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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사랑을 알았습니다.

by 소소예찬

꽃이 피니 봄이라 어느새 또 다른 봄이 왔음을 느꼈을 때 제나이 50대 후반 사회생활의 정년이라는 현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눈코 뜰 새 없이 죽어라 일하며 살아왔는데 왜? 내 얼굴은 웃음을 잃은 매서운 눈빛과 주름투성이가 된 것인지....

왜? 늘 궁핍하게 살아가는 것인지....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피자하나 맘 놓고 못 사준 제 자신이 미워지는 날입니다.

어느덧 자식들이 타지로 나가고 우리 부부가 사는 집이 썰렁함을 느꼈을 때 그제야 자식에게 전화나 메시지로 보고 싶은 마음과 사랑한다는 마음의 표현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좀 늦었나 봅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 그 시절의 기대만큼 받아주지 않고 표현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 또한 그런 습관이 안된지라 그리 잘 표현이 되지 않아 어색할 따름입니다.

"그래 사는 거 뭐 있어?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그런가 보다 하며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노후에 자급자족하면서 살면 그리 힘들지 않을 거야"라며 낙천적이 되어보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왔습니다.

딸이 키우다 잠시 봐달라며 두고 간 고양이입니다.

알레르기가 심한 저는 고양이가 다가올라치면 다가오지 말라며 "저리 가 저리 가"라고만 외칩니다.

그렇게 구박을 해도 고양이는 제게 다가와서는 꼬리를 세우며 파르르 떨며 눈을 맞춥니다.

아마도 간식을 달라고 하는듯하여 몇 번 츄르를 주었는데 그 후로 저만 보면 그렇게 바라봅니다.

그 눈빛이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러운지 종종 간식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라치면 고양이가 먼저 저를 알아채고는 반갑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소리에 저도 모르게 "어구구 잘 있었어? 잘 놀았어?"라며 안아줍니다.

소파에서 티브이를 볼 때면 늘 저의 무릎에 앉던지, 아니면 바로 옆에 누워서 같이 티브이를 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외국 영화 속 왕실에서 왕옆에 있던 고양이가 생각나며 내가 마치 왕이 된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저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저의 눈빛은 더욱더 사랑스러운 빛을 보내게 됩니다.

잠을 잘 때도 꼭 제 옆에서 자고 아침에 가장 먼저 저의 이마를 핥아주며 일어나라고 깨워주는 고양이입니다.

아내가 먹는 피자값이 아까워서 만들어 먹으라 했는데 고양이에게는 알아서 고양이 간식도 사주고 홈캠도 설치했습니다.

가끔 시간 날 때면 홈캠앱으로 고양이를 살펴봅니다.

"뭐 하니? 자는구나? 물먹는구나? 밥 먹는구나?' 혼잣말을 하고 있는 저를 느끼며 "아, 이게 사랑이구나!"

그러면서 저는 변해가는 듯했습니다.

아내한테도 아이들한테도 고양이에게 대하듯 투박한 말투에서 사랑스러운 말투로 변해갔습니다.

나이가 그럴 때가 되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고양이가 알려준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제야 또 다른 사랑을 알게되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 사랑이 타인을 위한 것이라 생각이 되지만 저는 저를 변화시킨 큰 사랑 덕분에 행복까지 얻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요.... 우리 고양이가 가져다준 사랑과 행복 매일 느끼며 살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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