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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Oct 07. 2021

난, 네가 보고 싶고 그립나 보다

2021년 8월 23일


문득, 력사가 친구들과 충분히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5일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구나 싶다.


그 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했던 친구들에게 자주,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력사의 죽음의 과정에서 나에게 가장 크게 남았던 장면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장면은, 그런 따뜻했던 순간이 아니라 


력사가 자신이 정말 죽는다는 걸 깨달은 그 순간이었다. 이미 말도 잘 못하고 몸도 거의 못 가누게 되었을 때였는데, 계속 옆에서 편안해지라고, 그런 말을 듣다가 순간 “아니야!”라며 소리치던, 아니 울부짖던 그 모습이 그렇게도 계속 떠오른다.


너무나 살고 싶었고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투병했던 이였기에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 호스피스에 가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했고, 유언장을 쓰는 것도 결국은 못했고, 자신이 몸을 못 가누게 되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기저귀를 쓴 것도 채 일주일이 안될 거고, 소변줄도 정말 사망하기 직전에서야 꽂을 수 있었을 정도이니, 자신의 몸을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력사의 절망이 얼마나 컸을까. 


그때만큼 내가 더 힘이 세지 못한 것이 원망스러웠던 때도 없었다. 내가 힘이 좋아서 번쩍번쩍 력사를 안아 들 수 있으면 매번 화장실에 데려다줬을 텐데. 차에는 결국은 쓰지 못한 침대용 변기가 꽤 오래 실려있었다.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건, 다 이런 마음에서인가보다. 친구들이 력사의 좋은 모습을 기억하길 계속 바라게 되었다. 살이 빠지고, 예민해지고, 몸을 못 가누고, 자고 있는 력사 모습보다, 누구보다 활기차고, 남을 배려하고, 내가 사랑하던 귀엽고 아리따운 그 모습을 기억하길 바란다.


근데 난 정작, 우리가 함께했던 십수 년의 기억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마지막 열흘만 계속 생각이 난다. 컨트롤하지 못하는 자기 몸에 절망하던 그 표정들이 잊히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력사를 지배한 감정이 불편과 수치였을 꺼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력사 어머니는 간호사님들에게 “고통스럽지만 않게 해 달라”라고 거듭 말씀하셨고, 나는 력사의 마음의 고통이 사라지게 할 수 없음이 괴로웠다.


력사는 갔고, 력사는 결국 고통이 없는 몸과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 내가 가장 원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내 몸과 마음의 평온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놀러 다녔을 때 영상도 많이 찍어둘걸. 맨날 엄한 최근 사진만 보여서 더 서러운 거다. 췟. 


아. 이게 보고 싶고 그리운 거구나. 난 네가 계속 보고 싶고 그립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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