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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삶이 왜 이래~

by 소소예찬

요즘 그녀의 50대 중반 남편은 직장생활에서 많이 힘들어한다.

늦은 나이에 새로 취업한 직장인지라 한참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직장 상사이고, 자식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같은 말단 동료라 하니,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처지라며 직장에서 서러운 일들을 투덜거린다.

그녀는 그럴 때마다 그녀의 남편을 위로는 못해주고 바로 반박하며 ”왜 못 어울려?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그냥 어울리면 되지? 직장이 다 그렇지 “라고 한다.

그럴때마다 그녀의 남편은 ”그럼 자식 같은 애들이 상사 흉보는데 아버지뻘 되는 나도 어린 상사 흉을 같이 봐? “ 이러며 그녀를 째려본다. 그녀의 남편은 매일같이 인상 찌푸리며 ”그만두고 싶다, 바닷가로 이사 가서 물고기나 잡아먹고살고 싶다 “ 라며 노래를 부르고 또 어느 날은 정말 심각한 일이 있었는지 술에 잔뜩 취해서는 ”지들은 다 쉬운 일하고 어려운 건 다 나한테 떠밀고 일 많아지면 나를 일 많은 부서로 보내고 에이... 승진은 바라지도 않지만 나를 왜 호구로 보냐고? “라며 소리소리 지른다.


그녀는 남편이 무능한 듯해서 화도 내보고 잔소리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남편 말들이 그냥 흘러가는 노랫말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녀에게는 아직 대학생인 딸과 취준생인 딸을 책임지고 집대출도 갚아야 하는 처지인지라 당연히 그녀의 남편도 그냥 말만 그런 거라 생각하며 흘려들었다.

그녀도 열심히 일을 하지만 계약직의 수입인지라 먹고는 살지만 빚을 갚을 수도 적금을 들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경제생활의 주가 되는 남편이 당연히 매일매일 출근하는 것이라 의무를 주었던 그녀였다.


그런 생각으로 지내던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많이 아팠다. 정신적으로 너무 아프다 보니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그제야 그녀는 그녀의 남편 말들을 되돌이켜 하나하나 새겨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이 많이 안쓰러워졌다. 그녀의 남편이 퇴원하고부터는 남편에게 매일문자를 보내고 있다.

”여보? 오늘도 사랑하는 아내처럼 기분 좋은 날 되세요 “

뭐 답은 없지만 그래도 그녀의 남편은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그녀의 남편이 즐겨보는 방송은 낚시방송과 도시어부이고, 그녀는 자연인이라는 프로를 꼭 예약해놓고 보고 있다. 다른 집을 보면 남자들의 로망인 자연인 프로를 남자들이 많이 본다는데 그녀의 집은 그녀가 열혈시청자이다.

그녀는 남편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방법인 것 같아서 많은 조언과 간접경험을 하고자 시청 중이다.

그녀가 그 프로를 볼 때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게 한마디를 한다

”뭐 그런 프로를 보냐? 혼자 살 거야? “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큰 뜻을 모르나 보다. 그녀는 결심했다. 조만간 그녀의 남편이 또 다른 위기가 오면 결코 지난번처럼 울면서 머뭇거리지 않고 호통치며 한마디 할 거라고...

”어떤 인간이 착한 당신을 괴롭혀? 당장 그만둬 사표 집어던지고 와. 당신 없으면 직장 꼬락서니가 엉망일 겨 없어봐야 알지 우리 도덕성 강한 남자를 누가? “

이렇게...

아주 시원하게 말해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정말 그녀는 남편을 위해 섬 주변으로 바다 주변으로 작은 터전마련해서 남편의 작은 꿈을 이뤄주고 싶어 한다.


그녀는 꼭 그렇게 되길 바라며 소소하게 아름답게 자급자족하는 삶을 위해 발을 내디뎌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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