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동화

Ep30 빨간 선 아래로 '나는'과 '오늘'이 쓰여있다.

by 요거슨 댈리

빨간 선 아래로 '나는'과 '오늘'이 쓰여있다.

녀석의 집요한 성격답게 거의 매일이 '오늘 나는', 혹은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일기장과

이를 성가셔하는 어른으로서의 선생님의 성실함이 돋보인다.

근래로 넘어온 일기장 속에 하연이의 타협이 보이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늘 같은 지루한 도입부였던 '나는' 혹은 '오늘'을 대신 막무가내로 시작하는 감탄사나

문장 마디마디 단어 사이사이를 '나는'과 '오늘'이 채우고 있다.


마침내 서류를 모두 읽은 형이 내게 다가와 앉는다.


"잘 들어. 이 계획이......."


형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머쓱해한다. 목구멍에 걸린 무언가를 요란스레 삼켜낸 후

활기찬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오늘 나는 확신해. 이 서류들이 너의 상황을 바꿔줄 거야. 아니. 바꾸는 게 아니라........ 뭐랄까.

설명하기 좋게 말해 집안 앞 뒤 그러니까 양쪽 아니, 맞은편 창문을 열면 바람이 한 길로 통하게 된다고 쳐.

맞아, 그렇게 돼.

그 중간에 서서 맞은편 창문을 열면 같은 상황에도 바람의 방향은 달라지고

어떤 때는 회오리가 되기도 하고 오히려 사방으로 흩어져 아무것도 아닌 게 돼.

그러니까 지금 내가 그 일을 하려고 해.

다른 창문을 열거야."


"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잠시만"



illustrator. Enkel D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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