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으으으으으 소리를 내며 이불속에서 겨우 일어났다. 날짜 계산을 잘못한 죄로 너무나도 추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분명 따뜻할 거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비행기에서만 해도 사람들이 패딩을 꺼내길래, '아니, 뭐 패딩까지 꺼내고 그러지?'라고 생각했는데. 하하하 한국 가서 패딩 가져오고 싶은 날씨다. 그래도 우린 젊으니까. 가진 옷 중에 제일 따뜻한 바람막이로 버텨내야 한다. 이불속에서 오들오들 떨며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어젯밤, 숙소 로비에 앉아 정한 오늘의 계획은 아침을 먹고, 아트갤러리에 갔다가 점심을 먹고. 박물관에 갔다가 숙소에 들리고, 하버브릿지에 갔다가 저녁을 먹고 스카이타워에서 야경을 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어난 시간을 보고 바로 계획을 수정했다. 역시 우리답다. 배가 고프다는 신랑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 생각 없이 숙소 근처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피자 어쩌고저쩌고, 샌드위치를 시켰다. 한국에서랑 똑같이 신랑은 양상추랑 토마토만 넣어주세요를 영어로 했다. 언제 어디서나 먹어도 맛있는 샌드위치. 괜히 외국에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건 기분 탓일까?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오면 꼭 가야 한다는 그곳, 아트갤러리였다. 입장료는 무료였으나 돈을 더 내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소심하게 무료입장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람을 했다. 그래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급하게 영어사전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모르는 단어들 찾아가며 열심히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괜히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야만 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카페도 있었는데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부랴부랴 움직였다. 걷고, 걷고, 걷고, 언덕을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사진도 찍고 사람 구경도 하며 이동했다. 가는 길에 오클랜드 대학교 시티 캠퍼스가 있었는데, 장난 삼아 여기가 오대야 오대!라고 했는데, 진짜 여기를 오대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이대, 감신대, 고대, 연대처럼.... 여긴 오대!
드디어 바람을 뚫고 걷고 또 걸어서 도착한 박물관. 박물관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들어갔더니 티켓 끊는 곳이 바로 있었다. 운이 좋게도(?) 한국인 직원을 만났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원래 한 사람이 25달러씩 50달러를 내야 했는데, 뉴질랜드에 거주한다는 것, 워킹홀리데이중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클랜드 거주자,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것 같았다.
볼게 정말 정말 많았다. 전쟁기념관과 박물관이 합쳐져서 총 3층으로 되어있었는데, 너무 좋았다. 한국어로 된 지도가 있어서 더 좋았다. 다 보고 나오니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아무래도 영어를 읽는 게 느려서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하하하. 다음 일정 원래는 하버브릿지였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언젠간 다시 오겠거니 생각하고. 저녁엔, 아트갤러리 가는 길에 봐 두었던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시켜먹었습니다. 그냥 페퍼로니 피자 하프로 시켰는데 이렇게 나왔다. 정말 큼.....!
저렇게 대왕 피자 2조각씩 총 4조각과 음료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27달러? 박물관에서 아낀 50달러로 먹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단순한 게 가끔은 참 좋다. 맛은? 엄청 짜고... 엄청 기름지고...... 콜라를 그냥 당기게 만드는 맛? 그런 맛이었다. 피자를 먹고 나서 너무 추워서 몸을 녹이겠다는 생각으로 숙소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다운받아온 꽃보다 할배를 보며 알콩달콩 시간을 보냈다.
추워서 갈까 말까 정말 고민하다가, 가기로 결정한 스카이 타워. 입장료가 싼 가격은 아니었다. 1인당 28달러. 이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남산타워+63 빌딩? 이런 느낌이었다. 꼭 가봐야 한다는 스카이타워. 밤에 가서 그런지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예뻐서 양가 어머님들께 영상통화, 동생들에게 영상통화를 했다. 아주 난리가 났었다.
바닥이 유리로 되어서 뻥! 뚫려있던데는 무서웠다. 낮에 와서 돈을 좀 더 내면 스카이워크도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스카이타워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춥다면서 아이스크림은 왜 먹었지? 그래도 맛있었다. 나가자마자 후회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뭘 많이 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하루로 마무리하나 보다. 이 숙소에는 한국인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아니 아시아 사람이라고는 우리밖에 없는 것 같다. 내일이면 우리가 앞으로 지내게 될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한다. 교회 이름 아니고, 지역 이름이다. 크라이스트처치로 이동해 지금 진행 중인 집 구하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것 같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