다.
한 문장이 마음으로 들어왔다.
'사람은 자신의 마음의 기준에 따라 세상을 보고 살아간다'
사실 내 마음의 기준에서 친구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런데 우리는 변했다.
20년의 시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변했다.
그런 친구에게 나는 지금의 나를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친구에게 강요했던 것이다.
20년 전 나를 아는 친구에게
20년이 지난 지금의 나를 알아달라고 했던 것이다.
한참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가
휴대전화를 꺼내어 친구의 이름을 검색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안 받으면 어떡하지..'
'뚜르르르.. 뚜르르르..' 신호음에 떨림이 내 마음 같았다.
"어! 잘 있었냐? 연락도 없더니 살아는 있었네ㅎㅎㅎ"
"야! 연락은 네가 해야지! 형한테 연락도 안 하고 뭐하고 살았냐"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민망함과 고마운 마음이 뒤섞였다.
20년의 시간 동안 우리가 변했다는 건 당연한 거다.
서운하게 들렸던 친구의 말에 나는 설명해줬어야 했다.
그동안 나의 삶과 그 삶에서 변화된 나의 모습을...
친구는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다.
모든 건 '내 마음의 기준'이 만든 해프닝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