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형에게
P형, 너무 오랜만이죠? 저는 지사로 가는 길에 문득, 비좁은 지하철에서 이렇게 오래간만의 글을 쓰게 됐어요.
최근, 조직개편이 있고, 멀게만 느껴졌던 형과의 거리가 어느새 너무 가까워진 요즘 저는 행복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형과의 관계나 그 거리에 대해서 신경 쓰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형은 요즘 어떤지 정말.. 많이 궁금해요. 다시 영업이라는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형의 안부를 물어보고 싶을 때가 가끔은 있거든요. 형도 사람이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금요일, 형에게 그리고 저와 함께 일하는 사수들에게 많은 실망을 줬다는 생각에 많이 들어요.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랄까요? 저는 거짓말을 하는 대신에 솔직한 마음과 솔직한 태도를 가지고 사과하고 또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새로 만나는 친구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요..^^
서론이 많이 길어졌네요.
저는 요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미래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인 것 같아요. 항상 흔들리지만, 이직이라던지, 회사에 대한 불만이라던지?! 그런 흔들림 보다는, 회사를 다니더라도 어떤 목표를 가지고 다녀야 할 텐데.. 제 커리어와 또 업무 능력과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은 항상 들기도 들었지만!? 요즘 형도 알고 있는 그 업무에 온 신경을 쏟다 보니, 놓치고 가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에 더 많이 흔들리게 됐던 것도 같아요.
그래서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리해보자면, 첫 번째로는 회사에서 나의 포지션과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불안해요. 단순히 제가 현재 영업직이니까, 매달 매 분기에 어떤 영업활동을 이어나가야겠다는 목표는 항상 떠올려보곤 하는데, 이 조직에서 저는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평가받고 또 앞으로 얼마나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목표와 욕심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가끔 드는 ‘이직’이라는 키워드에 따라붙는 고민이에요. 영업이 맞는 사람은 없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과연 ‘본인에게 맞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소수의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일까.. 혹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무작정 체념해야 한다고 넘어가야 할 불안함과 고민일까.. 하는 생각이에요.
이런 고민? 혹은 불안이 P형이 말하는 그 미션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닌지, 혹은 제가 아직 어떤 노력을 하고 있지 않거나 다소 게으른 매일매일이 쌓여서 스스로 그 부분에 대해 느끼는 것인지.. 왠지 모르게 P형은 저만큼이나 혹은 저 보다도 더 많이 흔들리고 또 단단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같아서? 이런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저는 이런 항상 P형이 따뜻하게 안아줘서, 힘들어도 요즘 정말 회사 다닐 맛이 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요.
끝으로 P형, 오늘도, 이번 달도 항상 행복하시길, 그리고 앞으로 P형과 다시금 우리의 얘기를 써내려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9년 4월 29일 오전 11시 37분 지하철에서
Y에게
Y야, 너 말대로 정말 오랜만이네. 비좁은 지하철에서 글을 쓰는 너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구나.
2019년을 맞이하며 우리의 관계도 새롭게 되었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지. 내가 교육을 담당하며 처음 장기간의 교육과정에서 널 만났을 때만 해도 아니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우리가 함께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는데 정말 사람의 인연이란 게 신기하다. 그렇지?
어쩌면 멀리서 서로를 응원했을 때와 이렇게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함께 때와는 전혀 다른 것들이 생기게 될 거라고 나도 짐작은 했었어. 너무 가까운 곳에서 볼 때 보다 조금은 먼발치에서 서로의 모습을 응원하는 것의 장점도 분명히 있겠지. 그래도 난 지금 Y와 함께하고 또 밀착해서 서로를 봐주는 것도 우리의 인연이 아닐까 생각해. 또 우리는 이렇게 모든 관계를 벗어나 사람과 사람으로 서로의 마음을 교류할 수 있으니 이것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싶어.
그래. 나의 요즘 심경? 다시 돌아온 영업현장에서 느끼는 것들을 Y 네가 충분히 궁금해할 것 같아. 사실 연말에 다시 영업 부서로 이동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많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던 건 사실이야. 그건 9년을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던 그곳으로 다시 간다는 부담보다는 왜? 조직이 날 다시 영업 부서로 이동시켰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더 컸던 것 같아.
내가 교육 부서에 적합하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새로운 영업 부서를 맡아보라는 특명을 줬다거나 하는 더 구체적인 이유가 너무나 궁금했었어. 누구도 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난 그게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 아마 이건 앞으로 Y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삶 자체가 어느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느 순간 내 의지와는 다르게 변하고 또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름 자신만의 비전을 설정해야만 하는 숙명 같은 과정이 아닐까.
항상 난 내가 혼란스러울수록 먼 곳을 바라보기보다 오히려 아주 가까운 현실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치열하게 내 삶을 살다 보면 왜 내가 여기 있는지 내 마음에서 정리가 되고 다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거든.
발령이 나고 우리 담당 5명의 인원들이 결정이 나면서 다시 현실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더니 그간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어느 정도 차분해지더라. 사실 내 앞에 있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러면서 내가 믿고 있는 걸 나 자신이 믿으려 노력하고 있어. 우리 다섯 명은 각자의 길을 살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가까이 붙어서 걷고 있다고 생각하며.
며칠 전 일로 Y 스스로 많은 것을 생각했으리라 짐작해.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부분이기도 했고.
그런데 나는 Y의 태도가 너무 좋았어. 사실 누구나 실수를 하며 살아가지. 그 실수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도 중요한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Y는 그 실수까지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고 나를 포함한 너의 선배들도 그런 너의 모습에서 널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살면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건 너무나 큰 용기라고 생각해. 앞으로 어떤 과오도 저지르지 않겠다는 어느 누구도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자신과 해서 Y스스로를 옥죄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오히려 실수를 받아들이고 한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인정하는 게 더 멋지지 않겠어? ㅎㅎㅎ 나도 힘들지만은….ㅎㅎㅎ
나도 서론이 너무 길었네.
Y가 요즘 고민이 많았구나. 그런데 가장 중요한 고민이라고 생각해. 사실 나도 Y와 같은 고민을 하며 사는 한 사람에 불과하기에 그 고민이 더 공감이 되네. 명확해 보이는 나의 미션과 비전에서도 문득문득 멈춰서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난 지금 어디까지 와있고 어디에 서 있는가? 이런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야. 그런 불안감이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때 심적으로 많이 힘들지. 그때마다 나도 미래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많은 얘기를 해. 그렇게 쏟아내면서 다시 내 생각이 정리가 되더라고.
지금 나의 2가지 비전은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이끄는 CEO가 되는 것이고 그다음은 장학재단을 세워 모든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거야. 일단 이런 비전 안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그 연결점이 반드시 내가 가는 길에 어느 순간 가치로 나타날 거라 믿고 있어.
사실 조직에서의 나의 평가와 승진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이유는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를 맞이하게 되는 순간 너무나 큰 좌절을 겪게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 꼭 CEO가 된다는 비전이 아니라 1,000명 이상의 CEO가 되고자 하는 것도 그런 이유지. 장소에 대한 한계를 미리 정해놓으면 그곳에서 나의 노력과 열정으로도 되지 않는 어느 상황을 맞이하는 순간 더 큰 좌절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야. 장소는 정하지 않되 지금 있는 곳에서 몰두하고 있는 게 지금 나의 상황인 것 같다.
삶을 바라보는 눈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 현미경으로 보는 눈과 망원경으로 보는 눈.
즉, 지금 당장 앞에 놓인 것들을 치열하게 해결해 나가며 살아가야 하는 순간과 먼 미래에 나의 방향을 보는 두 가지의 눈. 이러한 두 가지 시각을 우리는 삶은 시기에 따라 무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Y가 질문한 이 조직에서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평가받고 또 앞으로 얼마나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목표와 욕심은 앞에서 말한 두 시각 중 현미경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 삶에 가깝고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나에게 맞는 직무일까라는 고민은 망원경으로 세상을 보며 사는 삶에 가까운 게 아닐까 생각해.
단기적으로는 내가 지금 이곳에서 평가를 잘 받고 잘 포지셔닝하는 것에 집중하려면 지금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나에게 맞는 직무는 무엇일까라고 생각했을 때는 나의 먼 미래에 궁극적인 모습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조금은 민감한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이직’이란 부분에 대해 말해보자면 ‘이직’이라는 키워드를 쓴 것의 궁극적인 의미는 나에게 맞는 직무를 찾아서 그 직무를 하기 위한 부분 같은데? 맞는 거지?
난 그렇게 생각해. 나에게 맞는 직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한시적인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그리고 굉장히 불안정한 일 같기도 하고. 조직에서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건 그만큼 다른 부분은 놓칠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면 어느 한계에서는 절정에 닿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내가 책임으로 교육부서에 와서 어느 교육분야에 저명하신 교수님과 사적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나한테 바로 그렇게 물어보는 거야.
“자네는 교육을 평생 하고 싶은가? 아니면 조직에서 위로 올라가고 싶은가?”
“교육을 평생 하고 싶으면 조직에서는 절대 안 되고 유학을 가서 더 전문가가 되고 조직에서 위로 올라가고 싶으며 교육에서 벗어나야 하네.”
놀라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그때 또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사실 나는 교육이라는 직무에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면 조직에서 승진할 수 없다고 하니 내 비전인 1,000명 이상의 CEO도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도 할 수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깊게 고민을 한 적이 있어. 그래서 그때부터 난 생각했던 것 같아. 교육부서 이후에 나의 스텝은 어디로 옮겨야 할까? 그래서 많이 생각했었지. 인사를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막연히.
그런데 갑자기 조직은 나에게 다시 영업 매니저로 발령을 냈고 난 지금 이곳에 있지.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발령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 난 이것이 내가 나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스텝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 그리고 지금은 영업의 실무가 아닌 영업의 리더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을 목표를 두니 마음이 편해졌어. 지금은 망원경은 잠시 내 등 뒤로 넘겨 놓고 현미경을 꺼내서 보고 있어.
나도 조직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생각했어. 조직은 내가 원하는 대로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내가 생각하는 나의 적성보다 조직이 원하는 나의 포지션이 더 중요하다는 걸. 현재 있는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을 원한다는 것. 그렇다고 단순히 조직이 원하기 때문에 맞춰 산다기보다 오히려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며 또 하나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지금 위에서 말한 것처럼 현재에 몰입해서 성과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현재 나의 사회적 위치는 어느 정도 되는 확인하기 위해 링크드인이나 이런 곳에 나의 경력을 상세히 올려볼 생각도 하고 있어. 이직을 하던 안 하던 지금 당장 나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사적으로는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려고 별도의 모임도 하고 있고. 이건 직장이 내 모든 것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겠지.
이곳에 남고 떠나고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최소한 그런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는 건 개인의 의지라고 생각해. 떠나고 싶어도 떠날 곳이 없을 수도 있으니 최소한 막다른 골목을 올라가지는 않으려고 해.
나도 누구나 똑같이 흔들리고 흔들리는 불완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런 흔들림을 인정하고 나 스스로 어떤 결정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매 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어느 순간도 거짓된 시간으로 내 삶을 버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니. 미친듯히 흔들리다가도 다시 멈추는 순간이 오고, 너무나 평온해서 멈췄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바로 흔들릴 수 있는 게 사람이지 않을까.
점점 외로워지는 것 같아. 누군가에게 나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기가 힘들어지기도 하고. 우리는 그런 면에서 환경의 차이와 나이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 Y야.
이렇게 후배에게 내 마음을 가감 없이 전달한 경우는 없었어. 그만큼 우리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럴 수 있는 것 같아.
내가 오늘 보낸 편지의 글이 어느 순간 많은 모순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냥 이 순간에 내 감정에 충실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오늘 나의 이야기는 마무리할게.
앞으로 Y와 함께 써내려 갈 우리의 ‘흔들림’까지도 사랑하는 P형이.
2019.05.03 / 12시 27분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