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이 지나고서야 동물병원 다니는 둘째 딸이 집에 왔다.
설명절 연휴에도 반려동물들을 케어하며 지내다 명절연휴가 다 지나서야 집에 올 수 있었던 둘째 딸.
그래서 나도 특별히 휴가를 내고 둘째 딸과 함께 여유를 만끽하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 홍차 이 잘 닦이고 있지?"
"그럼 일주일에 한 번 닦여, 그리고 매일 치석제거용 과자 주고 출근하지.... 그거 너무 힘들어, 내 치아 관리도 힘들구먼..."
"엄마? 뭐야? 이게 관리 잘한 거야?"
딸아이가 홍차의 입안을 살피더니 놀라며 얼른 병원 가야 한다고 동물병원에 전화를 한다.
"왜? 뭐가 잘못인데 병원을 가니?"
"엄마 큰일 났어, 홍차 잇몸이 다 내려앉고 염증이 심해"
"그래? 내가 이를 너무 심하게 닦아줘서 그런가?"
딸의 걱정에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고 30여분 정도 기다리면 진료를 볼 수 있다기에 갑작스럽게 병원을 가게 되었다.
1시간 동안 기다림 끝에 진료를 받게 된 홍차의 치아.
"아이고, 아직 어린데 심하네요"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발치를 해야 하는데.... 양쪽 어금니 다 심하네요. 우선 수술 전 검사를 하고 발치를 해야겠어요"
"비싸죠?"
나는 순간 홍차걱정보다 돈걱정을 하며 물었다. 그런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딸, 그리고 마치 비웃는듯한 의사 선생님표정.
나도 그렇게 묻고 싶지 않았다. "홍차 괜찮을까요? 발치만 하면 잘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이 우선였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의 입 밖으로 먼저 나온 것은 현실 속 나의 경제상황 속 급한 질문이었다.
"네 150만 원 정도?"
"네? 그렇게나 많이요? 저 임플란트 한 것보다 더 비싸네요"
"하하하하.... 수술 전 검사는 지금 하시고 3시간 후 데려가셔도 됩니다."
"네.... 에"
머뭇거리는 사이에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지금 해주세요. 3시간 후에 올게요"
그렇게 딸아이의 말로 결정이 나버렸다.
"엄마? 얼른해 주자. 그리고 우리 아쿠아리움 갔다가 맛있는 밥 먹자"
"우리 홍차 엄청 착하거든요. 그래서 아파도 아프다고 안 하고 배고파도 잘 표현을 안 해요..."
"............" 나의 말을 들은 의사 선생님은 미소만 지으며 홍차를 데리고 가버렸다.
오랜만에 온 딸을 위해 준비한 오늘의 귀한 시간들이 마치 허물어지듯 눈앞이 캄캄해졌다.
"엄마? 아쿠아리움이 작긴 해도 볼만하네... 우리 시간이 애매한데 카페 가서 브런치 먹을까?"
"그래"
카페에 있는 동안 나는 홍차가 걱정되었다.
"홍차 잘 있으려나? 처음으로 집 떠나서 낯선 곳에 떨어진 건데... 배는 안 고픈가? 오줌 마려울 텐데 어쩌지?"
"하하하하 엄마? 걱정 마, 병원이 더 좋다니까"
딸과의 데이트는 어찌 지나갔는지 홍차 데려갈 생각만 하다 시간이 흘렀다.
"우리 홍차 어때요?"
"네 정말 착하네요. 그리고 결과는 좋아요. 수술날짜만 잡으면 되겠어요"
착하다.... 그 뜻은, 우리 홍차의 발에 피멍이 잔뜩 든 것으로 보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수술날짜는 죄송하게도 일주일사이에 4번을 바꿨다.
나의 일정과 주말에 홍차가 혼자 있게 되지 않는 날을 찾느라 한 달 뒤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
그 후 나는 홍차의 밥 먹는 모습을 더 자세히 지켜보게 되었다.
"아프구나? 아픈걸 못 알아봐서 미안해"
홍차는 정말 아픈가 보다. 한쪽으로 사료를 씹다가 아픈지 입 밖으로 흘러나오고 다시 다른 방향 치아로 사료를 씹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아직 5살인데 왜 벌써 잇몸이 망가졌을까?
작년 나도 치아가 아파서 고생고생하며 임플란트까지 했는데.... 그 아픔 그 고통 잘 알면서 나는 홍차에게 무심했다.
수술날짜를 잡아놓고 나는 하루하루 홍차를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미안하고 걱정이 되는데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간식을 원하는 눈빛, 발짓이 눈에 밟히지만 나는 하지 못한다.
그 어떤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