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수 없는 일들
“오빠? 왜 그렇게 늦게 왔어? 언니는?” 갑자기 나타난 은철에게 지은은 다급히 묻는다.
“응. 저기...”
“왜? 무슨 일 있었어? 언니가 다치기라도 했어?”
“지은아? 있지... 할 말이 있어”
“뭔데? 우리 언니는 괜찮아?”
“응, 미안해 정말 미안해 지은아...”
“뭘?”
“나, 아니 우리...” 은철은 머뭇거리며 우리라는 말을 일부로라도 내뱉어버렸다.
“우리가 뭐?” 지은이 보채듯 말하려 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지은의 언니 지선이 은철의 앞을 가로막으며,
“나 은철이랑 결혼할 거야” 라며 마치 지은에게 한 마리 쌈닭이 훼를 치듯 소리를 지른다.
“뭐라고?”
“결혼한다고, 우선... 우리 지금 동거... 해”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동거? 둘이 며칠이나 만났다고? 그리고 언니? 은철 씨는....”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지은의 언니 지선이 가로막았다.
“이런 결과는 다 니 탓이고 난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기도 해”
늘 그래왔듯 지은의 언니 지선은 동생 지은에게 아픔을 남겨놓고는 무책임하게 그렇게 은철과 지선은 떠났다.
은철이 떠난 후 매일같이 지은은 병원의 큰 문을 바라보며 은철의 환청을 들었고 혹시나 벤치에 앉아있는 지은의 눈을 가릴 것 같은 은철이 올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검붉게 피어나는 흑장미의 향기를 내뿜기도전에 가시에 찔려 피비린내에 묻혀버렸고... 숨 막히듯 향기로울 장미향기를 빼앗아버린 가시처럼 잔혹하게도 은철은 오지 않았고 그렇게 떠나간 것이다.
그것도 미워할 수도 없는 언니에게로...
그리고 얼마 후 지은은 은철의 발자국 하나하나 손자국 하나하나가 새겨진 그 병원에서 은철과의 추억을 잊기 위해 병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병원을 그만두고 지은은 몇 달간 앓아누웠다. 병명도 모르는 아픔.
하지만 그렇게 앓아누워있는 것조차도 호사였던 지은은
“이제 일어나자, 이러면 안 돼! 나 없으면 안 되는 엄마도 동생도 있는데...”
어떤 의욕으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을까? 단지 가족이란 힘으로 지은은 모든 것을 용서하며 힘을 내어야만 했다.
“그래 내 인생 이제 시작인데 이러면 안 되지, 아자! 새로운 지은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
지은은 다시 싹순이 지은으로 돌아가 어떤 일에서도 열심히 일을 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