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경의 새로운 출발
7
“어머, 너무 이쁘다. 역시 희경씨야...”
동료들의 환호소리가 여기저기서 메아리쳐왔다.
“그럴 줄 알았어, 언제부턴가 과장님이 희경씨를 자주 부르더니, 이런 일이...”
“그래, 과장님이 희경을 뺏아간 거야”
그랬다. 희경이의 신랑은 바로 믿고 싶지 않았던 소문대로 과장님의 외아들였다.
과장님 닮아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얗고 똑똑해 보이는 신랑감...
아름다운 신부 희경의 입가에는 들고 있는 핑크빛 부케꽃처럼 미소가 가득했다
“희경이는 좋겠다. 시아버지 빵빵해 남편 빵빵해, 앞으로 승승장구네, 부러워 부러워”
결혼식이 끝나고 희경은 먼 나라로 세계일주를 떠난다.
“희경씨는 여행 중이고 우린 일하고 봉자 씨? 봉자씨 짝꿍 시집 잘 가서 여행도 잘 가는데 봉자씨는 언제 갈 거야? 안 부러워?"
"봉자씨도 다른 부서 과장님 아들 알아봐... 호호호호”
동료들이 봉자의 마음속에 피고 있는 가녀린 개나리 꽃잎을 하나하나 뜯어내는 듯 봉자는 우울해졌다.
희경의 남자와 봉자의 남자 자랑하기 좋은 남자, 자랑할 수 없는 남자.
며칠이 지났을까 희경은 9박 10일간의 달콤한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한 남자의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있었다.
“오늘은 무슨 국을 끓일까? 된장국, 시금칫국, 김치찌개?” 열심히 인터넷도 찾고 잡지책에서도 오늘의 메뉴를 찾아본다.
결혼 전에는 퇴근시간도 머뭇거리며 아니 퇴근시간이 희경의 머릿속 숫자에 정해져 있지 않았던 일들이 지금은 일각일초를 다툰다.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후다닥 나가버린다.
때마침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희경의 남편이 문을 열어준다.
“어머, 저 허연 얼굴 좀 봐, 키도 크고 매너도 완빵, 정말 우짜냐? 그 남자 더 불쌍해진다.”
동료들은 이제 지나간 그 남자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남 잘되면 왠지 찬물 한번 끼 얻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는 것이 맞나 보다.
“자기야? 준비하고 있어 일마무리 잘하고... 알았지?”
“웅... 근데 좀서운하다.
여기 오래 있었는데 동료들하고도 헤어져야 하고 더 큰 곳으로 가려니 두렵기도 하고...”
희경은 어떤 운이 들어온 것인지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남편이 자리 잡고 있는 대도시에 더 멋진 직장, 희경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동안 감사했어요. 잊지 못할 거예요...”
“그래, 잊지 말자, 좋은 데 가서 잘 지내고 가끔 연락혀...”
“희경씨? 그동안 고마웠어, 짝꿍을 잃어서 마음은 아픈데, 그래도 잘돼서 좋은 곳으로 가니까 나도 좋다.”
봉자도 희경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그 후 희경은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일을 하며 새 삶을 살아간다.
“여보? 축하해!”
“우리도 이제 엄마 아빠네? 호호호”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 딸기 먹고 싶어, 바닐라아이스크림도...”
“알았어 이따 봐 사랑해~~”
희경은 퇴근하고 남편이 사 온 딸기와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난 일을 떠올린다.
“아이스크림 같은 아이스크림이었지, 반지... 내가 왜 그렇게 화를 냈었나, 내가 너무 교만했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스크림 속에 반지를 넣으려고 반지 깨끗이 닦고 아이스크림 속에 몰래 감추고 다시 흔적을 지우고...”
희경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
“잊자, 우리는 함께할 수 없었어, 엄마도 앓아누우시고 모두 반대하는 결혼을 할 수 없었어, 지금 봐,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해, 나하나 바꾸면 이렇게 행복한걸...”
희경은 지금의 행복이 모든 가족의 행복이라 생각한다.
그저 수평선 위 평온한 물결 위 요람하나 왔다 갔다 쌔근쌔근 아기 잠재우듯 그런 고요한 삶을 살아가려 한 것일까!
뜨거운 사랑에 데어본 희경, 미지근한 사랑이 그리워서? 아니면 데기 싫어서? 조건이 좋더라, 평생 고생 안 시킬 것이다.
"여자는 남자 잘 만나야 해..." 이런 말들, 나에게 좋은 말이 아닌 세상에 좋은 말들을 따라 해야만 하는 것인지...
희경은 뱃속의 아기에게 미안해졌다.
무럭무럭 잘 자라주는 아가에게 희경의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주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아빠곰은 뚱뚱해.... 아니다 지금은 엄마가 더 뚱뚱해, 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