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소동

Ep26 감정과 이성의 동화는 날카로운 대화 속에 끊어져버린다.

by 요거슨 댈리

여자는 내게 꽤나 무거운 찌라시 뭉치를 건넸다.


"가자."


짧은 말의 마디마디를 채우는 건 나였다.

여자의 차에 올라타서부터 시작된 변명은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지만 나름 거창한 사연이기에

누구라도 이해해주리란 믿음이 있었다.


"주소"


점점 말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살핀 차 내부와 바깥세상이 다름을 깨달아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와 달리 이곳은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옆 차선을 지나는 사람들, 횡단보도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시기와 질투이면서도 기죽지 않으려는 작위적 거만이 있다.


일상에서 어떤 목적의 피사체가 되어 본 적이 없었다.


불행을 외면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인간이 가진 습성일지도 모르지만 나쁘진 않았다.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 없이 감정적으로만 나를 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다 보니 여기에 서 있다.

가끔 가게 문 밖에서 하연이의 손을 잡고 엄마를 기다렸기에 문틈으로 보이는 가게 안을 기억할 뿐이다.

생각보다 큰 규모지만 이곳의 초라함은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동화되어 가려는

찰나 두 사람의 대화가 머릿속을 채운다.


감정과 이성의 동화는 날카로운 대화 속에 끊어져버린다.



26.PNG Saved from wikipaintings.or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달빛 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