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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함께 걷는 법

시간이 가르쳐주는 것들

by 달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던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학창 시절 게임만 하며 보냈던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그리고 호주에서 살던 시절이 얼마나 그리워질지. 무심코 흘려보낸 순간들이 나중에는 그리움으로 다가올 줄은 미처 몰랐다. 여태껏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가르침을 주었는지도 이제야 깨닫는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혹시 지금 이 순간도 미래의 내가 간절히 원하고 원해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온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조금 더 환해지고,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도 잔잔한 행복감이 스며든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한 번 살아본 순간을 다시 경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과거를 특별하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일 테니까. 지나간 시간들은 다시 오지 않기에 더 값지게 보이는 것 아닐까.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수가 많으므로 예측, 단정하기가 어려우니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아라.'는 말이 있다. 명문대 진학이 오히려 삶을 힘겹게 만들 수도 있고, 대기업 취업에 실패한 것이 더 나은 길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당장에는 완벽해 보이던 문장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퇴고할 부분이 가득하다. 시간은 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많은 가르침을 주는 걸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곁에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당장의 고민과 감정 속에서는 너무 많은 생각에 사로잡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뀌거나 자연스럽게 정리되곤 한다. 그래서 때로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때도 있다.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언젠가는 모든 것이 명확해질 테니까.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배웠지만, 가끔은 멈추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산책이나 명상 같은 것들이 마음의 평온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되니까.


시간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그 흐름 속에서 길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우리는 더욱 평온한 마음으로 인생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아내면서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간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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