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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바닥 우등생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인성은 챙기고 다닙시다.

by 이기적이너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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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 말이 화제가 되었다.

밥하는 아줌마.

밥하는 아줌마 란 말 자체는 글자로만 보면 중립적인 말이다.

나도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밥하는 주부니 나도 밥하는 아줌마다.
하지만 이 말을 어떤 이유로, 어떤 느낌으로 했느냐가 문제가 되었다.

이 말을 문제로 만든 이는 중립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했다.
밥하는 아줌마를 밥이나 하는 아줌마로 말한 것이다.
나는 이 말이
오늘도 아이들 학교에서 적지 않은 연세들에도 더위에도 그 많은 아이들 밥을 챙겨주시는 조리원, 급식사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정말 아줌마인 나같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밥하는 아줌마'를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일이다.



관련 기사의 댓글중에 봤던 것 같은데, 공부잘해서 서울대 나와서 승승장구 잘나가는 '그이'는 왜 인성을 갖추지 못했나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이를 만났던 적이 있다. 내가 20대 일 하던 때, S대 나와 PD가 된 여자 PD 둘. 지금 생각해보면 나와 많아야 대여섯살 정도 차이가 났을까. 그런 그이들은 자기보다 나이많고 결혼도 해서 아이도 있는 남자 AD들에게 이 xx 저 xx 해가며, 혼내고 무시하고, 쥐잡듯 잡았던 것 같다. 모르겠다. 남자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히스테리 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쩜 저렇게 못되게 굴 수 있을까 했었다.



최근의 밥하는 아줌마 막말 사건을 보면서 나는 20대에 만났던 그녀들이 생각났다. 정말 인성이 바닥이었던 것 같은. 물론 그때의 그녀들은 지금 생각하면 겨우 20대 후반이나 많아봤자 서른 정도 되었으니 어렸다 쳐도, 어린 것과 상관없이 사람의 결이라는 게 있다. 공부를 그렇게 잘해서 S대 씩이나 나왔으면서 어쩌면 저렇게 말을 할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그이를 보면서 정말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공부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대. 그래서 요즘 학교에 보면 공부잘하는 데 사회성은 모자란 아이들도 있고, 공부 잘하는 데 폭력적인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그 부모들 중에 그것이 문제라 인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공부를 잘하니까 괜찮다. 공부는 잘하잖아요. 이렇게 문제 상황들을 외면한다. 그이들의 부모들은 그정도이진 않았겠지만, 그런 막말을 해댈지는 몰랐겠지만, 글쎄. 서울대 나왔으니, 시험도 잘봤으니, 좋은데서 일하니 그정도는 괜찮다 생각할까.



요즘 나쁜 짓 엄청 하는 어른들, 공부 되게 잘했던 사람들이잖아요.


학교2017에서 은호가 교감선생님에게 했던 말이다. 그런 사람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요즘만 그런게 아니라 늘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공부잘했던 어른들이, 부정한 짓을 많이 하지만 배운 걸 이용해서 죄를 지어도 벌받지 않게 요리조리 잘 피해다닌다. 공부잘해서 훌륭한 사람 되라는 부모의 바람이 이런것일까. 너무 똑똑해서 말도 들어먹지 않는인성바닥 우등생들. 사과하는 것도 몰라 "어쨌든 미안" 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또하고, 어디서 부터 가르쳐야 할지 답도 없다.

인성바닥 우등생 들이 더 생겨나지 않길, 그런 이들이 잘 되지 않길, 독하게 빌어본다.


2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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