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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거슨 댈리 Mar 07. 2016

일기장 금기어를 아시나요?

오늘 그리고 나는

늘 이곳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아마 그쯤부터였던 것 같아요.


단짝 친구에게 10년 동안 입버릇처럼 말했었고 우린 꽤 진지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는 제게 반문했어요.

수많은 질문 중 

"근데, 외국에서 살다가 여기서 살 수 있겠어? 

  그렇잖아.

  이미 좋은 곳에서 다르게 살 수 있단 걸 아는데 

  그걸 알고도 여기서 살아야 한다면 괴롭지 않겠어?"


낯선 땅에서 어떻게, 뭘 해서 먹고살는지는 이미 쉬운 질문이었지만

날 선 친구의 질문은 절 주춤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하고 싶은 공부하게 되면 한국에서 먹고살기 힘들 거란 부모님의 설득에 

관심에 없는 과를 지원했고, 

'왜'라는 질문은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라는 지적을 자주 받으며 '반항아'라는 낙인이 찍힌 

고교 시절을 보냈던지라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은 제게 유토피아 같은 세상이긴 했어요.


지금도 대답할 수 없어요. 

"모르겠네. 모르겠어."라고 대답하면, 

제 친구는 득달같이 대답하겠죠.

"그놈의 모르겠단 말, 그만 좀 해! 뭐든 해! 뭐든! 도대체 언제까지 모를 건데!!"

그리고 그때 기다렸단 듯이 무릎을 치겠죠? 

"그렇지? 그냥 하는 게 백번 낫겠지? 그래. 그냥 해볼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참 많아요. 

전 이곳밖에 모르고 이곳 밖의 삶은 전무한데 말입니다.



7월에 떠날 예정이에요. 거지인 저는 이제 돈을 벌어야 합니다.

1년 동안 모은 돈은 좋은 일에 써버렸어요. 고작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어머니의 임플란트 비용과 저의 치과 치료비로. 


결핵을 앓았던 병력이 있어 비자받는 기간도 길어졌어요. 서울, 부산에만 지정 병원이 있어 번거로웠어요. 


결핵 병력이 있는 분들은 워홀 비자를 받기가,

힘들다기보단 번거로워요. 비자를 받고 싶은 시기보다 4~5개월은 먼저 비자 신청을 하시고, 재검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1차 검사를 받으면 당연히 2차 검사를 받아란 편지를 받게 되실 겁니다.

그럼 편지를 받은 날로부터 일정 기간 내 재검 신청을 하고 

3일 동안 되도록이면 오전에 병원으로 방문하셔서 객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물이나 음식을 섭취 금지, 이도 닦으면 안 돼요. 그리고 결핵 때 치료를 받았다면 당시 흉부 엑스레이를 미리 CD에 담아 준비하시면 좋아요. 소견서도 있으면 같이 제출할 수 있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나 검사 결과가 나오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방문하셔서 흉부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담당의와 면담 후 '완치 판정서'를 받게 되실 거예요. 

혹시라도 걱정하시는 분이 있다면, 

걱정 마세요. 심각한 환자로 분류되어 국가에 등록되었던 저도 워홀 비자를 받았으니까요. 


일기장 금기어를 아시나요?

"오늘 나는......."

직장인이셨던 초등학교 선생님께선 8? 9살이었던 제게 반복되는 매일에, 너만이 쓰는 네 일기장에 

굳이 '오늘'이나 '나는'이란 말로 

번번이, 매일을 적을 필요는 없다고 대충 그런 뜻의 말씀을 하셨어요.

아마 한 학기 정도? 는 일기장에 '오늘'과' 나는' 이란 단어가

빨간 팬으로 집요하게 체크됐던 것으로 기억해요.


커보니 알겠습니다.

매일 특별할 것 없는 오늘을 

나라는 존재에 무감각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그래도, 적어도 어떤 날엔

일상말고 인생을 살고 있다고 확신하게 돼요,.


30살을 넘어가며 깨달은 게 있었어요.

늘 이력서나 면접 때 특기를 묻는 질문이 조마조마했는데, 

제 특기 말입니다, "응원하기"입니다. 


오늘 나는 날 응원하는 만큼 당신을 응원하고 싶어요. 그냥 하는 말 말고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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