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표정은 밝은 편이 아니다.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개 무뚝뚝해 보인다고 말한다. 웃지 않으면 심각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다. 그래서일까. 언제나 환하게 웃고, 처음 본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몇 번이고 망설이다 타이밍을 놓치는데, 그들은 주저 없이 다정한 말을 건넨다. 그런 모습이 멋져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닮을 수 없을 것 같아 질투가 나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쉬운 일이겠지만 난 마음을 먹어도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사진 속 내 얼굴을 보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표정은 늘 굳어 있고, 일부러 웃어 보려해도 어색하기만 하다. 환한 표정을 짓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는 누구에게든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내 표정과 태도가 그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가끔 환하게 웃을 때면 사람들은 "눈웃음 치는 거 봐라?"라며 농담처럼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때로는 놀림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을 아끼게 된다. 하지만 친한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이 눈웃음을,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치면 보통 인사를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사할 타이밍을 자주 놓친다. 그런데 가끔 누군가 먼저 인사를 건네면 순간적으로 당황한다. 특히 어린아이가 해맑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때면 더욱 그렇다. 인사를 받으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긴 한다. 그런 내 반응이 너무 딱딱하지 않았을까, 상대방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글쓰러 자주 가는 카페에서 나는 늘 같은 메뉴를 시킨다. 벌써 몇 년째 다니면서도 직원들과 거의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직원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가끔 서비스를 주기도 한다. 마음으로는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자연스럽게 감사를 표현하는 법을 몰라 쩔쩔매고 있다. 단지 "감사합니다."라며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것이 전부다. 내 나름대로는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였지만, 혹시 너무 무심한 태도로 비치지는 않았을지.
혹시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 걸까.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아버지, 가족들에겐 한없이 다정하지만 남들에게 그리 살갑게 구는 편은 아니다. 난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그의 전부를 닮고 싶지는 않다. 아버지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과연 내가 변할 수 있을까. 서두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꼭 활짝 웃지 않아도, 상대와 눈을 맞추고 짧게나마 인사를 건네고, 감사 인사를 좀 더 따뜻한 말투로 해보는 것. 그런 작은 변화부터 시도한다면 나도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서서히 친절한 사람으로 거듭날지 모른다. 언젠가는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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