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창과 소주
“혹시? 음주가무 좋아해요?”
“네?”
갑자기 무슨 뜻인지도 모를 은철의 말에 잘못 들었나 싶어 지은은 다시 물었다.
“음주 뭐요?”
“지금 바로 집에 안 가도 되면 저랑 한잔 할래요?” 은철은 무슨 오기가 생겼는지 아니면 지은을 떠보려는 건지 한잔을 하자한다.
“아... 바로 안 가도 되긴 하는데...”
“그럼 저 따라 내려요”
그렇게 지은은 엉겁결에 은철의 손에 이끌려 따라 내렸다.
그리고 10여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좁은 골목 양옆에 허옇게 피어오르는 연탄연기 속 막창집...
미닫이 문으로 된 가게 양옆에 피어대는 연탄불들, 마치 서로 경쟁이나 하듯 양쪽 가게마다 부채질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을 부여잡고 있었다.
“냄새 좋죠? 우리집 막창이 끝내줘요 들어와서 맛보쇼 ” 그 연탄불위의 막창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없는 장사 속을 보여주고 있었다.
번잡한 막창골목안.
지은은 은철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비좁은 막창집에는 벌써 얼큰히 취한 몇몇 남자들이 있었고, 은철의 손에 이끌려 들어가는 지은을 그사람들이 멀뚱히 쳐다본다.
한구석에 자릴 잡고 앉게 만든 은철, 그리고 지은에게 물어보지도 않은 채 막창과 소주를 주문한다.
“전 이 막창이 너무 좋더라고요, 소주 한잔에 막창 한입, 요즘 이 맛에 사네요. 아참 그리고 제가 아직 아르바이트비를 안 타서 그러는데 월급이란 거 타시는 분이 오늘 쏘시면 안 될까? “
“아, 네... 그럴게요. 많이 드세요”
좀어이없는 말 같았지만 지은은 그래도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은철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사실 내가 이병원에서 일하기 싫은데 우리 아버지가 뭐라나, 병원일을 해봐야 한다나? 그래서 할 수 없이 하는 건데, 난 병원냄새도 싫어하고 병원 사람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여긴 좀 특별한 사람을 본듯해서 신기하긴 하네”
은철은 지은이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이어갔다.
“이름이 뭐지?”
“지은이예요 이지은”
“아, 맞아... 난 은철, 김은철. 내가 이승밥 더 먹은 것 같은데.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벌써부터 놓았던 말, 그래도 한잔 사달라 해놓고는 미안했는지 아님 겸연쩍었는지 선포 아닌 선포를 해둔다.
“그러세요. 서류 봤었는데...저보다 두 살 더 많으시더라고요, 우리 언니랑 동갑이네요”
“응? 언니가 있단 말이야? 이뻐? 그럼 나 소개해줘 봐”
“하하하하, 우리 언니는 혼자 살 거래요, 남자친구 싫대요”
“하하하하.... 웃기지 마, 나 알고 나면 안 그럴걸, 하하하하”
그렇게 은철과 지은은 먹자골목 막창집에서 서서히 봄볕에 얼음 녹듯 그들의 마음속에도 그렇게...
허연 연기 속의 봄은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