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를 찾아라
5월의 푸르름.
태곳적 에덴의 신비함을 머금은 대자연이 인간의 젊음조차도 시기하듯 자연 속 만물들은 그렇게 더욱더 빛을 내려했던가.
그 푸르른 자연의 따스한 햇살아래 우연히 찾은 진한 초록빛 네 잎클로버.
퀴라(현주)에게 어떤 행운을 안겨 줄 것인지를 기대하며 넣어두었던 그녀들의 책 속에 고이 간직된 네잎클로버 책갈피.
젊음은 오늘도 캠퍼스 잔디밭 사이로 푸르게 푸르게 피어오르는 클로버들을 뚫어져라 바라다보며 행운의 네 잎클로버를 찾고 또 찾는다.
“오늘도 나는 못 찾았어, 왜 내 눈에는 잘 안 보이지? 나에게는 행운이 없나!”
네 잎클로버를 못 찾겠다며 투덜거리던 미자는 잔디밭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와~ 와~ 나 또 찾았다”
네잎클로버를 찾았다며 못된 망아지처럼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그녀.
“어디 어디 봐.”
“여기... 나 벌써 대학 들어와서 다섯 개째 찾았어...”
“좋겠다. 현주 너한테는 정말 행운이 오려나 봐 부럽다”
“에이, 부럽긴. 이거 그냥 토끼풀이잖아, 행운이란 꽃말은 그냥 우리 나름대로 믿음이지 뭐 꼭 그런 건 아니잖아?”
“그래도... 왜 나는 안 보이고 너한테만 보이냐고?”
“호호호 호호호 그럼 내가 하나 줄까?”
“정말? 그럼 고맙고 ,,, 그럼 나도 행운이 하나? 호호호 호호호”
“일상의 작은 행복들 속에서 행운이 있듯이 행복이 있는 곳에서는 행운도 있다는 말 알지?”
“우와 현주 너 보통이 아닌데,,,, 작은 행복이라,.,,, 그럼 우리 매일매일 작은 행복 만들어 볼까?”
“그래... 좋아....”
퀴라와 미자는 따사로운 햇살아래 젊음이라는 특권의 보석들이 태양아래 이글거리며 퀴라와 미자의 반짝이는 눈동자에 반사되어 따갑게 부서져 내렸다. 마치 행운이란 무엇인가를 다 찾은 듯 캠퍼스 은행나무 가로수길 아래로 나란히 걷는 두 사람.
“미자야 저기 봐봐”
“뭐? 은행나무?”
“응, 저기 푸릇푸릇한 연한 초록빛 은행잎 좀 봐봐, 난 저 작고 연한초록빛 은행잎만 보면 똑 따서 입에 넣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
“에구구,,, 현주야? 정신 차려,,,, 먹을 게 없어서 은행잎을 따 먹냐? 요즘 자동차 매연에 산성비에 얼마나 오염이 됐는데 그걸 먹을 생각을 하니? 너 큰일이다. 병원 좀 가봐야겠어”
“아니야,,, 너 저렇게 순수하고 예쁜 은행잎 봤어? 저 이쁘고 여린 잎을 보고도 그런 생각 안 들면 넌,,, 넌,,, 흐흐흐 아줌마? ”
“뭐~ 뭐라고? 그게 아니고 지금은 5월이니까 이쁘게 보이지만, 겨울에는 잎도 없이 앙상한 나무만 남고, 여름에는 으으윽,,, 고약한 냄새나는 은행 때문에 싫고, 뭐 그냥 지금 이쁘다 그 정도지 너같이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전혀,,,”
“지금 이쁘고 아름답고 좋은 것 만 봐도 넘쳐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해? 그 이쁘고 아름답고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혹독한 겨울과 고통의 여름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더욱더 5월이 돋보이고 신비롭지 않니?”
“너?,,,,,, 아무래도 안 되겠다. 조금 더 나이 들고 나면 노처녀 히스테리 부리겠는데,.,, 노처녀 히스테리 부리기 전에 얼른 남자 친구 구해 주던지 해야지, 내가 옆에 있다가는 나까지 이상해지겠어, 하하하하 하하하하”
퀴라와 미자는 5월의 푸르른 잔디밭 위에 벌러덩 누워 파란 하늘 속 달콤한 흰 구름을 바라다보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5월의 푸른 하늘 속 흰구름들은 세월아~ 네월아~ 어디로 가거나 말거나 유유자적 그저 바람의 힘으로 흘러 흘러 어디론가 떠돌아다니며 그동안 지나쳐온 세상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라도 담아 누군가에게 소곤소곤 차근차근 살며시 건네주겠지.
“행복해? 그래 잘 지내~” 라고 넉넉한 인사라도 전해주듯 흰구름들은 늘 행복해 보인다. 언젠가는 우연이라는 만남조차 흘러가던 구름이 먼저 알아채고 있었다는 듯이 인생사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라 또한 말해주겠지.
“가자~~ 오늘 우리도 미팅하러 가야지? 내가 한건 잡았는데 현주야 고 고~~ 기차여행으로 고고”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래 가자”
기차여행,,,,,, 커피숍.
1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찻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기찻길 옆 옥수수밭
옥수수는 잘도 큰다
칙 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찻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칙폭폭 칙칙폭폭”
검정고무줄을 길게 이어 붙인 고무줄 안에 올망졸망한 여자아이들 서너 명이 사람 기차가 되어 골목길안을 여행할 때면 어김없이 골목길안 담너머로 철컥 철컥 쇳가루 잘게 갈아 내며 뜨거운 가루연기 흠뻑 내뿜고 우렁차게 달리는 기차와 마주치고는 한다. 그 기차는 골목길안 동네조차 꿀꺽 삼켜버릴 듯한 소리- “철컥철컥”“끽끽끽 “기차의 목청소리와 함께 “칙칙폭폭” 칙칙폭폭” 그런 기차소리와 함께 낭랑하고 카랑카랑한 여자아이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골목길안 기차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검정고무줄 기차 속 마지막에 승차한 여자아이 – 하얀 얼굴에 뾰족한 송곳니, 그리고 육쪽마늘코가 돋보이는 퀴라. 퀴라가 사는 마을은 읍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었던 장동이라 불리는 동네였다. 그곳은 군부대와도 가까웠기에 대부분 군부대 직원들이 그곳에서 가정을 꾸리며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한 그곳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기차역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골목길안에는 퀴라 또래의 친구들과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많이도 살고 있었다. 군인가족이 많았던 그 골목길안,,,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좋아했던 핫초코와 땅콩잼을 언제나 먹을 수 있었던 집은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퀴리의 친구들뿐이었다. 가끔 퀴라도 주변 친구들의 아버지가 군인이라는 말에 그 친구들에게는 조금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과 “놀러 가도 돼”라는 말을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퀴라에게도 핫초코와 땅콩잼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는 했다. 하얀 피부에 육쪽마늘을 닮은 코에 상아뼈를 닮은 뾰족한 송곳니를 가진 퀴라는 동네 언니 오빠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짓궂은 또래 남자아이들에게는 놀림거리 장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퀴라의 뒤를 따라오며 퀴라의 걷는 모습을 흉내 내고 있었다.
“앞에 가는 사람 엉덩이는 궁둥이~ 앞에 가는 사람 엉덩이는 씰룩 쌜룩~ 웃겨요”
그럴 때마다 퀴라는 남자아이들이 놀리는 말에 화가 나서 돌을 집어 들곤 했다. 하지만 정말 돌을 던질 수는 없었고 눈이 째져라 노려보며 돌을 던질듯한 시늉만을 한다 “야? 너희들 내가 이 돌 던진다, 정말 던진다” 퀴라는 남자아이들에게 돌을 던질 것 같이 겁을 줘보기도 했지만 그런 퀴라의 모습에 더욱더 신이 난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은 “용용~ 죽겠지!” 라며 얼굴에 검지손가락을 돌려대며 놀려댔다. 그리고 혀를 날름날름 거리며 “너 누가 누가 좋아한대” 라며 엉뚱한 소리 한번 더 내뱉고는 도망을 친다. 결국 퀴라는 그 자리에서 두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엉엉 울어버린다. 그렇게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여러 번 퀴라를 울게 만들었다. 군인가족들이 대부분인 골목길안, 하지만 퀴라의 아버지는 우체국 배달 일을 하셨다. 그 골목 안에 어울리지 않는 우체부 아저씨, 퀴라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군인가족 주인집 비위를 잘도 맞춰가며 군인가족 주인집 셋방살이를 알뜰하게 이어가셨다. 그리고 가끔 미제 핫초코 땅콩잼도 얻어오셨다. 신기한 맛이랄까! 퀴라의 가족에게는 그 맛을 보고 난 이후부터는 그 맛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핫초코, 땅콩잼을 처음 먹어본 사람이 퀴라의 가족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 먹어본 맛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 하지만 어느샌가 그 맛은 그저 미국맛으로 변해버렸고 퀴라의 어머니는 미제가 돈이 된다는 생각에 가끔 서울로 올라가셔서 미제화장품을 사 오시고는 하셨다. 그리고 그 화장품을 군인가족들에게 보여주시며 홍보를 하셨다.
“이게 바로 미제화장품여유, 이것만 바르면 얼굴이 젊어지는가, 벌꿀크림 그거 알지유? 벌꿀을 듬뿍 넣은 거라 얼마나 피부에 좋은지 영양을 다 피부에 준대니까유. 그러니 피부가 당연히 좋아져유. 이거 파운데이션 요놈도 얼마나 얼굴이 뽀얘지는지 조금만 발라봐 아주 뽀얗게 이뻐져유 또 요거 립스틱 요놈이 참 신기한 놈 여유, 한번 바르면 연한 핑크색 나오고유. 두 번바르면 이쁜 핑크색이구유, 세 번바르면 앵두 같은 입술색이 나오고유. 한번 더 바르면 섹시한 뻘건 색 나와유. 참 신기하지유?” 퀴라의 어머니는 어찌나 홍보를 잘하시던지 군인가족 사모님들은 더 가져다 달라며 예약까지 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 벌꿀크림 하나랑 립스틱하나 부탁해요, 아니다 내 동생도 사줘야지 두 개씩 갖다 줘요”
“저도 저도 립스틱이랑 파운데이션 갖다 주세요 이뻐지고 싶네요 호호호”
군인가족들에게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았던 미제화장품이라 생각했지만 그것 참 오산이었다. 퀴라 어머니는 그 당시 유행하던 벌꿀크림에 대해 이렇게 홍보하셨다.
“이거 비밀인데 벌꿀 크림통 아랫부분에 눈썹모양이 있어야 정품인 거 자기만 알려주는겨 봐봐,,,”
퀴라의 어머니는 군인가족 사모님들의 귓가를 간질간질 간지럽히며 정말 많이 파셨다. 물론 크림통 아래 눈썹모양이 있는 것이 정말 정품인지는 확인된 바는 없었고 단지 퀴라 어머니가 주문하러 가는 곳 도매가게주인이 전해준 말이라고 한다- 퀴라어머니도 퀴라도 벌꿀크림이 진짜와 가짜를 확인해 줄 만한 그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벌꿀 크림통 아래 눈썹모양을 보여주면 신기해하며 더욱더 퀴라 어머니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장사가 너무도 잘되다 보니 신이나신 퀴라의 어머니는 이제 매주 서울로 상경하셨고, 때때로 서울구경시켜준다며 퀴라를 데리고 서울 가는 기차를 타러 가셨다. 그럴 때마다 퀴라는 기차를 타는 것이 신기했고 커다란 도시, 서울이란 곳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 서울기차는 뭔가 다르다. 그리고 이렇게 커다란 서울이라는 도시가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건물도 높고 모두가 특이하게 생겼어요 저기에 누가 다 살고 있는 거죠?”
“호호호 호호호 엄마도 잘 모르지만 여기 사람들은 다들 부자 같아 저렇게 큰집에서 살고 있는 것 보니 그렇지?” 서울로 가는 기다랗고 예쁜 기차는 퀴라가 집 근처에서 늘 보아 왔던 기차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기차였다. 퀴라의 시선, 아니 그 또래 아이들의 시선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늘 보아왔던 그 골목길행 기차는 외롭고 삭막한 여행을 떠나듯 기차 표면도 차가운 회색빛을 띄며 유리창조차도 없었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그 기차 속 안조차도 차가운 시멘트로 가득 차있는 듯 느껴졌고 기차의 목적은 마치 돈을 벌기 위해 밤새 달려가는 시멘트 화물기차로만 보였을 것이다. 늘 보아왔던 기차, 하지만 한 번도 타본 적 없었던 기차. 그렇기에 서울 가는 기차 - 사람이 타는 기차는 퀴라에게 낯선 모습이었다.
그 후 기차를 또 타고 싶기도 하고 서울이란 큰 도시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퀴라도 종종 엄마를 따라 서울을 가게 되었으며 서울 구경도 할 수 있었다. 퀴라네 가족은 수입화장품 봇짐장사하시는 퀴라의 어머니 덕분에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퀴라와 동생에게 동화책과 옷등을 자주 사주셨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퀴리의 어머니는 좋아하시던 그 일을 그만두어야만 했다.
그 이유는 퀴라의 어머니가 집을 자주 비우다 보니 퀴라의 아버지는 화가 나서 술김에 퀴라의 어머니와 싸우시다 그만 퀴라의 어머니 앞니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술김에 화가 나서 퀴라의 어머니 빰에 손을 휘두르신 퀴라의 아버지, 그 손힘은 이를 부러뜨릴 만큼 무서웠다. 하필 앞니가 부러진 퀴라 어머니는 할 수 없이 그동안 알뜰살뜰 모아 온 돈을 들여 이를 치료하셨고 나머지 돈은 장로 속 사용하지 않는 이불속 안에 잘 넣어 두었지만 어느 날 장롱을 열어보니 이불이 엉망이 되어있었다. 이불속을 다 찾아보았으나 퀴라어머니가 감춰둔 돈은 없었다. 잘 개어졌던 이불이 엉망인 것을 본 퀴라의 어머니는 그 소행이 퀴라의 아버지임에 틀림이 없다며 퀴라의 아버지를 다그치셨다.
“또 당신 짓이지?”
“역시 당신은 귀신이야 하하하하”
“도둑질해놓고 웃음이 나와?”
“도둑질은 무슨.. 우리집 돈이 내 돈인데,,,”
퀴라의 아버지는 잘못을 해놓고도 인정을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퀴라의 아버지는 매번 퀴라의 어머니가 숨겨놓은 돈을 어찌 알았는지 장롱 이불속을 다 뒤져 찾아내어 결국 노름판에 다 써버린 것이다. 그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럴때마다 퀴라의 어머니는 땅을 치며 한탄을 하셨다.
“괜한 일을 한겨,,, 내가 미쳤지.... 어느 놈 좋으라고 이런 일을 해. 고생고생해서 밤새 서울 올라가서 흥정하고 그 많은 짐보따리 싸가지고 와서 여기저기 비위 맞춰 가며 팔고 모은 소중한 내 돈인데,.,,, 내가 미쳤지,,, 다시는 내가 이런 일 하나 봐라 에이”
퀴라의 어머니는 아픈 입을 부여잡고 엉엉 우셨다. 하지만 그일 이후에도 퀴라의 아버지는 반성은커녕 “돈 더 있으면 내놔봐” 라며 어울리지 않는 협박을 하셨다.
“내가 돈이 어딨어? 부러뜨린 이 하는데 다 썼구만... 노름하는데 탕진하고 뭘 잘했다고 내 돈을 내놓으래?”
“얼마나 살림을 못하면 그렇게 많이 번 돈을 다 쓰냐? 내가 벌어다 주는 돈은 다 어쨌어?”
“허.....허...... 허”
퀴라아버지의 말에 어이가 없으셨는지 퀴라어머니는 그냥 허탈한 웃음소리만 내셨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던 퀴라는 퀴라의 아버지가 어질러놓은 이불과 옷등을 주섬주섬 정리하며 엄마에게 물 한잔 떠다 드린다.
“나는 결혼 안 할 거야 아빠 같은 사람하고 살기 싫어, 그리고 엄마처럼 살기도 싫어”퀴라는 차마 입 밖으로 소리는 내지 못했다. 다만 열손가락과 입술에 힘이 가해져 자신의 몸을 학대하며 기억하자! 라는 다짐만 했을 뿐. 그 후 퀴라의 어머니는 결국 미제 화장품일을 그만두셨다. 화장품을 받아 쓰던 그 동네 사모님들은 아쉬운 마음에 퀴라어머니에게 다시 해보라며 설득을 했다.
“다시 해봐요 내가 더 팔아줄게 아니다 내가 좀 더 이윤 남겨 줄게, 그거 없으니까 내 피부가 엉망이 된 것 같아요” 라며 보채셨다. 그 말에 퀴라의 어머니도 다시 장사를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퀴라의 아버지는 늘 피곤하셔서 그랬을까! 노름 밑천이 없어서 그랬을까! 퇴근하자마자 일찍 집에 오셨다. 집에 오시면 늘 “밥 줘! 자게 불 꺼! ”라는 말씀만 하셨다. 퀴라의 어머니는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쉽사리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고요한 밤 컴컴하고 조용한 방안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시간마다 지나가는 기찻소리와 퀴라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뿐이었다. 그리고 모두 잠든 밤이어서 그런지 그곳의 기차소리는 밤이 되면 더욱더 커져만 갔다. 적막하고 어두컴컴한 밤이라는 어둠을 뚫고 떠나가는 기차소리는 마치 검은 밤하늘에 살짝 그어진 다섯 개의 오선지 위, 그 위에 콩나물들이 장단을 맞춰 “룰루랄라” 어디론가 줄을 맞춰 떠나가듯 멀어져만 갔다. 때론 그 어둠의 밤 속에서 으스러진 어깨를 뉘며 줄지어 떠나가는 기차소리에 그 동네 사람들의 꿈과 희망도 실어주며 행복한 꿈도 꾸게 해 주었을지도, 그리고 쌔근쌔근 잠자는 아이들에게는 무럭무럭 잘 자라는 자장가가 되어 주기도 하였겠지. 하지만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이방인들에게는 한시도 잠 못 이루는 밤이었을지도 - 이방인들 귓가에는 시끄러운 기차소리에 지독한 짜증을 실어주었기에 화장지라도 뜯어 엄지와 검지로 돌돌 말아 귀속에 박아두고 잠을 자야만 할 정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곳의 기차소리는 이방인들에게는 어둠과 함께 밤을 설치기에 안성맞춤인 그런 동네임에는 틀림없었다. 기차들은 밤마다 어디로 그렇게 또 무엇을 그리 많이도 나르고 어디로 가는지 무거운 기차는 철로를 따라 아픔을 노래하듯 “쒜쒜” 자신의 몸을 부딪쳐가며 왜 밤을 달리는지 퀴라에게는 신비로운 궁금증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