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채화 ; 비에 번져 그린 그림
유리창 너머
젖은 신호등 불빛이 흐릿한 도로 위
안 그래도
창으로 빗금 치는
빗물이 녹아 흐르는데
도시의 비 오는 날은
수채화 같이
번져와
유난히 빗 속이다
이 도시도 이렇게 번지는데
나라고 선명할까
비 오는 날은 유독 센티해진다
아마 빗소리가 주는 울림과 수증기에 반사되는 빛들이 흐려
내 감성을 자극하는 듯하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비와 달리
어떤 리듬을 가지고 떨어지는 비에
더욱 감성이 짙어질 때는
유리창으로 흘러내리는 빗물만 보아도
내가 떨어지는 것 같아 주체할 수 없는 날이 있다
촉촉하게 젖은 검은 도화지, 도로 위에 비치는 불빛들은
비 오는 하늘보다 더 가득 수분을 머금고
화려하게 도시를 비추던 빛들은
마치 수채화 물감을 떨어트린 듯 번져간다
그 윤곽 없는 빛들을 보다 보면
나의 생각도 흐려져 오로지 감정에만 기운채
서늘해진 팔을 감싸 안고 가만히 젖어간다
이런 날은 맘껏 우울하고 서러워도 된다고
허락이라도 받은 듯
마냥 눈물 흘려도 되지 않을까
누구는 실컷 울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고 하던데
그럼 나도 울어볼까
이왕이면 모든 것이 젖어가는 날
나도 같이 흐릿하게 번져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