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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평생 글을 쓰기로 마음먹길 잘했다

by 달보


작정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사실 3년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 나는 블로그에서 독후감과 에세이를 써 왔다. 글을 쓰는 것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잘 쓴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든 써서 발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브런치는 블로그와 달랐다. 블로그에서는 하루 한 편씩 글을 올리고 이웃과 소통하면 모든 지표가 준수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브런치를 시작할 당시엔 하루 전체 조회 수가 10을 넘는 날이 드물었다. 하지만 그런 브런치가 난 좋았다. 난잡한 광고가 텍스트 사이를 침범하지도 않고, 글을 봐달라고 서로 품앗이를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그저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을 제공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다.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리기만 하면 술술 글이 써졌고, 그간 꾸준히 독서를 해 온 덕분인지 문장을 만드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블로그 시절부터 글에 대한 반응도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 글이 별로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애초에 아무 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건 생각지 못하고, 약간의 긍정적인 댓글만 보고 우쭐했던 내가 귀엽고도 부끄러울 따름이다.




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남의 글은 거의 읽지도 않던 내가, 브런치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나라면 저렇게 쓰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글도 있었지만,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와 같은 생각이 드는 글이 더 많았다. 그런 글을 보면 하나라도 더 배울 생각보다는, 질투심이 먼저 일었던 게 사실이다. 관심 분야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능력을 앗아가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 서려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 좌절감 때문에 글쓰기를 포기할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흔들리는 순간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다 운 좋게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했다. 물론 기뻤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여전히 부족했고, 꾸준히 글을 쓰면 내 한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필력이라는 건 꾸준히 쓴다고 해서 단순히 우상향하는 그래프처럼 성장하지 않았다. ‘전보다 나아졌다’는 확신이 들다가도, 어느 날 보면 내 글이 한없이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마치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듯,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하면 금세 지워지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한때는 이런 변화가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책 한 권 출간했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오히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기분. 예전에는 없던 두려움까지 생겼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평생토록 성장하는 걸까?'




브런치를 시작한 지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책 한 권 출간했을 뿐이었다. 몇 번을 무너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아직 나이도 젊었다. 어차피 평생 글 쓰며 살기로 했으니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계속 쓰는 것'이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매일 달라지는 나를 마주한다. 어제보다 더 유려하게 써지는 날도 있고, 도무지 문장이 엉키는 날도 있다. 같은 주제인데도 전혀 다른 결로 써 내려가는 날이 있는가 하면, 글 한 자도 쓰기 싫어지는 날도 있다. 이런 과정이 정신없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그 이상의 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조금씩 ‘나’를 넘어서는 느낌. 그 감각은 설명할 수 없는 황홀함에 가까웠다.


‘이제 됐다’는 순간이 점점 멀어지는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만약 글쓰기의 정점에 도달해 더 이상 쓸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일이 아닐까.


죽을 때까지 글을 쓰며 살다 가는 게 내 꿈인데, 그 여정에서 오만 가지의 성장과 좌절, 그리고 기쁨을 맛볼 수 있다니. 그 진귀한 과정을 아직 한참이나 더 누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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