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19
친구들과 눈 쌓인 산길을 걸었다. 앞서 손잡고 걸어가는 친구 커플을 보며, 이런 손 시린 날 력사가 옆에 없어서 참 아쉽다 싶어 진다. 력사랑 같이 왔으면 미끄러지지 말라고 엄청 신경 써줬을 텐데라고 생각을 하다가, 력사라면 이런 미끄러운 길에 손잡으면 더 미끄러진다고 장갑 끼라고 했겠다 싶어 또 피식 웃었다.
력사같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사실 전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졌을 때도 같은 생각을 하긴 했다
오래 만났던 대학 선배는 이제까지 만난 사람 중 제일 내 자존감을 높여주던 사람이었다. “캔디 말이 맞고”, “캔디는 똑똑하니까”가 입에 붙어 있던 사람. 내 성질머리를 다 받아주던 그 사람과 헤어지고도 그랬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했다. 너 어디 가서 그런 애 다시 못 만난다고.
그 다음다음에 만났던 애인은 참 똑똑한 애였다. 너무나 똑똑하고 매력적인 데다가 말도 너무 잘 통해서 둘이 밤새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헤어지곤 생각했다. 이렇게 통하는 사람은 다시 못 만날 것 같다고.
그리고 력사를 만났다. 이렇게 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은 이전에 전혀 없었다. 력사를 만나고는 모든 게 괜찮아졌다고 느꼈다.
력사가 사라지고, 내 삶이 무너졌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걷다가 보니 내 걸음걸음을 받쳐주던, 손을 잡아주던 지팡이가 사라진 것과 진배없다 싶다. 꼿꼿하게 서서 걸어가지만, 다리는 자꾸 후들거리고, 종종 넘어질 듯 비틀거린다. 그 길에 친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다가 넘어질 것 같은 나를 잡아주고 또 잡아주고 있다. 오늘처럼.
오늘은 그래서 간만에 력사에게 화가 났다.
“거봐, 네가 없으니까 모든 게 이모양이야”
하지만 력사는 답하겠지,
스스로 좀 챙기라고.
저번에 력사 어머니랑 통화를 하는데, 내 건강 걱정을 하시면서 력사가 ‘나보다 캔디 건강이 걱정이다’라고 했다며, 건강 챙기라고 거듭 말씀하셨다.
망할 년. 내 건강은 네가 사라지면서 텄다.
너무나 큰 핑곗거리가 생겨버렸다.
이렇게 내 걱정을 하고 나를 살뜰히 챙겨주던 력사같은 사람을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도 챙기지 못하는 내가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챙겨준 사람이었는데.
내가 스스로 서야 하는데, 챙겨줄 사람 없다는 투덜만 계속하게 된다. 네가 많이 보고 싶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