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도현이가 어제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더라구요. 병원에 다녀왔는데 장염은 아닌 거 같대요. 오늘도 혹시 배가 아프지 않은지 한번 살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엄마의 걱정이 묻어나는 문자이다.
아이가 아픈데 일하러 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로 보내야 하는 워킹맘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워킹맘 볼선생.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그런 맘고생은 덜었지만 정신없이 아이를 키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엄마들의 걱정과 지금 느끼고 있을 죄책감을 잘 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학교에서 잘 살피겠습니다. 아프다고 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등교한 도현이는 친구들과 함께 고라니, 멧돼지 소리를 내며 땀을 뻘뻘 흘리고 뛰어다닌다.
지금도 엄마는 맘을 졸이고 있을 테니 아이가 뛰어다니고 웃는 모습을 찍어 문자를 보낸다.
엄마의 마음이 좀 편해지길 기대하며....
학교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선생님 ^^
문자만 봐도 엄마 표정이 그려진다.
1교시, 2교시, 3교시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기다리던 급식시간.
"책상 위 깨끗이 정리하고 줄 섭니다."
"오늘 급식 뭐예요?"
나도 모르지 ㅠ.ㅠ
"오늘은 소떡소떡 나와."
글자를 띄엄띄엄 읽어서 보충학습을 하는 우리 민준이가 당당히 이야기한다.
급식표를 매일 확인하고 외우는구나.
보충학습 교재로 급식표를 써야겠다.
급식을 먹고 또 한참 뛰어놀고 난 뒤 다시 4교시.
실컷 놀고 들어온 도현이가 엎드려 있다.
"도현아, 어디 아파? 배 아파?"
"네. 배가 아파요."
"엄마한테 연락할 정도로 아픈 거 같아? 아님 참을 수 있을 정도야?"
"전화해 주세요."
아이의 말에 얼른 어머니께 전화를 건다.
전화벨이 울리는 동안 우리 반 똑순이가 도현이에게 묻는다.
"배가 아프다고? 배가 어떻게 아파?"
어른들이 자기가 아플 때 묻던 것을 따라 한다. 진지한 실제상황 병원놀이다.
"음...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 그래."
대답도 제법 정확하게 증상을 표현한다. 환자 역할도 제대로다.
이제 진단이 남았다.
"음.... 아팠다 안 아팠다 하는 거면.... 진통이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육성으로 빵 터진 볼선생.
어머니와 전화 연결이 한 번에 안 된 것이 이렇게나 다행스럽다.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 하는 것이 진통이라는 소리는 어디서 들었을까.
환자가 과를 잘못 찾아온 건가요? 아님 의사가 오진을 한 건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의사 선생님. 환자 성별이 남자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