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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맞아떨어진 순간은 피할 수 없다.

by 소소예찬

얼마 전 직장에서 점심시간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네 000님 맞으시죠?"

"네"

"지금 카드배달을 하려는데 계시나요?"

"제가 직장인데요 직장으로 배달이 되나요?"

"거기가 어딘데요?"

"충주시 안림도 사거리에 있는...."

"어,, 여기는 경기도 이천인데요"

"아닌데요 저는 충주 사는데요 이상하네요"

"그래요? 이상하네요. 카드를 도용당했나? 그러면 카드사로 연결해 드릴 테니 문의해 보세요"

"카드도용요?"

제가 얼마 전에 카드를 분실해서 재발급신청을 했는데 주소지가 다른 곳으로 갔다고 배송기사분이 아무래도 도용당한 것 같다며 말을 하길래 방법을 문의했습니다.

"고객님 그러면 제가 카드사 연결해 드릴 테니 사정을 말씀해 보네요"

"네 고맙습니다"
그렇제 저는 점심을 먹다 말고 숟가락도 내팽개치고는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카드 재발급 신청을 했는데요 그게 다른 데로 갔다고 해서요..."

"네 고객님 도와드리겠습니다. 알아보니 고객님 정보유출이 된 것 같습니다."

"어머,, 그럼 어떻게 해요?"

"우선 핸드폰을 보시고...." 카드사 안내자분은 저에게 핸드폰을 열고 무언가를 찾으라 했습니다.

"잘 모르겠는데요. 어쩌죠?" 저는 당황해서 손가락도 떨리는 와중에 작은 글씨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네 고객님 천천히 해보시고요 힘드시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네네 고맙습니다. 도와주세요"

"우선 플레이스토어에 가셔서 000을 열고 다운을 받으시고..."

당황하고 급한 마음에 저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 했습니다.

"네 다됐어요"

"잘하셨습니다."

"네네 잘 좀 도와주세요"

"네 고객님 제가 도와드릴 건데요 고객님 자산이 얼마나 되시나요?"

"네? 자산요? 글쎄요"

"고객님 갑자기 생각하시려니 좀 어렵죠?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냥 통장에 있는 금액만 말씀해 주셔도 돼요 그래야 예금자 보호법도 적용되고...."

"네... 보험금까지 다 합해서 한 1억요" 저는 사실 통장에 돈이 별로 없었으나 오랜 기간 납부해 온 보험료 등 까지 합쳐서 말을 했습니다. 사실 돈 없는 게 창피했거든요. 그리고 보호해 준다니 더 크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애가 타고 긴 시간이었는지 손에서 땀이 날 정도였습니다.

"고객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용이 돼서 저희가 해결을 할 수가 없고요 검찰로 연결해 드릴 테니 말씀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저는 도와준다는 말에 너무도 감사하다며 말을 했고 전화를 받고 있었습니다.

연결된 검찰청 직원은 너무도 딱딱하며 무서운 말투였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지금 보니 이거 쉽지 않겠네요... 주민등록번호랑 연락처 알려주세요"

검찰청직원은 어려울 것 같다며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이거 좀 힘드네요 금감원에서 좀 해결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갑자기 금감원으로 연결해 준다는 말에 저는 더더욱 무서웠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전화통화시간은 무려 3시간을 넘어갔고 전화기에서는 열이 발생해서 제 몸과 함께 뜨거워졌습니다.

그런데, 금감원 직원과 통화 중 갑자기 핸드폰이 끊어졌고 핸드폰은 방전이 됐습니다.

퇴근시간 무렵인지라 얼른 집에 가서 전화를 해야겠다며 저는 열심히 뛰어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어디로 해야 하는지 몰라서 처음에 걸려 왔던 기사분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금감원을 검색해서 전화를 걸었고 한참만에 연결이 되었습니다.

"저기 제가요 통화를 하다 핸드폰이 방전돼서 끊어졌는데요. 제가 카드 도용이 됐다고 해서요..."

"네 성함 알려주시겠어요?"

그렇게 저의 이름을 알려주고 기다리는데

"그런 내용의 사건은 접수되지 않았는데요 보이스피싱 당하신 것 같아요"

"네?"

저는 순간, "아... 내가 앱을 설치했네..."

"신분증, 통장, 다 교체하셔야 될 것 같아요"

"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저는 핸드폰 앱을 다 지우고 꺼버렸습니다.

심장은 덜컹 내려앉았고 제자신이 너무도 창피했습니다.

"나도 속았다고?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핸드폰 방전이 나를 살린 거야"

저는 창피해서 아무한테도 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보이스피싱하는 나쁜 사람들이 실패했다는 자랑도 하고 싶어서 할까 말까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또한 핸드폰에 돈이 없으니 앱을 설치해도 소용없었고, 통장 비번을 알아내려고 금감원까지 연결된 것 같은 생각이 들다 보니 저 좀 누군가에 말하고 싶어 지더라고요.

그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해온 보이스피싱 조직단이 헛수고를 했으니 얼마나 속상하고 저를 욕했을는지 안 봐도 웃기더라고요. 이런 기분은 좀 제가 안정되고 나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말을 할까 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저에게 신기한 일이 생겼다면서 말을 하더라고요

"글쎄 우리 직원이 카드주소지가 다르다고 말했는데 오배송인데 무슨 도용을 당했대 그래서 밥도 못 먹고 종일 통화만 하더라고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거 보이스피싱이잖어...."

"뭐라고? 정말?"

남편의 말에 저는 너무도 놀랐습니다. 혹시 내 얘기를 어디서 들었나 해서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했습니다.

"그거 당해본사람만 알아 누구나 그 상황이면 당한다고"

"그래? 나는 안 당하지.... 하긴 당신 같은 사람은 당할걸 하하하하"


저 보이스피싱 당할까 말까 했던 거 이거 비밀이에요, 우리 남편 알게 되면 저를 평생 무시할걸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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