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런 부모가 되고 싶다

말보다 삶으로 가르치는 부모가 되기 위해

by 달보


어릴 적 한의사가 되라며 열심히 공부하고 책도 좀 보라던 아버지의 잔소리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도 않고, 학원 한 번 보내주지 않은 채 무작정 공부만 하라고 밀어붙인 탓에 금세 흥미를 잃었다.


아버지는 정작 본인이 제대로 시도해본 적도, 살아본 적도 없는 삶을 권하고 있었다. 가족도 자신도 옳게 여미지 못하는 아버지의 말은 좀처럼 와닿지 않았다. 그 강도가 도를 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선을 넘었다면 아버지와의 관계는 진작에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반면 1년에 한두 번 얼굴 볼까 말까 한 사촌형님의 말은 귀에 잘 들어왔다.


"책을 보면 좋아."

"난 요즘 배당주를 공부하고 있어."

"아들이든 딸이든 낳아서 잘 키우기만 하면 돼."

"친구? 있으면 좋은데 없어도 아무 문제 없어."


언뜻 보면 아버지가 했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형님이 하는 말은 이상하리만큼 마음에 남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형님이 살아온 세월 자체가 일종의 증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할 만큼 유능했고, 그렇게 들어간 회사를 해외 여행을 위해 박차고 나올 만큼 자기 뜻이 뚜렷했다. 형수님과 조카밖에 모르는 듯한 가정적인 삶도 잘 꾸려가고 있다. 결혼 전부터 타던 소형 승용차를 지금도 타고 다니며, 출퇴근은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유지한다.


말은 강한 힘을 가진다. 혀를 잘못 놀리면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의 영향력은 크다. 날이 갈수록 이 사실이 더욱 깊게 와닿는다. 하지만 말보다 더 깊게 스며드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삶 자체일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 모든 걸 말해주는 법이다.


별생각 없이 멍하니 살던 내가 대기업을 관두고 호주로 떠났다는 사촌형님의 소식을 전해 들은 것만으로도, 어느새 호주로 떠나는 상상을 하더니 기어코 머나먼 땅을 밟게 된 것만 봐도 그렇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만큼이나 나부터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말로 가르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모가 되자고. 좋은 학교나 학원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는 게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CONNECT

달보가 쓴 책 :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달보의 일상이 담긴 : 인스타그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마터면 크게 싸울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