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4. 교실 모습

by 사탕볼

"내 퇴직하기 전에 이런 세상이 올 줄 알았겠나?"

이 소리는 22년 차 볼선생이 학생 태블릿을 충전하며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는 소리입니다.


볼선생은 출석부와 공문을 손으로 써서 결재를 받고 기름 한 말 받아 겨울 내 교실 난방을 하던 시절에 교직에 들어와 컴퓨터로 학생 출석을 관리하고 공문도 컴퓨터로 결재받고 발송하며 각 교실에 천장형 냉난방기와 공기청정기가 있는 시대를 다 거쳐왔다.

아날로그의 낭만과 디지털의 편리함을 다 겪은 마지막 세대.

지금의 학교라는 시스템이 생긴 이후 최근 20년의 변화가 그 이전의 변화의 몇 배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는 더욱 가속이 붙고 있다.

"선생님, 제 거 안 켜져요."

"어~ 잠깐만. 여기 로그인 좀 해주고 갈게."

개별로 태블릿마다 로그인 정보를 저장해 두었는데 어떻게 없앤 건지 다시 입력을 해준다.

안 켜진다는 아이에게 가보니 전원을 길게 눌러야 하는데 짧게 눌러서 안 켜진다고 하고 있다.

"소라야, 켤 때는 선생님이 속으로 다섯까지 세라고 했지?"

"세었는데요? 일이삼사오."

내 잘못이다. 세는 속도는 다 다를 수 있구나.

"그래. 소라는 그럼 이십까지 세."

"선생님!"

저기서 또 한 분이 A/S를 부른다.

"화면이 어두워서 잘 안 보여요."

뭘 만져서 이렇게 컴컴해진 거니... 화면 밝기를 조절하는 바를 다시 조정해 준다.

"선생님, 쟤 다른 거 해요."

"연우야, 지금 수학시간이에요. 똑똑 수학탐험대 해야지. 다른 데 들어가면 안 돼요."

태블릿 다루는 실력이 다 달라서 어떤 아이는 스스로 앱스토어에서 게임 앱을 깔아 게임을 하고 있다.

모든 아이들의 태블릿을 세팅하는데 20분이 지나간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런 점이 개선되어서 나올까.

당장 내년에 도입된다는데 아직 대부분의 현장 교사들은 구경도 못했다.


"선생님, 하라고 하신 거 다 했는데 교구 들어가서 하고 싶은 거 해도 돼요?"

"그래, 교구도 여러 가지 많으니까 이것저것 해보세요."

교실마다 이고 지고 다니던 칠교놀이, 모형 시계, 수막대가 다 이 태블릿 안에 들어있다. 갑자기 필요하더라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하고 신기한 점도 참 많다.

교육의 디지털화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볼선생은 아직도 헷갈린다.

정확히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데 좋은 점을 취하고 나쁜 점을 버리는 방법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 시간 내내 교실을 뱅글뱅글 돌며 아이들 하나하나 안 된다고 하는 것을 고쳐주고 모르는 것은 가르쳐 주느라 머리가 아프려는 찰나

"선생님, 여기 와서 이거 보세요."

윤승아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가서 태블릿 화면을 보니 지오보드로 하트를 그려서 보여준다.

"선생님, 예뻐요, 사랑해요."

예쁜 짓하는 귀요미 덕분에 피곤이 싹 가신다.

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표준을 뜻하는 신조어.

세상은 바뀐다. 교실도 바뀐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호찌민의 명언을 다시 한번 외워 보며 마음을 잡는다.

"With onething that never changes inside myself, I face all of changes in the world."


20년 후, 교실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궁금하다.

그때까지 꼭 근무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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