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굴레 6

봉자의 사랑은...

by 소소예찬

8

“힘들면 팔짱 껴도 돼, 무료로 빌려줄게...”

“네? 아.... 호호호”

봉자가 그 남자 M의 팔 안에 팔을 걸어본다.

어색한 팔짱, 하지만 늘 봉자의 머릿속에는 팔짱을 낀 남녀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생각, 단지 생각이었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아, 정말 생각하고 바라고 바라면 이뤄지는구나!” 맞다 이건 봉자가 어릴 적부터 빌었던 소원.

“달님! 달님! 저 이제 4학년입니다. 이제 오줌 안 싸게 해 주세요, 그럼 저 말 잘 듣고 착한 딸 될게요” 이렇게 달님 보며 매일 마을회관 국기 게양대 위에 올라가 빌었던 봉자. 어릴 적부터 몸이 많이 약했었다. 그 탓인지 매일밤 악몽에 시달리며 가위눌리고 그러다 보니 이불에 지도를 수없이 그려야 했던 봉자.

그렇게 매일 달님에게 빌었던 봉자의 소원, 얼마 안 가서 봉자의 소원은 이뤄졌고 그다음 소원이 다시 생기게 된 것이다. 그건 다정한 남자친구와 팔짱 끼고 걷는 소원...


“어이~~ 바퀴벌레 한쌍?”

머리 위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바람에 무슨 소리인가 봉자와 그 남자 M은 여기저기 둘러본다.

그순간 그 남자 M은 좀 더 빠르게 걷는다.

공사장을 지나치고 알게 된 그 말뜻, 안 어울리는 한쌍? 너무 잘 어울리는 한쌍?

“부러워서 그랬을 거야, 지그들은 높은 데서 일해야 하고 우린 팔짱 끼고 룰루랄라 연애하며 노는 줄 아는 거지~”

봉자는 속으로는 괜스레 으스댔다.

하지만 그 남자 M의 마음은 달랐다.

“나이 먹고 키 작고 소갈머리 없고 이런 내가 젊고 이쁜 아가씨와 팔짱 끼고 가니 우습고, 여자가 아깝다 그거지” 이렇게 그 남자는 고개를 숙이며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 후 그 남자 M의 카니발에 무사히 다녀온 후 그 둘은 더욱더 가까워졌다.

“아저씨? 아저씨 노래 무진장 잘하시고 춤도 너무 잘추셨어요. 정말 따봉이에요”

“그래? 하하하하 나 못하는 거 없어, 이따 우리 집에 와 내가 야채볶음밥 해줄게 나 요리도 잘해 하하하”

"어머, 정말? 그래요? 알았어요 꼭 갈게요~~”

봉자는 수시로 그 남자 M의 집에 가서 밥도 먹고 티브이도 보고 비디오영화도 봤다.

하지만, 어느새 봉자의 부모님이 알게 되었고 봉자의 부모님은 이웃 동생같이 여기던 그 남자 M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그 남자 M도 봉자네 가게에 오지 않았다.

그렇게 봉자의 부모님과 그 남자 M의 사이가 어색해지고 멀어질수록 봉자와 그 남자 M의 마음은 더 뜨겁게 활활 타고 있었다.


“우리 도망갈까? 아주 멀리... 자신 있어? 나만 믿고 살 수 있어?”

“안 돼요. 우리 부모님은 저한테 기대가 큰대요. 그러면 안 되죠”

“그럼, 내가 가서 빌어봐?”

“아니에요 조금만 기다려봐요. 아직 제가 어려서 그런 듯해요. 이제 겨우 이십 대 초반인데...”

“그래 맞아, 내가 도둑놈이지, 봉자 말이 맞다... 기다리자”

그렇게 봉자와 그 남자 M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차가운 물로 사그라트리며 하루하루를 가슴 뜯기며 살아갔다.

보고 싶어도 참아야 하고 만나고 싶은데도... 생각만 해야 했다.

봉자의 부모님은 둘 사이를 눈치채고부터는 봉자의 걸음걸음 모두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봉자의 부모도 다른 부모처럼 제자식만을 최고로 생각하는 고슴도치부모였을 뿐.


9

“봉자씨? 봉자씨?

퇴근하려는 봉자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는 바로 희경의 남자친구였던 남석이란 남자였다.

“어머, 여긴 어쩐 일로?”

“어쩐 일은요, 지나가다가 봉자씨가 버스 타려는 것 같아서 제가 태워가려는 거죠”

봉자는 흐뭇함과 안쓰러움의 감정을 함께 내보이며 남석의 멋진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저 아주 잘 지내요”

봉자는 조심스러웠다. 물론 남석도 희경을 알고 있는 봉자에게 조금의 미련 따위의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쿨한 척 그렇게 웃고 있었다.

“봉자씨? 사실말이죠 저는 이제 미련 없어요, 희경이를 무척 좋아하긴 했는데 저랑은 맞지 않았고 인연이 아니라 생각했어요. 그걸 빨리 깨달은 희경이가 먼저 떠난 것뿐이고요.”

“맞아요, 남석씨도 앞으로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보기에는 남석씨가 다른남자보다 더 멋져요 호호호”

다른남자란 희경의 남자 과장님의 외아들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다른남자가 나을것이라 생각했다.

“하하하하, 정말요?”

"네네네"

그렇게 둘은 부드러운 바람의 향기 속으로 행복한 웃음소릴 실어 보냈다.

남석.

위트 있고 멋지고 낭만 있고 여자라면 한 번쯤 사귀어보고 싶은 그런 남자.

그런 남자에게 봉자도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남의 남자. 그렇기에 넘보면 안되지 라는 이유로 끌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희경이 남석과 사귀고 있었던 그때, 제일 먼저 알고 있었던 사람은 바로 봉자였다.


“봉자? 나 사실 남석씨랑 사귀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어머, 정말? 남석씨가 고백했어?”

“응, 매일 꽃다발 들고 우리 집 앞에 와서 기다려 ”

“좋겠다. 꽃다발 비쌀 텐데... 매일?”

“저번에 나 아팠을 때 죽 가져온 사람도 그 사람이야, 그리고 생일날 케이크, 꽃다발 보낸 사람도...”

“어머, 어머, 멋져라...”

희경은 매일같이 봉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즐거워했었다.

그 반면에 매일 행복한 사랑이야기를 듣고 있던 봉자는 마치 소설 속 가련한 주인공이 되어 가는듯 했다.

“희경아? 오늘도 만나? 어디서? 뭐 먹을 건데? 주말에는 어디 갈건데?”

“웅, 오늘은 시내 가서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 먹고 주말에는 여행 갈 거야”

“여행은 어디로?”

“응, 변산반도”

“어머? 그렇게 멀리? 단둘이?”

“응, 당일치기... 부모님한테는 말 못 하고 그냥 친구들과 놀러 간다고 했는데... 좀 맘에 걸리네...”

“그래, 근데 변산반도에 가면...”

“왜?”

“아니... 부러워서”

봉자는 차마 말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 속설이겠지... 결혼하지 않은 연인이 가면 헤어진다는 말. 거짓이겠지,, 희경과 남석씨는 둘 다 멋진 사람들이라 헤어질 일이 없을 거야...”

그렇게 봉자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한편으로는 “헤어지면 어쩌지? 과연 속설이 맞을 수도 있을까?” 라며 봉자스스로 내기를 걸었었다.

“헤어지면 내가 한번 사귀어볼까?”

더 큰 기대를 해봤던 봉자. 그리고 변산반도여행을 다녀온 이후 급속도로 사내에 소문이 퍼져나갔다.

물론 여직원들만 아는 비밀...

소문의 시작은 물론 희경이었다.


10

남석과 봉자...

버스정류장을 지나쳐가는 남석의 시선에 봉자가 다가왔다.

흡입하듯 빨려드는 봉자의 모습

“내가 조금 늦게 나왔으니 지난번처럼 지금쯤 이곳을 지나갈 시간인데...”

봉자는 머리를 흔들어댄다.

“왜 이러지?”

하지만 봉자의 바람대로 남석의 차는 봉자의 앞에 서게 되었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봉자의 집 근처작은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을 하기로 했다.

그 한잔속에 남석은 괜찮다면서도 한탄과 서러움을 봉자에게 털어놓는 것이고 봉자는 마치 연애경력 수십 번 되는듯 “맞아요, 알죠...” 라며 그 마음에 동의해 가는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당시 봉자는 찌릿한 첫사랑을 겪고 있었기에 남의 사랑받아줄 여유가 있었다.

받아준다는 여유...

남석의 아픔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고 그저 상대의 아픔에 “아그렇구나, 그렇지”란 표현이었을 뿐이었다.

둘은 종종 호프집에서 닭반마리 주문하고 아픈 사랑이야기를 소설책 읽고 토론하듯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그렇게 자주 만나다 보니 서로가 친구가 되어버린 듯 아주 편해졌다.

봉자에게 조금 있었던 남석에 대한 연민도 이젠 그저 동정으로만 남게 되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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