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

by 공백감자


달큰한 향으로 녹듯이 스며

사지를 무겁게 당겨오나


내 마음은 이미 삼켜지고

내 몸조차 잠겨버리니


너를 털어버리리라

나는 또 한걸음 내딛이며

기어코 바람에 나서리라





반복된 생활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사람인지라

기계처럼 자동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어차피 회사-집을 반복할 거라면

차라리 기계처럼 자동으로 움직여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매일 아침마다 알람소리에 일어나는

내 몸은 돌덩이를 매단 듯 무겁고

눈꺼풀은 풀로 붙인 듯 떨어지지 않아서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말은 기계처럼 일찍 일어나는 것이 더더욱 힘들다.

평일에 모자랐던 잠을 보상받고자 늦잠을 자버려

이번 주말은 책을 좀 읽고, 운동을 하려 했던 계획은 무산되어 버린다.


하지만 꼭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더 해야 하고, 주말이라고 이것저것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야 하고, 하루를 부지런히 꽉 채워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 게으르면 안 되나 하는 나태한 생각...


그래서 가끔은 게으름이 몰려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잠시 쉬어간다.

오늘 하루 꼭 해야 하는 것, 늘 반복하던 일,

즉, 회사-집을 반복하는 기계 같은 일만 한다.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고,

그리고 출근하고 다시 퇴근하면 잠을 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쌓여버린, 어쩔 수 없이 생겨버린

일상이 내게 준 숙제.

설거지 거리와 빨래, 재활용 쓰레기들

나의 게으름이 남긴 내 일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을 하나씩 아주 느리게 치우다 보면

내 사지에 묶여있던 나태함은

어느새 내가 내다 버린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다.


결국, 일상은 나태하기만 해서는 굴러갈 수 없어서

조금씩 손발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바지런히 일상의 페달을 굴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뭍에서 느릿하게 걸어가던 거북이가 파도에 몸을 싣고 저 멀리 바다로 헤엄치는 것처럼.


나태함이 내 손발을 묶어버린다면 억지로 풀려하지 말고 잠시 묶여주자.

그리고 하나씩, 조금씩, 단계별로 버려버리자.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하물며 엔진을 달고 있는 기계도 잠시 전원을 끄고 기름칠하는 것처럼,

스스로가 동력이 되어야 하는 나도 잠시 쉬어가야 더 잘 굴러가지 않겠는가.


가끔은 나태에 지더라도

그것이 기름칠이라 생각하고

잠시 쉬어가자.

그리고 일상이 주는 원동력으로 다시 움직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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