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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한다는 착각

by 달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면 찬물로 온몸을 적셔 정신을 깨운다. 이후 8시 30분까지 글을 쓰다 출근한다. 일이 바쁘지 않으면 짬짬이 글을 쓰고, 점심엔 밥을 빨리 먹고 남은 시간 동안 또 글을 쓴다. 퇴근 후에도 별일 없으면 카페로 가서 두 시간 정도 더 쓰고 집으로 돌아온다. 자기 전까지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다 다음 날 새벽을 위해 일찍 잠든다. 이 루틴을 몇 년간 계속해왔다.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단 한 번도 같은 날을 살고 있다고 여긴 적은 없었다. 무언가를 똑같이 반복한다는 건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반복'이라는 말이 현실과는 어딘가 어긋난 개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면, 사람도 같은 순간을 두 번 다시 겪을 수는 없지 않을까.


글쓰기를 매일 하다 보니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다. 그건 바로 똑같은 글은 절대 써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제와 다를 게 없는 하루를 보냈다 해도 비슷한 글이 나오는 건 아니다. 어제와 오늘의 아주 미묘한 차이만큼이나 내 상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마음속을 맴도는 형체 없는 감정과 생각들을 텍스트로 바꾸는 작업이 글쓰기이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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