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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어머님~~

by 소소예찬

2025년 새해 시어머님댁에 4형제 가족이 모였습니다.

엄청 많은 만두를 만들어 놓고 바리바리 싸주시는 어머님의 모습은 너무도 좋아 보이셨습니다.

아픈 손가락인 둘째 아들을 위해 다른 자식들보다 더 많은 고기랑 만두를 싸놓으셨습니다.

며느리인 저는 누가 볼까 열심히 감추듯 한쪽 구석에 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에 들어가 보니 큰 형님이 앉아서 티브이를 보고 계셨습니다.

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릴 질렀습니다.

"이 나쁜 0, 네가 사람이야? 너만 잘살면 되는 거야?"

"왜? 내가 어머님 돈 가져간 거 때문에? 그게 뭐 어때서? 내가 맏이인데 미리 가져간 것뿐인데......"

"아니 어머님한테 잘하지도 못하면서 여우같이 전재산 다 가져갔잖아? 우리가 어머님과 살던 이 집도 네가 가져가고"

그 순간 저는 스스로에게 놀랐습니다.

늘 숨죽여 살아왔던 둘째 며느리였는데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해서 하고 싶은 말 다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혈질 아주버님이 화를 내며 공중에 발길질을 해댔습니다.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어디서 감히~~"

저는 순간 형님이 아주버님에게 일렀다는 생각에 잠시 작은방에 숨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마음이 무척 편해졌습니다.

20여 년 제 가슴속에 쌓여있던 체증이 확~~ 내려간듯했습니다.

결혼해서 20여 년간 살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사람은 우리 가족뿐이었고 나중에 재혼해서 들어온 형님은 점점 재산을 탐닉하며 얼마 안 되는 어머님의 재산을 다 가져가버렸습니다.

보이는 곳에서만 시부모님께 잘하는듯했고 시부모님 또한 큰 형님과 같이 살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다혈질인 아주버님의 모습에 정말 큰 분란을 일으킬까 봐 참고 또 참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소심한 제가 이렇게 당당해졌다는 게 저도 저를 의심하면서도 제자신이 자랑스러우면서 마음은 홀가분해졌습니다.


띠리리링~~ 알람소리가 울려댔습니다.

잠에서 깬 저는 순간 이리저리 둘러보았습니다.

다행히 우리 집이었습니다.

저는 새해에 꿈을 꾸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꿈을 꾼 거지... 우리 어머님은 작년이맘때 돌아가셨는데...... 그리고 내가 그런 용기가 어딨어?"

하지만 저는 얼마나 마음이 편하던지요 정말 십 년 묵은 아니 2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듯했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큰집과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물론 제가 차단을 했습니다.

그동안 잘해주는 척하면서 저를 이용하며 어머님과의 추억이 쌓였던 그 시골집마저, 그리고 늘 말씀하시던 고구마밭 - 고구마밭은 우리 둘째 며느리 거여라고 하시던 땅도, 그리고 이 가락지는 너희 형님이랑 너랑 하나씩 줄 거야,라고 했던 것들이 전부 다 큰 형님이 가져가버렸고 어머님의 유골마저도 강에 뿌린다면서 모시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편과 다른 형제들이 유골함을 모셔와서 납골당에 모셔놨고 그래서 다행히 어머님을 뵈러 갈 곳이 생겼습니다.


2025년 새해 저는 꿈에서라도 하고픈 말 다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주신 만두. 고기를 생각하며 다시금 어머님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어머니.... 부디 평안히 잠드세요~~ 그리고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 하지 못한 말 "엄머님~ 사랑합니다"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 순간 저의 마음이 어머님께 전해지길 바라며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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