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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Aug 09. 2024

연말의 꽃! (이었던) 시상식은 한국만의 문화?!

문화사적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

2023년 12월 7일, 뉴스레터 '어거스트'에 발행한 글입니다. [뉴스레터 링크]




안녕하세요. 에디터 나나입니다.


독립하기 전, 매년 연말마다 저에게는 소소한 리추얼이 있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거실에 모여 앉아 가족들과 연예대상 중계를 보며 자정 무렵 함께 카운트다운을 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나누는 것이었는데요. 지난 몇 년간 저의 생활 패턴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보니 그에 발맞춰 그런 리추얼도 이제는 하지 않는 것이 되었습니다.


마침 지난 주말에는 가요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행사인,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최근 MAMA AWARDS로 명칭 개편)와 MMA(멜론 뮤직 어워즈)가 진행되었죠. 이제 12월 말쯤 되면 각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이 연이어 중계될 거고요. 저는 올해 연말에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시상식 방송을 보게 되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궁금하니 방송 후의 기사들을 찾아보려고 해요.



오늘의 에디터 : 나나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오늘의 이야기

1. 재밌어서 보는 건 아니잖아요

2. 어쩌면, 한국만의 문화

3. 새로운 변화가 있을까?




재밌어서 보는 건 아니잖아요


여러분들은 그동안 연말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어린 시절부터 저처럼 가족들과 모여 앉아 시상식 방송을 보거나, 아예 방송에 관심이 없어 TV를 보지 않고 다른 일을 하거나, 혹은 새해를 꿈속에서 맞이하는 분들도 계셨을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매년 그해의 연예대상이나 연기대상은 사람들에게 화두가 되었고 또 수상자에 대한 의견들을 서로 주고받는 일도 분분했었습니다. 특히 2018년 방송인 이영자 씨가 여성 연예인 최초로 KBS에서 연예대상을 수상한 일은 한동안 이슈가 되었죠.


모두가 방송을 보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연말 시상식 특히 지상파 3사에서 중계하는 연기대상, 연예대상과 같은 시상식들은 그 자체로서 영향력을 보여 왔습니다. 각 방송사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의 출연자들, 이슈가 되었던 콘텐츠들의 수상 소식은 그 해의 성적표와도 같으니까요.


MC 또한 한 해 동안 주목을 받은 인물들로 선정되기에 방송인들이 이 점을 의식하고 연중 방송에서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종종 보였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그해에 재밌게 봤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수상을 하게 되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게 되고요.


연예대상 수상에 대한 팁도 농담처럼 오가죠.  © MBC


그렇다고 해도 시상식 자체가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상이 사라진 지상파 가요제와 달리, 매번 같은 방식으로 시상이 이루어지는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은 다소 지루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시상식이라는 게 콘텐츠에 참여하는 출연진, 제작진에게는 의미 있는 행사겠지만,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사 임원진의 축사와 사회자 진행, 시상자 등장과 수상 소감을 채널별로 보다 보면 남의 집안 행사에 동원된 기분도 들어요. 그렇다 보니 매년 제기되는 시상식 무용론이나 비판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물론, 이렇게 재미가 없다고 하면서도 대상 후보가 발표될 때쯤에는 시상식 방송으로 돌아와서 누가 상을 타는지 보게 되기는 하지만요.


연말 시상식은 그동안 수상 기준에 대한 공정성 논란과 수상 분야 쪼개기, 출연진 공동 수상 등 다양한 방면에서 비판받아 왔습니다. 채널별 간판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돌아가며 수상을 하거나, 출연자들이 대상을 공동 수상하는 행태 등에 대해서는 방송계 내부에서도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해 똑같은 논란과 비슷한 비판 의견들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러한 관행을 굳이 바꾸려는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매년 연말 비슷한 포맷의 시상식이 이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입니다. 연말 시상식의 시청률은 웬만한 인기 예능, 드라마 프로그램 수준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재미가 없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꾸준히 관심을 끌기는 한다는 수치적 증거가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계절적 특성으로 겨울철은 시청률이 다른 시기에 비해 높은 편이기도 하고요, 시상식을 진행하는 시간이 저녁 시간 프라임타임이다 보니 편성 상으로도 시청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철에는 시청률이 다른 시기에 비해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출처 : 닐슨 AGB, 수도권 기준)


일반적으로 시상식은 1부, 2부, 길게는 3부까지도 나누어 편성이 되는데요. 이 중에서도 2부, 즉 대상이 발표되는 오후 11시 ~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시청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게다가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채널들도 시상식 방송을 하고 있으니 시상식 중계 중 진행되는 광고의 주목도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서, 웬만한 대형 광고주들의 광고가 몰리는 일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런 ‘축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TV 시청률의 하락과 함께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콘텐츠들의 영향력도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시상식의 전반적인 시청률도 이에 따라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고요.


최근 5년간 지상파 3사 시상식 평균 시청률 추이 (출처 : 닐슨 AGB, 수도권 기준)


팬데믹을 거치면서, 콘텐츠의 소비 방식은 이미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연말 시상식들은 여전히 각 방송사의 TV 콘텐츠 중심이고, 점점 시청자들이 수상 소식을 ‘남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접하지 않은 콘텐츠의 수상이 이루어진다면 그 수상에 공감하기도 어려울 테니까요. 그러니 시상식의 의미 자체가 퇴색되었다는 비판도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지현우 씨의 어리둥절함도 이런 맥락의 일부였을지 모르겠습니다. © KBS2



어쩌면, 한국만의 문화


이번 레터를 준비하면서, 지상파 연말 시상식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열리는 다양한 시상식의 종류와 일정들을 조사해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독 한국에서는 연말에 시상식이 몰려있고, 또 지상파 방송사 위주라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올해 11월에는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그리고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가 진행되었고요. 12월에는 MMA(멜론 뮤직 어워즈)와 지상파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전이 여느 때와 같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외에 대중에도 잘 알려진 시상식인 골든디스크와 백상 예술대상은 각각 24년 1월과 4월에 열리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어요.


2022년도 연예대상 타이틀 © KBS2 / MBC / SBS


해외 미디어나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분이시라면 잘 알고 계시겠지만, 미국에서는 대체로 연초에 그 전년도 콘텐츠들에 대한 시상식이 열립니다. 국내에서도 수상 소식에 관심이 모이는 에미상, 골든글로브, 그래미상은 모두 내년 1월~2월 무렵에 개최됩니다. 영국의 BAFTA도 비슷한 기준으로 내년 2월에 시상식을 진행하고요.


미국에서는 새해를 기다리는 전야제 방송으로 뉴욕 타임스퀘어의 볼드롭(Ball Drop) 행사와 함께 공연 중계, 특별 인터뷰 생방송 등이 진행됩니다. 지난해에는 BTS와 NCT127 등, 케이팝 가수들의 미국 신년 방송 출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나마 한국 방송과 가장 비슷한 성격을 가진 해외 방송은 일본의 홍백가합전인데요.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새해 카운트다운을 다 같이 하는 등 국내 방송과 비슷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영화와 가요 시상식은 주로 1월과 2월에 진행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그렇다 보니 한국의 시상식이 이런 전야제 방송과 비슷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득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대상 발표를 12월 31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진행하고, 이와 함께 카운트 다운과 신년 인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방송사마다 이어지는 모습이 매년 통일성 있게 이루어지잖아요. 연말 가요제에서는 스무 살이 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모아 성인이 된 소감을 묻는 모습들도 종종 보이는데, 여러모로 독특하다 못해 비대면으로 명절을 쇠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여기에 이어지는 보신각 타종 행사 중계와 출연진들의 큰절이 ‘새해맞이’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시상식은 단순히 말해 각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에 자체적으로 포상을 주는 행사잖아요. 이렇게 보면 분명 방송사의 ‘집안 행사’인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연말 카운트다운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 걸까요. 해외와 같이 새해 전망을 알아보는 토크쇼나 일반적인 예능, 또는 축제의 형식이 아니고요. 


물론 그 이면에는 방송사 간의 경쟁 구도 같은 복잡한 이야기들이 숨어있겠지만, 애초에 시상식과 연말이 함께 연결되는 것은 한국에서 가족들과 명절을 쇠는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지상파 방송은 연말 프로그램과 더불어, 설과 추석 명절 특집을 필수적으로 기획하고 있죠. 미국 추수감사절의 미식축구 중계와 같이 시즈널 콘텐츠들이 있긴 해도 한국처럼 특정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이 명절 자체를 컨셉으로 한 에피소드를 내보내는 것은 또 다른 문화적인 맥락과 배경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말 시상식 또한 그런 맥락의 일부입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주로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보내고, 연인 또는 친구들과 새해를 맞는 것이 보편적이죠.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와 반대로 새해를 가족들과 맞이하는 분위기고요.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주로 거실에 모여 TV를 켜게 됩니다. 시상식 MC들의 ‘시청자 여러분’이라는 표현은 마치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에게 문안 인사를 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컬처 코드⟫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문화인류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살펴봐야 하는 것 중 하나로 ‘문화적 구조’를 제시했어요. 이는 모든 문화에 존재하는 언어, 예술, 역사 등의 요소들이 조직되는 방식을 통해 각 문화의 개성이 생겨난다는 의미인데요. 형식적인 시상식일지라도 굳이 한 해를 돌아보는 연말이라는 시점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중계방송이 만들어지는 것이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한국 사회 특유의 ‘가족과 보내는 연말’이라는 인식의 구조 안에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파이유의 연구 내용들을 찾아보며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가 떠올랐는데,알고 보니 라파이유는 레비스트로스의 제자였다고 하네요. © 리더스북



새로운 변화가 있을까?


연말 시상식이 어떤 배경과 문화적인 맥락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한들,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보이는 콘텐츠라는 점에서는 그 존속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각자의 콘텐츠를 각자 시상한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도 하고요.


TV 시청률이 점점 낮아지고, OTT와 유튜브 채널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에서 영상 콘텐츠들이 시청자들의 취향을 점점 세분화하고 있는 지금의 생태계에서, 시상식의 기준과 그 의미 또한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요구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 보니 시상식 그 자체의 본질에 집중해, 다른 시상식들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1965년 시작되어 JTBC에서 매년 4월 무렵 중계하고 있는 백상예술대상은 영화와 TV, 연극 콘텐츠를 망라하며 그 위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특히 2023년 59회 시상식에서는 유튜브 콘텐츠 ⟪피식쇼⟫ 수상을 통해 콘텐츠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 JTBC


한편 서울드라마어워즈는 지상파 3사가 돌아가며 중계를 진행하며,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 OTT 플랫폼을 모두 포함한 영상 콘텐츠 시상식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시상식이 여러 가지 이유로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예전과 같이 방송인들이 수상 소식으로 주목을 받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은 시청자의 관심과 애정이 콘텐츠의 경쟁력인데, 그 관심이 이제는 지상파 콘텐츠에 집중되지 않는 시대니까요.


문제점이 많기는 하지만, 저는 지상파 방송의 연말 시상식이 문화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상파 방송은 말 그대로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주로 제작하고 있으니, 사회의 변화에 발을 맞출 의무가 있습니다. 매년 기획되는 시상식은 이런 변화를 반영해 만들어낸 ‘연간 결산 보고서’와도 같고요.


또한 방송인들이 개인의 SNS와는 별개로 시나리오 바깥에서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요소가 문화의 근간이 되고,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결국 시상식은 꽤 잘 만들어진 대중문화 아카이브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문화는 모두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화할 겁니다. 10년 전의 TV 시상식은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10년 후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이 사라지고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이 더 보편적인 방식이 될지도 모릅니다. 가족들과 새해를 맞이하는 문화 자체가 점점 사라지게 될 수도 있고요.


‘송구영신(送舊迎新)’. 이 사자성어를 앞으로 약 한 달간은 백번도 넘게 듣고 읽으며 접하게 될 텐데요. 지인 간의 인사로 많이 쓰이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방송계를 생각했을 때 다시 한번 되새겨볼 만한 표현입니다.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 것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지만요. 사람들의 관심이 떠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올해의 연말 시상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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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a Lipa - Don't Start Now (Bass Cover)

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종종 찾아보는 영상입니다. 두아 리파의 원곡보다 이 베이스 커버 버전을 더 자주 듣게 되기도 하는데요. 사실 악기에 큰 관심 없이 살아왔는데 이 영상 때문에 연습용 베이스까지 구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칠 줄은 몰라요)

영상이 3년 전의 것이라, 최근 영상들에서는 줄리아 씨가 더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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