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재능은 다른 데 있다.
공부도 종목이다.
중학교 2학년인 두 아이의 시험기간이다.
한 아이는 지난주가 시험이었고, 한 아이는 이번 주가 시험기간이라,
어쨌든 2주간 나름 학부모 모드로, 외출도 자제하고, 집에 있으려고 하고 있다.
사실 내가 집에 있는 게 시험을 치고 집에 오는 아이들에게 심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잘 치든 못 치든 시험 치느라 마음이 힘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두 아이 모두 학원을 다니고는 있지만,
초등학교 때도 강남이나 목동처럼 내 기준에 과하게 공부하는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었고,
그보다는 창의적이길 바라는 마음이었는지 미술 관련한 체험들에 좀 더 신경 써서 키운 터라,
빛나게 공부를 잘하리라는 헛된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중학교 들어 성적에 반영되는 첫 번째 시험을 소위 '폭망'한 아이들을 보니 허탈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시험을 못 친 것보다, 그것 때문에 어깨 쳐진 아이들을 보는 게 더 속상했다.
SKY를 나온 건 아니지만,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고,
알아서 공부해서 나름 괜찮은 대학에, 대학원까지 나온 내가
나의 경험상 공부를 못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앉아서 책 보고 문제집 풀면 되는 걸, 안 풀리는 문제는 끝까지 풀면 되는 걸,
안 외워지는 건 계속 반복하면 되는걸, 그렇게만 하면 되는 걸 왜 못한다는 건지.
그런데 나름 똑똑한 내가 몰랐던 건 그렇게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재능이고, 재주라는 것.
부모교육에서 공부는 종목이라는 얘기를 그렇게도 들었었는데,
내 아이에겐 그 종목에 특기가 모자랄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마음인 것 같다.
첫 시험이니까 그랬겠지, 코로나였잖아 등등의 주변의 위로는 나에게 힘이 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그런 이유는 우리 2인조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가 첫 시험이었고, 모두가 코로나였지만, 분명히 잘 본 아이도 있다.
그런 건 이유도 안되고, 위로도 되지 않는다.
나는 나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인간이라,
이 상황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는 내 마음부터 어찌해야 한다.
지금의 아이들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나 스스로를 바꾸는 게 더 빠른 방법이다.
빛나게 공부를 잘하는 재능이 없다는 건 인정.
혹시 본인이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욕심이 있다면 도와주겠지만,
그게 아니면 공부가 빛나지 않는 것 때문에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망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건강한 멘털을 가진 좋은 사람을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