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홍차와 함께

함께 시작-아빠의 시선

by 소소예찬


우리 가족의 구성원은 우리 부부 그리고 두 딸들 4명입니다.

두 딸들을 키우면서 사춘기 아이들의 반항, 짜증 등으로 인하여 우리 모두가 힘들어지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각자 방안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는지 문을 잠그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며 거실에는 나오지도 않고 어릴 적 그 좋아하던 티브이도 보러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가족 간에 더욱더 서먹해지면서 작은 일에도 짜증 내며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넌 맨날 짜증만 내니?"

"아빠는 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식으로 부딪히면서 싸우는 일이 일상이었습니다.


"밥 먹어"

"안 먹어"

딸들은 부모에게 반항하는 일은 매번 밥 안 먹는 것이 반항거리의 대부분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인 저는 "그럼 먹지 마!, 안 먹으면 너만 손해지"라며 딸의 화를 더 돋우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성적이 이모양이면 어떻게 대학을 가니? 둘 다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큰일이다"

이렇게 저는 두 딸들에게 공부에 대해 윽박을 지르며 화를 내기를 반복했고 딸들은 그럴수록 더 엇나가며 성적도 더 떨어져 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중학생 딸아이가 "나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강아지 키우게 하면 수학 80점 이상 맞아올게요"라며 저에게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딸아이의 수학점수는 늘 50점 이하였습니다.

"그래? 겨우 50점이 될까 말까인데 90점을 어떻게 맞니? 하하하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우리 부부는 "그래해봐"라며 덜컥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놀랍게도 시험 점수 결과 89점을 들고 왔습니다.

"안돼 우리 집은 동물을 키울 수 없어, 그리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 똥은 누가 치우고 씻기고 하니?"

"내가 다한다니까! 키우게 해 준다고 약속해 놓고 그러면 안 되잖아! 얼른 약속 지켜요"

딸은 엉엉 울면서 방문을 "쾅" 닫았습니다.

그리고 몇 날며칠을 울면서 밥도 안 먹는 모습에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그리고 그 약속을 쉽게 해 버리고 약속도 못 지키는 어른이란 우리 부부의 모습도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여보? 안 되겠어, 우리 타협을 해보자, 강아지는 좀 힘들고 고양이로 키워보자고 해볼까?"

"나 동물털 알레르기 심한데.... 약 먹으면 내가 감수하지 뭐, 약속했으니 할 수 없잖아..." 아내도 딸아이가 안쓰러운지 허락을 했고 우리는 고양이를 분양받자고 딸에게 말을 했고 다행히 딸도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고양이 이름은 참치로 할 거예요. 치읓자가 들어가야 고양이들이 좋아한대요"

고양이를 얼마나 좋아하던지 매일같이 같이 놀고 같이 잠도 잤습니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제 고양이한테만 집중하다 보니 그 후 90점이란 숫자는 전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딸아이들이 이제 거실로 나와서 "호호호" 웃고 떠들며 방문도 잠그지 않았고 항상 열어두었습니다. 늘 화내고 싸우는 소리만 들리던 우리 집은 이제 웃음소리가 떠나갈듯했습니다.

우리 집 막내는 이제 참치....

우리 딸들 동생은 참치....

그래서 그런지 딸들은 더 성숙 해진듯하면서 배려심도 깊어졌고 말투도 달라졌습니다.

"참치야~~ 잘 먹어야 쑥쑥 크지, 참치야~~ 이 닦자, 이썪으면 안되지?"

"하하하하 하하하하"

얼마나 웃기던지요 저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렇게 집안 분위기와 우리 두 딸들의 성격을 바꿔버린 참치는 우리 진짜 가족이 되었고 우리 둘째 딸아이는 참치 덕분에 반려동물 관련 대학 학과에 입학하고 졸업해서 서울에 있는 동물병원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고양이털 알레르기 힘들죠?"

"응 너무 힘들어 휴지로 코를 막고 산다. 양말, 옷에 고양이털이 아주 난리여"

"아빠? 나 서울로 참치 데리고 갈래요"

"그래? 그래~ 잘됐다"

저는 딸아이가 데리고 간다는 말에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이 든 참치가 떠난다니 서운한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참치를 데리고 간 얼마 후 딸아이가 다시 집에 왔는데요 혼자 온 게 아니었습니다.

"아빠? 아빠 외로울까 봐 우리 홍차 데리고 왔어요 잘 키워주세요"

"아니.... 뭐야?"

"털 없는 고양이야~~ 아빠를 위해 내가 임시보호하다가 아빠한테 분양해 주는 거야"

저는 너무도 놀랬습니다. 털이 없는 고양이라니, 이제 아내랑 며칠씩 여행 다니며 좀 편하게 살려고 했었는데 다시 키우라니, 그 말에 화가 났지만 몇 시간 후 저는 또 다른 사랑이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얘 좀 봐! 나를 언제 봤다고 내 무릎에 앉냐? 하하하하"

신기했습니다. 홍차는 제가 소파에 앉아있으면 얼른 제 무릎에 올라와 편히 앉아있었고 제가 누우면 제 팔을 베고 누웠습니다.

애교가 너무 많은 홍차였습니다.

마치 귀여운 막내가 생긴 듯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제가 퇴근할 때 엘리베이터 소리를 미리 알아채고는 중간문 앞에 서서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사실 홍차가 오기 전에는 제가 퇴근해도 누군가 그리 반기는 이가 없었는데 홍차가 오고부터는 얼마나 저를 반갑게 반겨주는지 퇴근이 행복했습니다.

"홍차야? 잘 놀았어? 심심했지?"

홍차는 저의 반기는 말을 알아듣는지 "아~빠~~ 하며 답을 하는 듯했습니다"

"우리 홍차가 나를 아빠라고 부른다 신기해 하하하"

이렇게 직원들한테 자랑을 할라치면 "하하하하하하 고양이가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잘못 들은 거지"

"정말이라니까 신기해 내가 녹음해 올게" 저는 이렇게 장담을 하면서 녹음을 해갔습니다.

"어때? 아~~ 빠~~ 그러지?"

"아닌데...."

"잘 들어봐 아~ 하면서 나중에 빠~하잖아"

"그런 것도 같고...." 직원들은 좀 귀찮은지 나중에는 맞는다고 답을 해주었습니다.

"홍차 졸려? 가서 잘까?"

홍차는 낑낑거리며 저의 팔을 잡아 뜯는데 그 행동은 "아빠~ 이제 잘 시간이 됐어요"라며 방으로 가자는 행동였습니다.

제가 안방 침대로 가면 얼른 뛰어들어와서 침대 한 바퀴 돌다가 다시 나가서 물과 밥을 먹고 화장실 한번 다녀온 후 저와 아내가 누운 침대 가운데로 들어와서 눕습니다.

제 팔을 베고 저를 바라보며 자는 홍차는 순간 아이인가? 동물인가? 할 정도로 저를 의문에 빠지게 합니다.

퇴근하면 늘 회식을 가고, 회식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집에 일찍 안 가려 했던 저, 집에 와도 늘 소파에 누워 티브이만 봤던 저, 말이 없던 저였습니다.

하지만 홍차가 온 후부터는 저도 변했습니다. 그전에 참치가 있었지만 참치는 사람을 귀찮아하는 듯 혼자서 즐기며 사는 고양이였으나 홍차는 전혀 다른 고양이였습니다.

신기했습니다. 고양이들도 각자 다른 성향으로 살아가고 있고 사랑도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참치와 홍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사랑을 알게 되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남편, 아빠가 되었습니다.

"딸? 집에 좀 와"

"안 돼요 요즘 참치 스트레스받아서 혼자 두거나 차 타고 가기 쉽지 않아요 제가 봐서 참치 좋아지면 갈게요"

우리 딸들은 마치 자식을 키우듯 부모가 된 듯 힘들다고 투정하면서도 행복해하는 마음이 훤히 들여다 보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참치, 홍차와 함께 살아가는 이 삶은 예상하지 못했던 삶이었습니다.


그러 삶의 결과는 우리 두 딸들을 변화시켰고, 우리 부부를 변화시켰습니다.


또한 사랑이란 것이 이렇게 동물과 함께함에 의해서도
또 다른 사랑을 배우게 된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