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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Dec 18. 2019

사물 쓰기, 5. 그립톡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편안함

2019.09.11. 100일 글쓰기 #8


요즘 그립톡을 쓰고 있다. 핸드폰 뒤가 툭 튀어나오는 그립톡. 손가락도 걸고 이어폰 줄도 걸어버릴 수 있는 그 그립톡. 붙여두면 무조건 못생겨져 버리는 바로 그 그립톡.


그립톡은 무슨 짓을 해놔도 존재 자체가 예쁘지 않다. 누군가는 예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플립형 케이스마저 싫어하는 내가 그립톡을 쓰는 날이 와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싫은데 왜 쓰고 있느냐. 물건이 상하는 걸 싫어하는 나의 습성 때문이다. 물건이 원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해서 핸드폰에 케이스를 씌운다. 그 와중에 카드는 넣어 다니고 싶어서 터프 케이스를 선택한다. 뒷면을 지키니 앞면도 지키고 싶어 강화유리 필름을 붙인다. 이러다 보니 핸드폰 무게의 100% 증가를 달성하여 내 손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자주 벗어난다. 하루에 두 번은 떨군다는 소리다.


가볍게 생각해 떨어트리는 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열차와 승강장 사이 (발 빠짐 주의구역)에 떨어트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이지 주옥 된다. 그래서 손에 걸 수 있는 그립톡을 살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난 아이폰이 아니라 iOS 운영체제가 돌아가는 무선통신 기기를 쓰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최대한 귀여워보려고

지금 쓰고 있는 케이스가 주황색 무광이다. 마침 남자 친구랑 놀러 나갔다가 당근 그림이 그려진 그립톡을 발견했다. 그나마도 이게 맞춘 듯이 최선이더라.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귀여워져 버렸다. 어차피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귀엽기라도 해야 참고 쓸 수 있겠지.

민우님이 찍어준 사진에 핸드폰이 찍혀있어 첨부해본다.


귀엽다. 사실 이 물건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립톡 다 뜯어서 버려버리고 케이스도 내다 버려버리고 강화유리도 칼로 파서 없애버려. 하고 싶지만 결국은 또 그냥 쓰면서 내 아이폰 SE가 가지고 태어난 로즈골드를 홈버튼으로만 체감하고 만다. 그래, 네가 무사하면 됐다.


회사 사람들이 내 케이스랑 그립톡 매치가 너무너무 귀엽다고들 좋아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냔다. 그러게요. 저는 왜 이 물건을 참고 쓰게 됐을까요. 역시 아이폰이 너무 비싼 탓이겠죠. 더럽게 비싸. 어차피 트위터나 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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