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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니 Nov 12. 2021

카카오 브런치 작가 합격 후기

6번의 도전


작년 2번 올해 4번의 시도 끝에 합격

지난달 말부터 글을 쓰고 작가 신청하고를 반복했다. 정말 공들여 쓴 글을 보내고 뭔가 이번엔 합격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때에도 돌아온 건 불합격 메일이었다. 올해 두 번째 도전이었다. 그 후 원래 하던 투자에 집중했고 가볍게 글을 고치며 세 번째 도전을 했다. 결과는 동일하게 탈락.


에세이 위주인 브런치에서 너무 돈 얘기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요리나 짠테크 같은 주제로 변경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블로그에 동일한 글을 올려보니 조회수가 나쁘지 않아서 원래 하던 대로 하기로 했다. 떨어진 이유가 뭘까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크게 두 가지였던 것 같다. 특별하지 않은 자기소개와 구체적이지 않은 활동계획.


1. 자기소개

-눈에 띄게 써볼까? 구체적으로


합격 당시 적었던 자기소개

자기소개서를 마지막으로 쓴 건 고등학교 입시 때였다. 뭐라고 적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대입은 수시를 준비했어서 자소서에 채울 내용은 준비했었지만 결국 정시로 가게 되면서 자소서를 쓰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이라 쓰고 의무복무라 읽음)을 할 때도 자소서를 요구하지 않아서 쓴 적이 없다. 고입 이후 10년 만에 쓰는 자소서.


눈에 띄려고 첫 문장을 편견을 깨는 문장으로 적어봤다. 실제로 이게 눈에 띄었을진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내가 해온 생각이었다. 이후 내용은 이전에 불합격했을 때 적은 내용과 동일한데 더 구체적으로 썼다. 내가 어떤 글을 썼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글 제목과 통계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과정과 결과를 적었다. 그리고 현재 어떤 아이디어가 몇 개 있는지 적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계속 떠올라 메모하고 있다고도 적었다.


2. 구체적인 활동 계획

-내가 느낀 문제점과 해결책


작년 2월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분야는 보통 책을 통해 먼저 지식을 쌓으려고 하는 편이다. 소위 성공한 투자자로 여겨지는 분들이 쓴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미 일어난 일들만 적혀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투자자들의 행동에는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 하지만 나의 현재와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순 없다. 다시 말해 그 방법을 따라 한다고 나도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수능을 보기 전에 기출 문제를 아무리 많이 봐도 올해 수능은  또 다른 시험이 되는 것과 같다.


또 위대한 투자자와 나에게 동일한 기회란 다시 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20년 2월로 돌아가 폭락 지점에서 대량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없고 2008년으로 돌아가 마찬가지로 폭락장에서 과감하게 매수할 수 없다. 기회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막상 그 시점이 되면 그럴 용기도 없으리라. 어쨌든 나는 현재 투자하고 있고 미래에도 투자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를 보며 배우고 익혀야 하지만 동시에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꽤나 외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실제로 하고 있는 투자를 공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더 느낀 점이 있다면 잘못된, 또는 이제는 맞지 않는 소위 "국룰"로 여겨지는 투자 방법이나 아이디어가 많다는 점이다. 위대한 투자자들의 책에는 이런 내용은 거의 없지만 유튜브에는 이런 내용이 판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진짜 "국룰" 투자 전략이 통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의 전체적인 주제를 앞으로 일어날 일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투자에 대한 소개로 정하고 하위 주제로 투자 아이디어 발굴, 매매 일지 공개, 투자에 대한 편견과 국룰 검증하기로 정했다.


3. 브런치 글과 타 매체 기고글, 그리고 블로그

-별거 아니었지만


각 주제에 맞게 하나씩 총 세 개의 글을 정성 들여 썼다. 그리고 몇 번을 보면서 퇴고했다.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은 살면서 쓴 글 중에 가장 조회수와 좋아요를 많이 받은 글로 첨부했다. 매번 신청 때마다 블로그 주소도 첨부했는데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 어떤 합격 수기에서는 블로그에 브런치 심사팀이 방문하면 합격이라고 했는데 나 같은 경우는 탈락한 두 번에서도 블로그 방문은 있었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불합 날
합격 날

블로그 방문이 합격의 시그널은 아니지만 합격한 분들은 아마 다 첨부한 웹사이트 방문이 있었을 것 같다.


결국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받은 합격 목걸이. 휴가 중에 받은 메일이라 더 반가웠다.


위에 적은 개선점이 합격의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선 불합들과는 달랐던 점이니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결과론적인 이야기라 진실은 작가 선정팀만 알겠지. 



아래부터는 개인적인 이야기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가장 많이 봤던 때는 본과 4학년 초반. 병원 실습이 너무 힘들고 마음이 어려워서 이런저런 글을 읽으며 위로를 구했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직업으로 하긴 내 재능이 부족해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계속 글을 쓰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글을 써왔고 중학생 때는 글쓰기 동아리도 했지만 고입과 대입을 거치면서 글을 거의 쓸 일이 없었다. 수험생 멘토로 활동하면서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 이런저런 글을 썼지만, 본과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썼다. 연애를 오래 해서 연애를 주제로 쓰기도 했고 결혼을 앞두고는 결혼을 주제로 썼다. 기독교 신앙을 주제로 쓰기도 했다. 다 브런치 독자의 마음을 끄는 주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시대의 청년에게 연애와 결혼, 특히 결혼은 조금 먼일처럼 여겨지고 있었고 기독교 신앙은 코로나19를 지나며 더더욱 반감을 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년에 두 번 브런치 작가에 탈락하고 국시 준비와 결혼 준비로 더 이상 브런치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 적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메모장을 보니 2021년 하고 싶은 일 목록에 "브런치 작가"가 적혀있었다.


올해 들어서 투자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었다. 관련 서적도 찾아보고 시간 나는 대로 공부하고 실전도 경험하면서 재테크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찾아보고 글로 남기고 있었다. 가끔 흥미로운 주제가 나오면 며칠 정도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한 편의 보고서처럼 만들어 블로그에 글로 옮겼다. 브런치는 에세이가 많고 재테크 관련 글은 잘 못 본 것 같았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했고 결국 올해만 4번의 도전 끝에 합격했다.


올해만 세 개의 공식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인간관계, 직업, 그리고 취미 분야에서 각각 하나씩. 작가 합격을 하면서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라는 연설이 떠올랐다. 앞으로 어떻게 인생이 풀릴지 모르겠지만 뒤로 돌아봤을 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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