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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Oct 07. 2021

혼자가 된다는 건

2021년 8월 7일


혼자가 된다는 건, 


혼자 견뎌야 할 사소한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정말 너무나도 사소하지만 애인이니까 열 번이고 백번이고 투덜거릴 수 있었던 것들. 


새삼 티키타카를 할 수 있는 네가 없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아서, 차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드라마 영화 소설에선 사람들이 납골당/묘역에 아무 때나 가서 조잘조잘 이야기도 잘하던데, 한 시간 거리 양평이 나에겐 제주보다 더 멀리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뭐, 그리고 가까웠어도 그런 사소한 말들을 하러 가다 보면 거기서 그냥 살아야 할 정도일 테니 그렇게 또 갈 순 없잖아…


아까는 인터뷰하다가 “그럼 그분과 지금까지 만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애인이 두 달 전에 사망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잘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멈칫하고, 눈물도 나고 그러더라.


너 때문에 허구한 날 눈물바람인 게 너무 싫다. 내가 울면  어찌할 바를 모르던 네가 생각나서 더더더더더더 싫다.


구질구질하게 페북에서 이러고 있는 나도 너무 싫고, 네가 떠난 지 벌써인지 고작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두 달이 넘었는데도 느닷없이 눈물이 나는 것도 싫고, 이런 날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는 것도 싫다.


이전까지는 이사만 가면 좀 해결될 것 같았는데,


이건 이사를 가건 말건 아무 상관없는 거라 더 썽이 난다.


엘워드에서 벳의 딸이 엄마는 티나가 떠났을 때도, 언니가 죽었을 때도 엄마는 슬퍼도 참고 견디기만 했다고 걱정을 하는데, 벳이


“난 그렇게 생각했어. 슬픈 마음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 버리면 완전히 이별하는 거라고. 근데 나는 준비가 안되었어. 감정을 회피하려고만 했지” 


라고 대답을 한다.


응. 나도 아직도 완전히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이놈의 준비가 언제 될지 모르겠는 게 가장 난점인데….. 여하튼 그렇다.


하긴, 근데 시험공부도 이젠 완벽해!라고 끝나던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야 공부도 끝났지. 아… 이건 적당한 비유도 아니다 ㅠㅠㅠ 젠장ㅋ 


쿨 시크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냥 깔끔하고 담백하게 마음이 정리되길 바랬다. 누가 물어보면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다 안 되는 거였나 보다. 구질구질하고 질척이는 눈물바람 콧물 바람인 나를 받아들여야겠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인정하고, 네가 사실은 밉지 않다는 것도 이김에 밝혀본다. 


좀 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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