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14
“미자야? 미자야?”
몇 달 동안 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살아야 했던 퀴라는 갑자기 미자가 있는 교실로 달려가 숨을 헐떡였다.
“미자야? 오늘부터 OO대학축제래! 글쎄 내일 밤 범룡이 오빠도 온대”
“정말? 그런데 어떻게 가?”
“에이, 다 알면서...히히히히”
“아... 그거? 오케이! 내일 저녁시간에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
“오케이”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며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퀴라와 미자는 마치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가 된 듯 그렇게 특정한 날 보상이라도 받는 듯 대학축제를 다리 삼아 또 한 번의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며 내일의 행복을 빌어 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퀴라와 미자는 보충수업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며 다시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야자 처음에는 담임이 감독하니까 좀 하는 척하고 담임이 교무실로 들어갈 때 그때 봐서 책상 들고... 알았지? 너도 조심해서 잘해! 들키지 말고...”
“알았어, 해볼게”
둘은 야자시간이 되자마자 열심히 공부하는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인 채 눈동자는 감독선생님의 행동을 요리조리 지켜보며 작전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감독선생님이 “그래! 잘하고 있군!”라며 한 바퀴 복도를 둘러보시더니 교무실로 들어가셨다. 감독선생님도 힘이 들었던지 아니면 학생들을 믿어서였는지 한동안 나오실 것 같지 않으셨다.
“자! 작전개시”
퀴라와 미자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책상을 나르기 시작했다. 주변 친구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았으나 퀴라와 미자는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쉬! 입술에 엄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답을 보내왔다.
“어, 현주야? 왔어?”
“응 얼른 가자”
학교 경계수인 정원수 사이를 가로질러 둘은 대학교 운동장 한편에 서 있는 돔 모형의 축제장에 도착했다.
역시나 여기저기 색색조명들이 휘번쩍 빛을 내며 퀴라와 미자 그리고 대학생들의 얼굴에 무도회 가면을 씌워놓은 듯 그들의 얼굴빛을 바꿔놓았다.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는 퀴라와 미자의 여린 심장마저 쿵쾅거리며 요동치게 만들었고 이어 심장뿐만 아니라 발가락 하나하나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요동치게 만들고 있었다.
“야호! 신난다... 범룡오빠! 사. 랑. 해. 요”
퀴라와 미자는 넋이 나간 듯 펄쩍펄쩍 온 힘을 다해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소리를 질러댔다. 흥에 겨워 교복을 입고 나왔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채 정신이 혼미하도록 뛰며 흥겨워하던 그 순간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들 뭐니?”
“.......”
“니들 뭐냐고? 안. 들. 려.?”
“네? 우리요?”
“그래 니들... 니들 여고생 아냐?”
흥에 겨워 무대에만 집중하던 퀴라와 미자의 등뒤에서 구경하던 대학생 언니가 퀴라의 어깨를 치며 짜증 나는 듯 여고생이냐고 물었다.
“아뇨! 우린 재,,, 수생인데요”
“뭐? 하하하하... 재수생? 교복 입은 재수생?”
“아.... 참”
잊어버렸다. 작년에는 친구에게 빌려온 후드티 걸치고 왔었는데 이번에는 잊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학교랑 고등학교가 붙어있어서 너네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축제하는 거 엄청 싫어하는구만, 거기다 야자 빼먹고 몰래 여기 구경 오면 어쩌니? 공부 열심히 해서 들어오던지... 아유”
비웃듯 입을 삐죽거리며 실실 웃고 있는 앙칼 맞은 여대생 언니가 팔짱을 끼며 퀴라와 미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것도 다 추억이잖아 내버려두어! 우리는 어서 가자!”
순간 퀴라에게 낯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앙칼 맞은 여대생 언니의 손을 잡고 이끄는 그 남자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순간 퀴라의 모든 시간을 멈춰 버리게 만들었다.
“니들 빨리 들어가 안 들어가면 너네 선생님한테 이른다”
“내버려두고 가자니까 우리도 할 일 많잖아 얼른 가자”
앙칼 맞은 여자를 끌어안 듯 잡아당기며 가자고 보채는 그남자...퀴라의 시선과 심장은 순간 멎어버렸다.
그리고 다정히 걸어가는 두 남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퀴라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저, 저 기...요”
“현주야? 왜? 싸우려고? 하지 마”
두 사람을 부르는 퀴라의 모습에 미자는 깜짝 놀라 퀴라의 손을 그들에게서 멀리 이끌었다.
그 순간 퀴라는 언어를 잃은 듯 온몸이 마비가 되어 멍하니 두 남녀를 바라만 보았다.
“그 사람 같아....”
“응? 그 사람? 그 사람이 누군데, 아는 사람이야?”
“윤.... 석 오빠”
“뭐? 정말? 그럼 진작 얘기하지 내가 달려가서 붙잡을까?”
“아니.. 아니야, 내가 잘못 본 것일지도 몰라”
“그래.... 아닐 거야... 아! 그런데 그 오빠 지금 대학생 아니야?”
”....... “
“오메.... 그럼 맞나 보다, 그 오빠 운 좋게 대학 갔다고 했잖아”
“미자야 그만 가자”
퀴라는 정신을 차린 듯 미자에게 들어가자고 했다.
퀴라와 미자는 다시 야자시작되기 전에 교실에 앉아 있어야 했기에 둘은 정신없이 뛰어들어갔다.
야자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퀴라와 미자의 심장소리도 마구 울려댔다.
“잘 가 무사히...”
“미투”
그렇게 좋아하던 범룡 오빠를 뒤로 한 채 가슴 뛰게 만든 또 한 명의 남자가 퀴라의 눈앞에 지나갔다.
“휴~ 큰일 날 뻔했다!”
퀴라와 미자는 야자감독선생님이 뒷짐을 진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숨죽이며 살금살금 책상을 들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감독선생님은 계단에서 00 대학 축제장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계셨기에 퀴라와 미자의 작은 소리는 듣지 못했다.
교실로 들어가자 여기저기 수군거리는 소리에 퀴라는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퀴라의 귓가에는 윤석을 닮은 그 목소리만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잠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 듯 퀴라의 머릿속은 온통 뻐꾸기소리와 퀴라를 부르는 목소리만 들려왔다.
“뻐꾹 뻐꾹, 퀴라야?”
“아니야, 아니야.. 그때 그 목소리 아니지... 지금 오빠 나이가 몇 살인데...”
아닐 거라며 부정하며 고개를 저어 멈춘 생각들 속에 혹시나, 왠지 모를 희망,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예감이 들썩이고 있었다.
퀴라는 야자시간 내내 온통 두 남녀의 뒷모습만이 그림자처럼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리고 퀴라의 연습장에는 수학문제 풀이가 아닌 윤석, 윤석, 이름만 수십 번 적고 있었다.
야자시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내내 그리고 집에 와서 잠자는 내내 퀴라는 윤석과의 추억만을 생각할 뿐 어떠한 다른 생각들은 결코 스며들지 못했다.
“미자야? 미자야?”
다음날 아침 1교시 수업을 마치자마자 퀴라는 미자의 교실로 달려가 미자를 불러냈다.
“미자야? 너 어제 그 사람 얼굴 생각나?”
“누구? 그 여자?”
“아니... 그 여자 말고 그 옆 남자”
“아.. 그 오빠 같다는 남자? 그 사람... 음.... 팔이 굵고 길고 다리가 굵고 길고...”
“그거 말고 얼굴”
“얼굴? 아... 턱이 둥글고, 아 몰라 컴컴해서 잘안보였어, 생각 안 나”
“.......”
“왜? 또 그 생각해?”
“응, 나 잠도 못 잤어... 분명히 그 오빠 같아서...”
“그래? 그러면 우리 또 가볼까? 축제 기간이니까 어쩌면 또 볼 수 있잖아, 저녁시간에 우리 가보자”
“그래도 될까? 미자야 역시 너뿐이야 고마워”
퀴라는 걱정스러우면서도 그렇게 말해주는 미자가 고마웠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퀴라의 마음속에는 그 남자가 윤석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해 있었다.
남은수업시간 내내 퀴라는 선생님의 얼굴모습을 바라보며 윤석의 눈. 코. 입 모습만 그려볼 뿐 다른 어떠한 모습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종이 울렸고 미자는 퀴라의 교실로 달려갔다.
“퀴라야? 저녁 먹지 말고 가자”
“그래! 그게 좋겠다, 내가 노을빵 사가지고 올게 잠시만...”
퀴라는 노을빵 두 개를 사들고 미자와 함께 학교경계인 정원수를 넘어 대학교 잔디밭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저 언니들 좀 봐! 나 고등학교 졸업하면 저 언니처럼 파마도 하고 옷도 입어야지”미자는 노을빵을 우걱우걱 입에 넣어대며 뭐라 뭐라 말을 해댔다
“그래... 정말 예쁘다.”
퀴라와 미자는 대학생 언니들의 모습을 정신없이 쳐다보며 부러움과 함께 목이 메인 노을빵을 꿀꺽꿀꺽 삼켰다.
“미자야? 잘 보고 다녀봐! 어제 그 두 남녀 잘 찾아봐”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색깔조명 때문에 잘 안 보여서 기억이 잘 안 난다... 어제랑 같은 옷을 입었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 찾겠지. 어두워지니까 잘 안 보인다 그냥 가야 되겠지?”
아쉬운 마음에 조금 더 대학교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지만 또 다른 남녀커플들만 보였을 뿐 어제 보았던 그 커플은 보이지 않았다.
“미자야? 미안해, 저녁도 못 먹고, 나 때문에 힘들었지?”
“아니야, 나도 좋은 구경 했어. 너무 낙심하지 마, 그 오빠 너랑 정말 인연 있으면 언젠가는 만날 거야... 기다려봐”
“그래....”
퀴라와 미자는 아쉬운 마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저녁식사시간이 끝나갈 무렵인지라 마음 편히 교실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자리에 앉은 퀴라는 온몸에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듯 멍하니 대학교 운동장 쪽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다행이다... 정말 윤석오빠라도 만났으면 나 어쩌지? 차라리 오빠가 아니길 제발.....”
퀴라는 점점 크게 들려오는 축제장 노랫소리에 맞춰 입술을 깨물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리고 퀴라는 그날 이후로 윤석을 찾지 않았다. 미자에게도 다시는 윤석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며 도와달라고 말을 했다. 다만 퀴라의 마음속에 남겨진 한가닥 희망이랄까! 우연, 숙명이라는 말이 믿고 싶어 졌을 뿐이었다.
“그래 공부하자, 고생하시는 엄마, 그리고 구치소에 계시는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 딸이 되자”
퀴라는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미자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영어 단어를 외우며 영어선생님의 환한 미소를 생각하며 열심히 영어단어를 외웠다.
야자시간 내내 공부 열심히 하고 집에 돌아가서도 퀴라의 어머니 가게에서 설거지 일을 돕다가 방으로 들어가 공부를 했다.
“현주야? 내일 아빠 나오시는 날인데 뭐해드릴까?”
퀴라의 어머니는 20여 년이 다되도록 속만 썩이는 남편에 대해 또 다른 어색한 기쁨을 표출하셨다.
“아빠 좋아하시는 닭매운탕”
“아 그래 맞다 호호호”
퀴라는 생각했다 “엄마가 많이 외로우셨나!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 이혼이라는 말씀은 안 하시니 다행이다...”
다음날 아침 가게 안은 벌써 음식냄새로 가득 찼다.
“엄마? 명절도 아닌데 전을 부치고 그래?”
“응 니 아버지가 이거 버섯전도 좋아하고 고추전도 좋아해서... 아침에 그다지 할 게 없어서 그냥 해본 거 어서 앉아서 좀 먹고 가”
“아니에요 입맛이 없어서... 도시락만 주세요”
퀴라는 맛을 보라는 퀴라어머니의 말씀에 도시락만 가지고 나가버렸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학교정원은 변해갔다. 마치 미술부 학생들이 학교캠퍼스에 연습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노란색, 갈색, 자주색, 파란색등 물감을 묻혀 큰 붓으로 여기저기 그어댄 듯, 본연의 자연에 대해서는 배려도 아쉬움도 없이 그렇게 무심하게도 변해가고 있었다.
그 변화에 어울리듯 퀴라도 여고시절의 마지막을 알리는 고3이라는 수식어도 얻었고 퀴라의 학교 위 00 대학교 또한 분주해 보였다.
1교시 시작하기 전 퀴라는 화장실을 다녀오며 답답한 마음을 식히기 위해 잠시 계단에 멈춰 섰다.
분주한 00 대학교 정원을 바라다보며 난간에 기대어있는 퀴라에게 미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현주야? 오랜만이다. 우리 전생에 견우와 직녀 아니었을까? 헤헤헤헤”
“어머, 미자야... 정말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어”
“그래 우리 견우와 직녀 맞다 그렇지? 히히히 아참 오늘 여기 대학교 행사 있대”
“무슨 행사?”
“졸업식, 나도 얼른 대학생 되고 싶다. 그리고 졸업도 하고 싶어”
“하하하하하 야? 대학도 아직 못 들어갔는데 금방 졸업하고 싶냐?”
“응 나도 그 뭐야 그 사각모? 그 모자도 쓰고 판사 같은 그 옷도 입고 싶어, 꼭 판사 같잖아 이히히히”
추운 겨울 대학 캠퍼스 안에는 새하얀 눈이 잔디밭 위에 마치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듯 손뼉 치며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쉬는 시간 퀴라와 미자는 대학졸업식을 자세히 보기위해 계단 난간에 매달려 신기하듯 대학 졸업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자야 그만 들어가자 수업시작하겠다”
“그래 현주야? 다음 쉬는 시간에 여기서 또 만나자 너 줄게 있어”
“그래 이따 봐 공부 열심히 하고...”
“응 너도”
퀴라와 미자는 다음 수업시간을 위해 교실로 들어갔다.
“Guten Morgen!”
“Guten Morgen!”
독일어 선생님은 아침인사를 한 후 반짝거리는 이마 위에 흘러내린 머리카락 다섯 줄을 치켜올려 미끄덩한 둥근 머리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아니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말을 왜 배우지?”
여기저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퀴라도 그런 생각을 여러 번 하고 있었으며 독일어를 배워서 뭐 하나 독일도 못 가볼 텐데... 라며 단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대신 독일어 선생님의 특이한 발음소리로 간간히 아이들을 웃겨주며 흥미를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언어에 대한 신기함이랄까 단어에 성이 존재하다니, 그러한 궁금증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독일어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독일어 선생님의 인사말이 들려왔다.
“Auf Wiedersehen!..... Toi toi toi!”(다음에 만나요 행운이 함께 하길 빌어요)
“Auf Wiedersehen!....... 미투”
선생님의 인사말씀에 여학생들은 장난이라도 치듯 미투...라고 말을 해버렸다.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고 쉬는 시간 역시나 여고생들은 다시 우당탕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퀴라도 미자를 만나기 위해 종종거리며 나갔다.
“현주야 여기야 이리 와”
“응, 여기 잘 보인다”
“그렇지? 내가 땡 치자 마자 달려 나와 맡아놓은 자리야, 너 늦게 올까 봐 히히히”
“그래? 고마워”
“자 이거 먹어봐”
“이게 뭐야?”
“엄마가 튀김을 해주셨는데 네 생각나서 가져왔어, 뜨거울 때 먹어야 하는데 날씨도 추워서 눅눅해졌지만 그냥 먹어 둬 히히”
“어머, 고마워”
퀴라는 작은 도시락 뚜껑을 열어 손가락으로 튀김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 이거...."
“응 너 처음 보는 튀김이지? 하하하하 나도 너무 신기해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현주한테 맛 보여주려고 가져온 거야”
“어머”
퀴라는 튀김 하나를 집어 들고는 먹지도 못하고 내려놓지도 못하고 있었다.
“얼른 먹어! 너무 감동받지 말고 그냥 먹어, 쉬는 시간 다 끝나가”
“응... 맛있다”
“그렇지? 꼴뚜기튀김이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니? 하하하하”
“응, 고마워”
“저기 봐 저기 멋지다. 언니 오빠들 멋진 옷도 입고 사진도 찍고 꽃다발도... 부럽다.”
미자는 졸업을 하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보며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하지만 퀴라는 꼴뚜기튀김을 목으로 넘기려는 순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미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어릴 적 엄마의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해 둔 백설공주 동화책 속 왕자님이 퀴라를 부르는듯한 목소리에 시선이 옮겨졌다.
“여기요~ 여기요!”
“사진 찍으시려고요?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 졸업추억 남기세요.”
캠퍼스 내 사진사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졸업생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촬영해주고 있었다.
“네! 우리 둘 같이 찍어주세요! 우리는 졸업생은 아니고요 그냥 추억 남기려고요 호호호”
두 남녀커플이 사진사를 부르며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마치 웨딩촬영을 하듯 여자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뾰족한 턱은 남자의 어깨에 기대고 남자는 여자의 허리를 한 아름 안고는 사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에게게... 저게 뭐야? 잘 어울리는 바퀴벌레 한쌍이네 칫!”
미자는 샘이 난 듯 입을 삐죽거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퀴라는
“미자야? 부럽지~ 그러니 너도 좋은 대학 가서 저렇게 커플 해봐”
“난 저렇게 안 해, 아주 멋지게 내 남자친구가 나를 번쩍 안고 찍을 거야”
“야? 무슨 웨딩 촬영 하냐? 호호호호”
퀴라와 미자가 웃고 떠드는 사이 또 쉬는 시간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아우... 우리도 올해가 지나면 졸업인데...”
퀴라는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발길도 시선도 모두 멈춰버렸다. 시선이 멈춘 자리에 사진촬영을 하던 두 남녀가 퀴라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그 모습에 퀴라는 순간 모든 것들이 멈춰버린 듯했다.
“현주야? 가자! 종 쳤어...얼른 와”
“으....응”
그리고 미자의 목소리가 너무도 컸던지 두 남녀도 퀴라가 서있던 계단 난간에 시선이 멈췄다.
“오빠? 여기가 내가 나온 고등학교야 여기서도 찍자”
여자가 남자를 이끌며 다가오던 순간 퀴라와 그 남자는 시선이 마주쳤다.
“...............”
“어,...."
“저요?”
그 남자는 퀴라가 주저하며 쳐다보는 모습에 “저요?”라고 말을 했고, 그 말에 퀴라는 정신없이 뒷걸음질 치며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퀴라는 자리에 앉아 숨이 막힐 듯 가슴이 터질 듯 눈물을 마구 쏟아냈다
“맞아, 정말 맞다고...그런데 날 몰라보나 봐!"
종합장을 다 적시며 한 시간을 다보내고 나서 다시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릴 때쯤 조용히 일어나 계단이 있는 복도로 나갔다.
하지만 두 남녀는 없었다. 그리고 대학캠퍼스 잔디밭에 있던 대학생 언니 오빠도 사진사도 아무도 없었다.
졸업식이 끝났다. 텅 빈 대학캠퍼스 안 잔디밭에는 어느새 새하얗던 눈이 질척하게 녹아내려 더러움만 남긴 채 조용했다.
그리고 퀴라의 가슴에도 슬픔만이 남아 온몸을 축축하게 적셔갔다.
“그래 잘됐어, 날 몰라 보는 게 더 나을지 몰라, 날 알아보고 나면 그때 그 일이 다시 떠오를 테고, 난 뭐라고 하지?”
하지만 퀴라는 서글펐다. 둘이 사진 찍던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퀴라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오후 점심시간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서 미자를 보러 미자의 교실로 갔다.
“현주야? 점심은? 왜? 무슨 일이야?”
미자는 퀴라의 굳은 얼굴 표정을 보며 쉴 새 없이 질문을 해 댔다.
“응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알았어 얼른 도시락 정리하고 올 테니, 내 자리에 앉아있어”
미자는 맨뒤에 앉은 친구 경선이와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미자는 밥을 남긴 채 도시락을 정리하고 퀴라에게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퀴라는 미자에게 쉬는 시간 윤석오빠를 보았다고 말해주었고, 그 커플이 바로 윤석이라고 말해주었다.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리는 퀴라를 두고 미자는 잠시 자리를 떠났다.
“현주야 잠시만 기다려”
“응”
그리고 잠시 후 미자는 종이컵을 들고 들어왔다.
“현주야? 이거 마셔, 달콤한 코코아 한잔 마시고 얼른 잊어버려, 남자는 다 그런 거야 알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미자는 현주의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래, 맞아... 배는 언제나 떠나지?”
“그럼 그럼, 얼른 잊고 너도 대학 들어가서 보란 듯이 멋진 캠퍼스커플 만들면 되지”
“음..... 그러자”
퀴라는 잊는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그동안 우연히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살아온 날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감도 희망도 없다는 것에 대해 너무도 가슴 아팠다.
“건배”
“우리의 대학생활을 위하여”
퀴라와 미자는 코코아잔을 부딪히며 내일의 축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