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명절이 다가오는데 명절 이름이 뭔지 아는 사람?"
아이들이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추석이요!"
"잘 알고 있네. 추석에는 평소에 못 만나던 친척들도 만나고 할아버지댁에 갈 수도 있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그렇지요?"
"우리 할머니는 이제 우리랑 가족 아니라고 안 만나요.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이제 가족 안 한대요."
아이고... 할아버지가 재혼하셨는데 먼저 돌아가셨나 보다.
친구들은 못 알아들어 다행이다.
다른 민감한 가족사정 나오기 전에 빨리 먹는 걸로 이야기를 바꾸자.
"추석에 먹는 맛있는 음식 중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 발표해 볼까요?"
"갈비찜!"
"튀김!"
"아이스크림!"
음.... 아이스크림도 생각날 수 있지. 그럼.
"친구들 맛있는 거 많이 먹겠네. 혹시 추석에 먹는 떡 이름 아는 사람 있어요?"
"떡국!"
먹는데 언제나 진심이 도현이가 대답한다.
"그건 설날이고!"
늘 나보다 재빨리 지적해 주는 서진이.
서진아... 내가 정리할게...
"떡국도 명절에 먹는 음식이긴 한데 추석에 먹는 음식은 아니에요. 추석에 먹는 반달처럼 생긴???"
"송편!"
다 같이 입을 모아 대답한다.
유치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잘 가르쳐서 보내주시고 ^^
"선생님이 오늘 여러분한테 하얀 클레이를 줄 건데 이건 사인펜으로 색깔을 입히면 자기가 원하는 색으로 만들 수 있는 클레이예요. 원하는 색깔의 송편을 만들어봅시다."
실물화상기로 볼선생이 손으로 송편을 빚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잘 만든다며 칭찬해 준다. ㅎㅎㅎ
"옛날부터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예쁜 아기를 낳는다는 말이 있어요. 우리 송편 예쁘게 만들어봐요."
갑자기 똑순이 채윤이가 손을 든다.
"선생님, 전 엄마될 계획이 없는데요?"
앗! 생각지 못한 반응!
20년 전만 해도 당연히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해야지 할 텐데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함부로 말하기가 어렵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 아이를 낳아야 한다 이런 말이 폭력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세상이다.
"그래, 그건 우리 어른 되면 생각해도 되니까 지금은 송편 예쁘게 만들기 하자~"
송편 만들기 수업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한 볼선생.
남은 교사 생활 20년 동안 어떻게 세상이 바뀔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흔들고 털어낸다.
그리곤 속으로 한 마디 한다.
'가수나 젤 먼저 시집갈끼면서 ㅋㅋ'
두 시간을 조물조물해서 만들어 낸 송편들이 꽤 그럴듯하다.
귀요미들아. 어떤 인생을 살아가든 니가 제일 소중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