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by 사탕볼

"수학 학습지 다 푼 사람은 선생님한테 내세요."

아이들이 빨리 내려고 뛰어나온다.

"그러다 다치겠어요. 빨리 내는 사람 상 받는 거 아니니까 천천히 내세요."

별 것 아닌 것에 목숨 거는 것은 1학년의 특징. 아니 어른도 그런가? ㅎㅎ


아이들의 학습지를 하나씩 채점하다가 주영이의 학습지를 보고 웃음이 터진다.

"왜요? 왜요? 선생님 누구 꺼보고 웃어요?"

"아니야. 다들 너무 잘해서 그래."

볼선생의 교실 뒷게시판은 아이들의 학습 결과물을 개인별로 철해서 전시해 둔다.

학습지도 그날 그날 뒤에 게시한다.

주영이는 그런 학습지에 보란 듯이 '좋아하는 사람 이호연'이라고 써놓았다.

내 남친이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뜻인가? ㅎㅎ

그 와중에 어려운 글자인 '좋아하는'은 받침도 안 틀리고 잘 썼네 ^^


작년 1학년 아이 중에 매력이 철철 넘치는 아이가 있었다. 1학년 여학생의 매력은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 반 남학생들을 차례로 사귀는 능력을 보였다.

"선생님, 저 지훈이랑 사귀어요."

"다영아, 며칠 전에 도윤이랑 사귄다 하지 않았어?"

"헤어졌어요."

"왜?"

"서로 돌봄 교실도 다르고 해서 만날 시간도 별로 없어요."

연예인들 스케줄이 바빠서 저절로 소원해졌다더니.....

"지훈이랑은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어?"

"제가요."

"뭐라고 하면서 사귀자고 하는데?"

볼선생이 아이를 상담하는 건지 애한테 연애 상담을 받는 건지 애매하다. 사실 신세대(?) 요즘 아이들의 연애 방식이 궁금하긴 하다.

"그냥 좋아한다고 하고 오늘부터 사귀자고 해요."

음... 그렇단 말이지... 이 좋은 상담을 너무 늦게 받았구나.

며칠 후

"선생님, 저 지훈이랑 헤어졌어요."

"이번엔 왜?"

"아동요리 방과후를 같이 들으면서 보니까 나랑 좀 안 맞는 거 같아요."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래도 똑똑하다. 안 맞는 걸 며칠 새 알아내고.

1학년인데 벌써 볼선생보다 연애 경험이 풍부하다.


하루는 아이들이 뽀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전체 성교육을 하며 우린 아직 어린이니까 손잡기까지만 할 수 있다고 당부하고 부모님께도 연락을 한다.

부모님의 말씀이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릴까 했다고 하시며 아이가 어느 날 집에 와서 자기 키스했다고 말을 했다고 하신다.

아이고... 어린이들아...

어머니께 성교육을 했음을 말씀드리고 가정에서도 다시 한번 지도를 부탁드린다.


아직 청춘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아.

연애할 날 많으니 여러 친구들이랑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렴.

손만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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