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의 출산과 지은의 다짐
라일락향기가 그윽한 그 이듬해봄...
마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그런 날들이 지은을 기다리듯 연신 꽃들이 피고 지고 그렇게 지은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 달. 두 달... 언니와 은철이 떠난 후 1년이 가까워질 무렵 아무런 소식도 없었던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지은아? 나야”
“지선언니?”
지은아? 부르는 목소리에 지은은 금방 언니란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응, 나 배 아파 나 아기 낳으려나 봐 얼른 와 줄래?”
언니의 얼른 와 줄래? 란 말 늘 그래왔듯 지은의 언니 지선은 언제나 지은이 당연히 와줄거란 것을 알았다.
“응 알았어... 거기 어디야?”
갑자기 연락 온 지은의 언니 전화에 지선은 모든 일을 접고 달려갔다.
달려간 그곳엔 언니와 애기, 그리고 그렇게 지은의 한쪽 가슴을 붉게 달아 올랐던 심장을 아직도 사그라트리지 못한 그 남자 은철이가 서있었다.
잘난 아들... 아기의 얼굴을 다정하게 쳐다보며 연실 미소를 짓는 그 남자.
“와줘서 고마워”
지은의 언니는 지은에게 언니로서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동생 지은에게 감추려 애쓰는 마음이 흠뻑 배어 나오고 있었다.
언니의 그런 말에 지은은 “오지 말걸, 내가 필요 없는데 왜? 나를, 내가 왜 온 거지?”
그렇게 한참 은철을 닮은 아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지은 - 이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좀 일찍 태어난 조카는 입만 옹긋옹긋 먹을걸 달라한다.
지은도 안아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안을 수가 없었다.
아기에게서 은철의 심장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에 잠시 머뭇 거리고 있을 무렵 은철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고마워”
지은은 생각했다. 도대체 뭐가 고맙다는 것인가?
은철도 고맙다는 말을 해놓고서도 어찌할 줄을 몰랐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고맙다는 말이 나왔을까?
어색해진 지은과 은철...
그래도 지은은 은철이 없을 때 언니의 수발을 들었다.
그리고 퇴원하는 날 셋 아니 아기까지 넷 그렇게 넷은 택시를 타고 10여분 길을 갔다.
앞서가던 지은의 언니와 은철 그리고 아기는 아주 조그마한 방에 들어갔다.
“지선아? 얼른 누워~ 얼굴이 너무 창백해! 어쩌지? 철분제 먹어야겠다” 라며 얼굴을 닦아주며 큰 걱정을 해주는 은철은 지은의 언니 지선에게 너무도 다정다감했다. 그런 모습에 지은의 눈에는 커다란 눈물을 고이고 있었다.
“그래 잘살아, 그렇게라도 해야 내 마음이라도 편하지...”
지은은 한 달간 언니 지선을 위해 산후도우미를 자처했다.
은철과는 어색했지만 싹순 지은이란 별명이 괜히 생겼을까? 그렇게 지은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은철과 만들었던 과거 추억의 그림자를 지워갔다.
지은이 모든 걸 다 비우고 제자리를 찾아오는 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건 바로 언니와 은철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확인하고 난 후부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