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남녀의 만남이 시작되다.
“누구게?”
병원종합 안내센터 벤치에 앉아 서류를 챙기는 지은의 두 눈에 가슴 애리며 기다리던 한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하지만 그건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의 그림자일 뿐...
난생처음 느껴보는 짜릿함.
짜릿함으로 감싼 그 두 손으로 지은의 눈은 가려진다.
“어머, 누구?”
“알아맞혀 봐~~”
“어머, 은 철.... 은철오라버니?”
그 당시 친오빠가 없었던 지은이는 오빠란 호칭이 부담스러워 장난 삼아 오라버니로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 이젠 자연스레 오라버니가 되어버렸다.
“오늘도 무진장 바쁜가 봐? 숨짐 쉬고 일해~ 그러다 숨넘어가겠다”
“네, 오라버니.... 저요 오라버니 그만두고부터 무진장 바빠졌어요. 아후 힘들어... 누가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그래? 이 오라버니가 다시 아르바이트하러 올까? 아니다 아예 학교졸업하고 이리로 취직해? 내가 의사 되면... 사실.... 의사는 싫은데 우리 부모님과 지은이를 위해서라면 그냥 할까? 그럼 지은이 너를 옆에만 두고 팍팍 승진시켜 줄 텐데... 하하하하 ”
“오라버니? 굿 아이디어!!! 호호호호 그럼 정말 좋겠다. 나도 시키는 일만 하는 게 싫은데...”
- 두 달 전, 은철은 방학 동안 지은이 다니는 종합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지은은 L병원 산부인과병동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었고 - 지은의 싹싹함.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녀의 미소에서 눈빛에서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던 그녀의 싹싹함과 인간미, 그러기에 모든 병동에서 소문난 싹순이로 통하고 있었던 지은이였다.
처음에 은철이 아르바이트로 왔을 때도 그랬다
“어머 안녕하세요? 알바 오셨어요? 점심은요? 커피 한잔드릴 까요?” 무뚝뚝했던 은철에게 먼저 다가선 건 지은이였다.
지은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은철은 “쪼끄만 여자가 왜 나한테?, 게다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리도 말을 수다스럽게 걸어?” 라며 호의를 무시했었다.
그래도 지은은 은철의 무뚝뚝한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미소 지으며 인사하고 따뜻한 차 한잔을 타주었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을까! 지은은 은철을 보며 마치 오래된 직장동료인 듯 인사를 한다.
“어머, 퇴근하시나 봐요?”
“네 에...” 귀찮다는 듯 누군지 알필요도 없는 듯 그냥 네도 아닌 에~ 가 더 잘 어울렸던 대답이었다.
“저는 3교대라서 퇴근시간이 일정치가 않아요, 그래도 이번주는 버스같이 타겠네요 집이 어디세요?” 무뚝뚝한 대답의 은철에게 지은은 마치 보호자라도 되느냐 질문을 해댔다.
그런 호의에 반응을 한 것인지! 은철은 잠시 위아랫입술을 포개며 지은을 쬐려 보듯 주시하다 그 두툼히 포개진 입술이 쩍 하니 펴지면서 툭 하고 던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