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 자신만 볼 수 있는 미래를 향해 희생했던 사람에게 가지는 매력
"알겠지? 그렇게 하는 거다!"
확신에 찬 형에게 어리숙하나마 '응'이라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을 공부하던 형이 사채업자의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 하는 패배감을 알아서 일까 아니면
오랜 시간을 자신만 볼 수 있는 미래를 향해 희생했던 사람에게 가지는 매력이랄까.
"응, 형!"
현관문 앞에선 형이 잠시 나의 신발을 내려다본다.
과자를 몽땅 비워낸 하연이가 내게 다가와 의뭉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뭔데? 뭔 일 있나?"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척하는 녀석이 애처로워서인지 눈물이 흐른다.
"엄마야? 니 왜 우는데? 괜찮다. 울게 뭐있노? 괜찮다."
옆에 달라붙어 고개를 파묻은 하연이는 더 이상 말이 없다.
'오늘 나는', '엄마'란 말소리가 마음에 맺혀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형은 다시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다.
"배고파. 뭐라도 먹자."
우리는 세 개의 꼭짓점이 되어 둘러앉는다. 형은 핸드폰을 꺼내 저장된 중국집으로 전화를 걸어 탕수육과
자장면 세트 메뉴를 시키며 그저께 책을 팔고 받은 만 원짜리를 꺼낸다.
소중히 여겨져야 할 돈을 함부로 쓰는 기분이 들어 거부의 눈빛으로 형을 바라보지만
확신에 찬 표정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거란 기대의 표정을 말릴 수는 없다.
"배달이요!"
초인종이 울리자 지난번과 같은 녀석이 친근한 척 웃어 보이려 애를 쓴다.
변한 것 하나 없는 상황이지만 오늘 나는 어제의 마음과 다르다.
목 안 어딘가에 힘이 실려 가득한 느낌이 어쩌면 마음 근처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늘 꿈꾸는 평범한 생활이 지금과 다르지 않으리라.
"상연아, 내일 출근 같이하자. 너 발 사이즈가 260이지?
비슷하겠네.
전에 신던 건데 공부하다 보니 발에도 살이 쪄서 못 신게 된 게 있어."
현관문을 나서며 뒤통수에도 힘이 들어간 형의 모습이 오랜만이다.
주저앉아 반도막이 되어 너덜 해진 운동화를 들여다본다.
"뭐고? 이게 신발이가?"
하연이는 검은 봉지를 들고 와 옆에 앉는다.
"우와"
부서진 신발을 관찰하듯 갈라진 틈새를 벌리자 찌꺼기들이 쏟아진다. 부서진 사이로 모래 알갱이,
초록 이파리,
어떤 조각들이.
우리는 그저 웃고 만다.
saved by. Effy Z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