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구씨, 좋은 꿈 꾸고 있나요.
며칠 괜찮았는데, 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곁이 허전했다.
하루의 반은 혼자 자고, 밤에 잘 때는 이불을 파고 들어 내 옆에 붙어자던 동구가 이젠 없기 때문이다.
팔베개를 해서 재울라치면 마지못해 조금 베고 있다가,
이만하면 되지 않았어 하며 내 손이 닿지 않는 발쪽, 이불 깊이 들어가 자던 동구는 이제 없다.
그렇게 허전해서 또 미안했다.
녀석은 하루의 반을 자니까 그냥둬야지 라고 하면서 나는 얼굴 몇번 봐주며 하루의 반이상을 보내고,
잘 때만 안아준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결혼하고 3년차 때부터 함께 해서 우리아이들보다 더 오랜시간을 함께 했던 우리 동구.
우리 동구가 햇살 좋은 날,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다올이를 보낼 때가 다가온 강형욱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개는 훌륭하다를 여느때처럼 볼 수 없는 나의 상황이긴 한데,
훈련하는 강아지 뒷 이야기에
강형욱선생님과 다올이 이야기가 나올지는 전혀 모르고 있어서,
뭐랄까 준비없이 사고를 당한것처럼 마음이 그랬다.
강형욱선생님의 얘기처럼
알고 있지만 준비할 수 없는 것이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는 건너는 걸 보는 일.
사람보다 수명이 짧아 그렇게 마지막을 함께 해줘야 하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오늘이 될 것임을, 내일이 될 것임을 준비하지 못한다.
혈액암 판정을 받고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이제는 기운이 떨어져 앞다리가 꺾이고, 앞이 잘 안보이는 모습을 보여줬던 다올이.
우리 동구의 마지막 하루도 그랬다.
그렇게 병이 있진 않았는데, 급격히 기운이 떨어져
다리가 풀리고, 자던자리에 실례하기 싫어 휘청대면서 화장실로 걸어가던걸
이제 기운이 좀 나는 건가 착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 딱 하루, 곡끼를 끊고, 힘들어하다가
좋아하는 햇살 많이 받을 수 있는 자리에 누워, 가족들이 보고 있는 중에 마지막 숨을 쉬었다.
동팔이를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하고,
동구의 그날을 갑작스런 사고처럼 맞이 하고 싶진 않다는 다짐을 했었고,
내가 있을 때, 가족들이 있을 때,
아프지 말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길 늘 기도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홀로 무지개 다리를 건너지 않길,
동팔이처럼 아파서 고생하며 떠나지 않길.
동구는 정말 그랬지만,
내 마음의 준비처럼, 기도처럼 그렇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지만,
내 바람대로 되었다고 마음이 편한일은 아니니까.
어제 강형욱쌤과 다올이의 이야기를 보다, 폭풍 눈물을 쏟고,
끝까지 보기가 어려워 자러 들어와서는 핸드폰에 있던 동구의 사진을 보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꼬대도 잘하고, 코도 잘골고, 자면서 방귀도 잘 뀌던 우리 동구씨.
무지개 다리 잘 건너고, 신나게 뛰어 놀고, 좋은 꿈꾸며 지내고 있지요?
엄마는 아직 좀 힘들지만, 네 사진이랑 보면서 잘 지내려고 하고 있어요.
우린 좋은 시간들이 많았으니까.
오늘 동구를 묻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