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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Oct 07. 2021

서울퀴어퍼레이드 후 소회

2021년 6월 27일


오랜만의 퍼레이드는 저에게도 진짜 행복하고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다가, 마지막에 다른 이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니 저도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더라고요.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차별의 시대를 불태워라”입니다. 십수 년 만에 차별금지법 10만 청원이 성공하여 드디어 국회에 차별금지법의 논의가 넘어간 역사적인 해이고, 모두가 법이 통과하길 기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차별”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은 “시대”였습니다. 센터에서는 올해부터 “성적소수자와 나이 듦”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거듭 느끼게 되는 것은, 차별은 어느 시대/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고 차별은 굵직한 이슈뿐 아니라 우리의 삶의 곳곳에서 너무나도 쉽게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차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파트너를 떠나보냈습니다. 장례의 모든 과정과 결정을 함께 했지만, 그것은 권리가 아니라 배려와 노력의 결과더라고요. 커밍아웃하지 못한 커플이었기에 한계가 있었다 할 수도 있지만, 커밍아웃을 했으면 그것대로 또 파트너 혈족들의 받아들임의 정도에 기대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저는 계속 “다행히도”, “감사하게도”라는 말을 끊임없이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모든 것을 미리 포기하게 만드는 그 배경에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공포가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끊임없이 화를 내는데, 분명 나도 친구들의 일이었으면 화를 냈을 텐데, 차별을 차별이라 생각도 못할 만큼 저 또한 그 차별이 당연하다 맘 깊은 곳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나 봅니다.


이게 “차별의 시대”입니다. 차별의 시대를 불태워야 한다는 말은, 이 시대의 소수자들이 얼마나 많은 사소하고 당연한 것에 배제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지를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법 제정뿐 아니라, 그런 자연스러움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사회가 깨닫고 변화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성소수자뿐일까요? 사람들은 많은 소수자의 차별을 “어쩔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어쩔 수 없는 것은 없고, 할 수 없는 것도 없어야 합니다.


차별의 시대를 함께 불태워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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