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친한 언니 딸이 플루트를 배운다고 알고는 있었는데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몇 달 배웠냐 어디서 배우냐 물어보고 그날 바로 선생님께 연락해 레슨일정을 잡았다.
나다운 급작스런 전개다.
악기부터 일단 사자. 음. 입문자용 사면되겠지?
선생님이 친절히 야마하 몇 번대 톡을 보내주셨다.
어서 주문하고~~
첫날 가서 선생님 악기로 소리를 내보았다.
어지럽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던 나는 다른 악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늘 있었다. 그런데 다들 나의 조건에 불합격했다.
바이올린은 배울 곳도 많고 악기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진입장벽은 낮은데 실력이 늘기 전까지 듣기 싫은 깽깽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너무 크게 들려서 탈락.
첼로는 크기에서 일단 아웃.
참! 그전에 현악기들은 현을 짚는 손이 아파서 컷!
엄마가 비싸게 주고 샀다고 들고 가래서 가지고 온 대금은 인체공학적으로 손가락이 끝에 구멍까지 안 가는 말이 안 되는 악기라서 탈락! 손가락을 찢어가며 불태울 예술혼은 애초에 없으니...
이렇게 저렇게 무거워서 혹은 아파서 탈락시키고 나니 플루트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가벼워서 좋다. 반짝거리는 것도 좋다. 연주하는 모습도 맘에 든다. 관악기들은 연주할 때 입모양이 안 예쁜 악기가 많다. 지극히 내 눈에.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다 통과한 플루트인데...
간과한 것이 있었다.
숨을 맘대로 못 쉰다. 롱톤 하고 나면 벌써 어지럽다.
입으로 부는 악긴데 왜 생각을 못 했을까...
가벼워서 좋다 생각한 플루트가 1시간 레슨 끝나기도 전에 천근만근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늘 재빠른 나는 벌써 최나경 가방을 주문해 놨다... ㅠㅠ
세계적인 플루티스트가 쓰는 가방을 악기값 비슷하게 주고 샀다. 유명인의 가방 속을 보는 유튜브에서 보고 너무 맘에 들어서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 가방 때문에 플루트를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가방에 매달 네임택도 고급스러운 송치에 수를 놓은 걸로 따로 주문했다. 그만 두기에 너무 멀리 왔다.
그렇게 3년 반이 흘렀다. 세월은 빠르다.
요즘 연습하는 곡은 Stamitz 플루트 협주곡 op.29 1악장이다. 2023학년도 선화예중 입시곡이란다.
선생님은 날 예중 보내실 작정인가 보다.
선생님. 첫날 제 목표가 섬집아기라고 말씀드렸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