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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Oct 07. 2021

일주일이 지났다

2021년 6월 19일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중에 하루만 집에서 자고, 나머지 시간의 90%는 친구들과 함께 보냈다.

잘 먹고, 잘 자는, 푹 쉬는 시간이었다.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무슨 두세 달은 지난 것만 같은 이 기분이 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오늘은 일주일 만에 공원묘지를 찾았는데, 인사도 잘 안 나오더라. 거기 있는 게, 한 줌의 재가 된 것이 그 사람이 맞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핸드폰을 열 때마다 네 사진뿐이다. 


다른 사진을 찾으려고 사진첩을 열었는데, 네 사진과, 너한테 온 화환을 찍어둔 사진들이 맨 위칸을 차지하고 있다. 


엊그제는 친구의 성화+선생님의 배려(로 추정)로 빈 시간에 후다닥 가서 상담을 받았다. 엉엉 울고 설명하고 화내고 뭐, 그런 거 하고 왔는데, 그 순간에 터지던 마음은, 딱 그 순간뿐인가 싶기도 하다.


오늘도 어머님은 가슴이 꽉 막힌 거 같다며, 또 한참을 우셨고, 난 어머님을 토닥여드렸다. 


그리고 하루를 잘 보내고 돌아와 이 글을 쓴다.


친구들과 네 이야기를 많이 하고, 네 흉도 많이 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네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제주도 가기 전에도 우린 대부분 롱디였고, 오히려 아프고 난 후에 함께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제주도에 엄마랑 같이 가 있을 때는 늘 통화가 쉽지 않았다)


너의 부재가, 난 낯설지가 않다. 너랑 통화 못하는 시간도 낯설지 않다. 네가 없다는 걸 분명히 아는데, 그 부재가 이전의 부재와 다르지 않은 것만 같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항상 네가 보고 싶었고, 지금도 사실은 네가 보고 싶나 보다. 그 마음이 다르지 않아서, 나는 생각보다 덜 서글픈 건가 싶기도 하다. 


사라진 내 마음을 찾고, 도닥여주어야 할 것만 같은데, 

내 마음이 어디 숨어있는 건지, 사라진 건지, 아니면 그냥 이런 건지도 잘 모르겠다. 


먼저 간 사람을 원망해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

더 이상 아프거나, 힘들거나, 절망스럽거나, 고민되거나, 그런 건 없을 테니 다행인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뭔가 내가 먼저 갔으면 너는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만 같은데, 나는 주변에서 챙겨주는 사람도 더 많을 테니(그런 걸 꺼야-_-)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울고 발버둥 쳐봤자 아무 소용도 없고, 또 한 번 그래 봐야 뭐하나 싶고,

소리소리 지르고 화를 내기엔, 아직도 정리해야 할 일들은 끝나지 않았고, 화를 가지고 정리하고 싶지도 않다. 


다음 주엔 너네 집 정리하러 간다. 

부동산에 집도 내놓아야 한다. 

회사 사람들도 만나야 한다. 

내일은 병원에서 바리바리 챙겨 온 짐도 정리해야 한다. 

망할 온갖 약 따위는 발로 다 걷어차 버릴 테다. 

할 일이 계속 있어 다행이다. 


.... 생각해보니 참 밉다, 여러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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