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문자

by 사탕볼

1년 넘게 진행된 공사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이다.

아이들은 새 건물에 들어갈 마음에 들떠서 기웃기웃거리다가 공사장 근처에 가면 안 된다고 혼이 난다.

이사 날짜는 다가오고 공사는 끝나가는데 추석이 끼어있다. 현장 소장님 발걸음이 급해 보인다.

3교시 수업 중에 메신저가 띵동 하고 울린다.

수업 중에는 잘 안 오는데 무슨 내용인가 싶어 열어본다.

공사 관계로 잠시 단수가 있겠습니다. 가급적 수업 중에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편 끼쳐 죄송합니다.

행정실장님의 눈물 어린 메시지. 본인이 죄송할 일도 아닌데 저렇게 사과를 하신다. 수업 중에야 물 쓸 일이 거의 없으니 상관도 없는데 말이다.


"책상 위 깨끗이 정리하고 줄 섭니다."

정리하는 모습도 아이마다 다 다르다. 후다다닥 정리하는 어린이가 있고 책 한 권 넣다가 한 번 열어 구경도 하고 연필 정리하면서 줄을 세워보는 어린이도 있다.

빨리 하고 줄 선 어린이가 아직 정리하는 친구에게 어서 줄 서라고 난리다.

"1학년 중에 우리가 1등으로 가야 된단 말이야!"

"빨리 가나 뒤에 가나 메뉴는 똑같아요.ㅎㅎㅎ"

겨우 병아리 줄을 세우고 삐악삐악 화장실 앞으로 가서 손을 씻고 나오라고 한다.

"선생님! 물이 쫄쫄 나와요."

"어~ 공사 중이라서 그런가 봐요. 손 얼른 씻고 나와요."

아직 물이 나오지 않는가 보다. 고여있던 물을 우리 반이 썼는데 남은 반은 어쩌려나..

일단 우린 급식소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 남이 차려준 밥이라고 하더니 학교 급식은 정말 그중에 최고다.

오늘의 메뉴는 스파게티와 양송이수프, 샐러드, 피클, 모닝빵이다.

"선생님, 오늘은 수업시간에 게임도 하고 급식도 맛있고 완전 러키비키예요."

기분이 아주 좋다는 뜻이구나. ㅎㅎㅎ

이 사진은 급식 자랑이 확실하다.


급식을 마치고 교실에 돌아와 앉아있으니 우리 반 여학생이 3반 솔이가 전해달라고 했다며 쪽지를 준다.

'3반 솔이? 나한테 무슨 일로?'

궁금한 마음에 쪽지를 열어본다.

"선생님, 지금 1,2층 물이 안 나와요. 급식소만 물이 나와요. 최대한 빨리 물을 많이 떠요세요. 곳 있슴 급식소 물도 안 나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런 깜찍한 긴급재난문자를 봤나.

물을 미리 안 받아놓아서 내가 목이 말라 곤란할까 봐 미리 떠놓으라고 이렇게 쪽지를 적어서 보냈다.

오며 가며 안녕~ 반갑게 인사하던 솔이였는데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다니 고맙기 그지없다.


다음 날 화장실에서 만난 솔이에게 물어본다.

"선생님 물 없어서 목마를까 봐 쪽지 보내준 거야?"

"네."

"고마워, 솔아~."

뒤돌아서 교실로 걸어가는 모습이 예뻐서 한참 바라본다.


솔아, 니 덕분에 선생님 오늘 완전 러키비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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