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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Oct 07. 2021

현실을 깨달았다. 네가 떠났다

2021년 6월 16일


지난 토요일 발인 이후, 계속해서 친구 집에 머물고 있다.


처음의 마음은 분명 일요일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는데, 오늘은 무려 집에 뭔가를 가지러 갔다가 결국엔 밤에 다시 친구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잘 먹고, 잘 자며 지내고 있다. 너무 괴이하게도 잘 지내고 있어서 '나 정말 괜찮은 거 맞나?'를 계속 생각하고 있긴 하다.


토요일에는 목욕을 하고 돌아오다가(아 몰라! 다 몰라! 배 째! 심정으로) 철퍼덕 울음이 터졌다. 나는 애인하고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편이다.라고 썼다가 수정했다) 워낙 오래 장거리를 하기도 했고, 요양병원 있는 동안도 계속 떨어져 있고 해서, 가능한 시간에는 꽤나 많이 통화를 하는 편이었고, 자잘하고 소소한 내용의 짧은 통화도 꽤나 많았던 편.


토요일에는 목욕을 하고 나와서 개운한 마음으로 친구 집에 걸어가다가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손에 쥐어 들었다. 애인에게 전화를 할 요량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젠 이런 전화를 할 사람이 없는 거구나.


상실이란, 정말 사소한 것에서 찾아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아마, 오랜 시간을 두고, 이 사람을 기억하고 기억에서 지워져 가는 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이전에 겪었던 것과는 또 다른 상실감이 내 삶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고, 나를 외면할 여력이 남아있어 방싯방싯 웃는다. 아마 그런 거 같다. 


좀 전에는 친구 차에 있던 짐을 옮겨왔는데, 깨끗하게 빨아놓은 애인의 속옷과 성인용 기저귀가 있다.  


저것을 처음 내 손으로 놓은 순간을 기억한다. 그 순간의 애인의 절망 어린 표정도 기억한다. 자존감이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이었던 그이에게, 어떻게든 스스로 용변만은 해결하려 애쓰던 이에게 기저귀를 내밀었던 순간을, 그 처참했던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내 온몸에 기대,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도 변기에 앉아 용변을 보려 최선을 다하던 너를 기억한다.


좌절감 가득한 얼굴로, 엄마가 허리가 아프단 소리에 결국은 군말 없이 기저귀를 받아들이던 너에게 미안하다 속삭이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넌, 그 기저귀 한포도 다 쓰지 못하고 가버렸구나.


기저귀를 하게하고 싶지 않았다. 저걸 쓰는 순간 모든 것을 정말 놓아버릴 것 같아서. 


가져귀를 하고부터 소통이 더더욱 어려워졌고 그 후 경국 소변줄을 넣은 그다음 새벽에 거짓말처럼 네가 떠나버렸다.


죽지 않을 거라고, 나을 거라고 재수 없는 소리 말라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이야기하던 네가


아니라더니


아니라더니


아니라더니


그렇게 처절한 목소리로 아니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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